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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노아 Aug 18. 2024

30년 해외비즈니스 이야기
_34편의 재구성

Ch. II - 2 편

인생의 절반을 글로벌 비즈니스에 몸담았습니다. 지난 30여 년 경험과 구력이 해외 비즈니스를 계획하거나 도모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찬찬히 그간의 경험, 실용적인 얘기를 풀어내봅니다. 


본 주제의 글은 저의 브런치북 '도전자들의 이야기 II'(목요일 발행)와 '30년 해외비즈니스 이야기 II'(일요일 발행)에는 10편이 발행될 때까지만 싣도록 하겠습니다. 


저의 해외 비즈니스 이야기는 브런치 작가 지담과의 공저로 출간을 준비 중입니다. 지담은 브런치 작가이자 교수이며, 5년간 꾸준히 새벽독서를 이끌어 오고 있고, 지난 2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 5시에 인문학의 깊이 있는 내용의 글을 브런치에 올려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저와 지담과의 공저는 개인의 경험이 불안과 급변의 사회에 사업을 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의미 있게 전해져 그들의 삶에 유익한 경험서가 되게 하기 위함입니다.  9월 내지 10월 출간예정이며 브런치에 우선 조금씩 공개하고자 합니다.


본 주제의 글은 새롭게 만들 저의 브런치북으로 매주 목/일요일 지담브런치북 '지담과 제노아가 함께 쓰는 성공' 매주 토요일 5:00A.M. 발행됩니다. 


Ch. II 초기 글로벌 사업진출이 용이한 5개