Chap. I - 3편
인생의 절반을 글로벌 비즈니스에 몸담았습니다. 지난 30여 년 경험과 구력이 해외 비즈니스를 계획하거나 도모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찬찬히 그간의 경험, 실용적인 얘기를 풀어내봅니다.
저의 브런치북 도전자들의 이야기(목요일 발행)와 30년 해외비즈니스 이야기(일요일 발행)에 계속 싣도록 하겠습니다.
I. 글로벌 비즈니스의 먹이사슬에 대해 : Chap. I - 3 편
그렇다면, 터키 위의 포식자는 어떤 나라인가? 중국이다. 아마 중국은 터키의 최대 천적 국가일 것이다. 터키 기업은 한국기업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상술, 막무가내 정신이 강하지만 중국 기업을 만나면 늘 상 당하는 입장에 놓이곤 한다. 터키 상술의 역사와 계략에도 신기할 정도로 중국은 끄덕 없다. 실제 터키 기업이 중국에서 중국기업과 협업하여 사업을 하다가 살아 돌아온 경우는 드물다. 아니, 죄다 실패하고 퇴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터키 기업은 중국에서 사업할 생각조차 안한다고 말할 정도다. 소비자 가전제품을 예로 들자면, 터키 기업의 제품력이나 가격, 이미지, 판매방식이 중국의 그것과 유사하기 때문에 터키 기업이 중국에 진출할 경우 충분히 승산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현실은 완전히 다르게 굴러 간다.
기본적으로 중국기업가들에게 터키는 하대해도 될만한 존재로 여긴다. 기본적으로 중국인들은 터키 제품을 거들떠도 안 본다. 그러니 가격이 쌀 수밖에 없고 터키 사업가들의 실력도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터키는 중국에 비해 기술도, 제품력도, 국가의 이미지도 한수 아래로 여긴다는 말이다. 그러니 힘이 강한 자기들은 터키에서 활개를 펴며 사업을 펼칠 수 있을지라도 터키가 중국에서 활개를 펼치기는 어려운 것이다.
실제 터키내 중국 기업은 무척 활발하게 기업활동을 하고 있다. 마치 중국기업의 안방 시장처럼 왠만한 중국기업의 제품들이 터키에서는 활개를 친다. 중국기업이 이같이 무대뽀적인 상술의 대가인 터키를 상대로 상위포식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한마디로 중국기업들은 똘똘 뭉쳐서 터키내 사업의 노하우를 서로 공유하고, 애초부터 조금도 불리한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터키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엔 이들은 더더욱 똘똘 뭉친다, 중국기업은 벌떼처럼 우루루 몰려다니며 직·간접적으로 자국의 회사를 무조건, 이유불문하고 돕는다. 제 아무리 무대포인 터키라도 중국기업의 벌떼공격에는 당해낼 재간이 없게 만드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알 수 있다. 교활한, 협박과도 같은 상술 위에 똘똘 뭉쳐 절대 흔들리지 않는 무대뽀가 얼마나 강력한 상술인지를... 제 아무리 때려봐라. 흔들리나. 제 아무리 훼방을 놓아봐라, 흩어지나. 제 아무리 내다 던져봐라, 깨지나. 상술의 관점에서만 보자면, 교활함을 이기는 것이 미련스러움일지도 모르겠다.
자, 그렇다면 한국기업, 그리고 기업가가 터키나 중동에 진출하기 위해, 더 포괄적으로 거론하자면, 자국민들의 기업정서, 그러니까 무대포식의 우기기라든가 차일피일 약속을 미루는 교활한 기업문화를 가진 나라와 거래를 하려면 무조건 당하는 것만이 상책일까? 그렇지 않다. 필자의 경험에 빚대어 몇가지 고려해야 할 점을 언급해보려한다.
[터키를 비롯한 이슬람의 중동, 유대국가에 사업진출시 유념해야 할 TIP]
1. 반드시 실제 사례에 대해 미리 공부할 것!
이미 한국 기업들이 진출해 있기 때문에 그간의 사례는 많다. 필히 그 나라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들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한다.
2. 현지 법과 제도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것!
터키, 중동, 유대 국가들이 있는 코카서스 등의 국가들은 법, 제도가 수시로 바뀌거나 업데이트된다. 그 국가의 최신 법, 제도에 능통한 로펌을 앞세워 조사를 하고 그 제도에 상응하는 진출을 준비해야 한다.
3. 현지 사업파트너를 단독으로 선정하지 말 것!
절대적으로 단독으로 움직이지 마라. 앞에서 언급한대로 시작과 끝이 다를 수 있는 현지 사업가, 기업들이기에 이들의 섭리를 아는 경로를 통해 진출하는 것이 좋다.
4. 디스티를 통해 진출할 경우, 계약서에 최대한 꼼꼼하고 민감할 것!
법인 진출이 어려워 디스티를 통해 먼저 진출할 경우, 디스티 사업에 대한 사례를 조사하여 모든 조항을 계약서에 반영해야 한다. 그리고 디스티를 선정할때는 현지 진출한 기업 혹은 정부기관 (KOTRA)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절대 단독으로 디스티를 선정하면 안된다.
5. 독점권은 절대 피할 것!
절대적으로 피해야 하는 조항은 독점권이다. 아무리 험한 나라에서 사업을 오픈하는 불가피 한 상황이라도 독점권을 허용한다는 것은 자폭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특히 디스티에게는 절대 독점권을 주어서는 안된다
6. 복수의 거래선 운영과 균형을 유지할 것!
디스티 형태이든 법인 형태이든, 거래선은 복수로 운영해야 한다. 그리고 한 특정 거래선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안된다. 거래선 간, 매출 비중의 균형을 유지함이 좋다. 시작을 한개의 거래선에 의존하고, 매출이 커지면 복수 거래선을 운영하겠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이는 너무 편리한 생각이다. 내 비중을 다른 경쟁사에 나누어 주는 것을 좋아할 거래선은 없다.
7. 정부와 인맥을 형성할 것!
정부와 연결이 되는 경로를 찾아 인맥을 형성해 두는 것은 아주 필요하다. 이들 나라는 정부의 역할, 힘이 생각보다 크다.
8. 시작과 중간, 결말이 다르게 진행될 것을 반드시 염두에 둘 것!
미국이나 유럽처럼 문서에 의해 사업이 진행되는 관행이 있는 나라와는 다르게 이들 국가에서는 문서와는 별개의 경우의 수가 자신들의 뜻에 따라 부지기수로 벌어진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시작할 때의 우호적인 신뢰를 결코 믿어서는 안될 것이다.
9. 상식에서 벗어나지 말 것!
상식에서 어긋난, 부정적인 행위와 선택은 피해야 한다. 우리가 손에 쥘 무기는 글로벌스탠더드 조항이다. 따라서, 악한 경우를 만났을 때 의지할 수 있는 패는 상식과 기준을 따르는 것이다.
10.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는 말과 행동은 철저하게 삼가할 것!
저녁시간 혹은 파티에 참석을 할 때 빌미가 제공되는 순간 이는 엄청난 위험을 초래할 것이다. 당연히 빌미는 내 사업의 족쇄가 되고 내 뒤통수를 칠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한국, 한국기업, 한국기업가는 현대사에서 급격히 성장했다. 제 아무리 무대포식의 상술을 들이민다고 해도 어떤 경우에도 밀리지 않을 정도의 저력도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갖추고 있다. 이를 뒷받침해줄 규범(놈, Norm)도 존재한다. 자연생태계에 대자연의 법칙이 존재하듯 글로벌 비즈니스 생태계에도 글로벌 스탠더드 비즈니스 놈이 있다. 하지만, 기준은 기준일 뿐, 현장에는 수백만가지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 그래도 인적자원만이 유일한 나라, 한국. 한국의 기업가가 세계 무대에서 종횡무진 활약해온 바탕에는 민첩성, 탄력성, 효율성을 바탕으로 한 글로벌 놈을 잘 따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터키와 같은 상술이 우리 뒤통수를 친다고 해서 우리까지 그 상술을 익힐 필요는 없을 것이다. 결국 패-패로 가는 전략을 구사할 정도로 한국인, 한국기업이 어리석지는 않다.
사업가는 먹잇감이 있는 곳이라 판단되면 도전한다. 한국기업도 수요가 있는 시장이라면 어디든지 진출할 수 있다. 진정한 사업가는 확률보다 가능성을 우선시한다. 1%의 가능성을 보고 덤비드냐, 1%의 불가능을 보고 멈추느냐가 성공적인 사업가냐 그렇지 못한 사업가냐를 판단한다. 한국인은 이런 면에서 아주 특화된 사업가의 DNA를 지녔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대리인을 통해 사업을 하기도 하지만 직접 진출하여 가능성으로 시장을 만들어내고 확장시키는 역량만큼은 한국인의 최대 장점이다.
타국가의 기업이 진출하여 닦아 놓은 곳보다 개발이 안된 곳을 찾아 개발하는 도전의식이 상당히 강한 민족이 우리인 것이다. 실제 한국의 인터넷이나 신용카드 보급률이나 확산률, 침투율의 경우 미국과 캐나다와 같은 선진국도 감히 넘보지 못하는 경지에 이르러 있다는 것은 전세계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한번 물었다 하면 네 이빨이 빠지나 내 살점이 뜯기나 보자는 식으로 끝장을 내고야 마는 민족이 한국인이다. 당신에게도 그 피가 흐르고 있고 이미 그러한 DNA가 심겨져 있음을 믿길 바란다.
물론 비즈니스 측면에서 언뜻 보면 무모하고 비효율적으로 보일 지 모르지만, 일정시점이 지나서 뒤를 돌아보면 한국기업의 선택과 개발 역량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알 수 있다. 실제 초기 진입시에 아무 것도 없던 허허벌판을 한국기업이 진출하여 가장 쓸모있는 사업의 도시로 변화시킨 사례가 많다. 베트남의 하노이가 이를 증명한다. 한국기업의 모바일폰이 하노이 외곽에 초기 진출할 때는 말 그대로 허허벌판이었지만 지금은 어떤가? 하노이 외곽은 베트남에서도 가장 발달된 첨단 도시가 되어 있지 않은가?
한국기업, 기업가의 이러한 창의적인 도전정신에 기반한 특별한 우수성은 특유의 이해력과 친화력에 있다고 하겠다. 한국인이 타민족에 비해 명석한 두뇌를 타고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이해와 판단에 능하도록 고도로 훈련된 한국교육 덕에 한국인의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도는 아주 탁월하다. 그렇게 한번 판단이 선 곳에서는 뛰어난 이해력을 바탕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결코 철수를 모른다. 전쟁이 나도 그 곳을 지킨다. 된다는 판단이, 뚝심이 사업의 성과를 이룰 수 있도록 강단있는 사업가로 키워내는 것이다.
당연히 한국인 특유의 근면성실한 자세도 이에 한몫한다. 그래선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한국인들을 보면 당장의 손해나 피해가 예상되더라도 그 두려움이 장기적인 안목을 훼방놓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렇게 현지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여 쌓인 특유의 친화력은 신뢰로 이어지게 된다. 한국 특유의 회식문화가 아마도 이에 한몫하는 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특유의 친화력은 기업관점에서는 '의사결정'에 의한 투자였을지 몰라도 현지국가 관점에서는 '신뢰를 아는 기업'으로 그 지역에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당연히 한국과 우호적인 나라라면 사업은 더욱 크게 키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글로벌 시장, 두려워말고 도전하라. 대단한 나라, 선진화된 나라, 우리보다 앞선 나라, 이미 선점을 뺏긴 시장이라 하더라도 한국인 자체가 이미 지니고 있는 비장의 무기가 당신에게 이미 체화되어 있으며 그 무기 앞에서 상대는 몸을 떨 것이다. 도전하라. 세상은 당신이 자신의 땅을 밟아주길 기다리고 있다.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고 인류에 공헌할 사업가라면 세상의 어떤 땅이라도 당신을 두 팔벌려 환영하며 당신을 위해 지그시 밟혀줄 것이다. 그렇게 당신이 발길닿은 그 곳에 가장 적합한 꽃을 피워주길 기다릴 것이다.
Chap. II 가 계속 이어집니다.
*** 본 내용은 투르키에, 중국을 폄하하기 위한 것이 아님을 명확히 해두고자 한다. 이들 국가에서 비즈니스 할 때 어려운 점들이 있기에 그 부분에 대해 공유하여 이들 국가에 진출을 계획하는 기업들이 탄탄히 준비함에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필자는 터키에서 오래 살았기에 감성적으로 무척 교감이 된다. 역사가 있고 제국의 기운이 있고, 한국 전쟁 시 자발적인 참전으로 도왔던 나라이기에 좋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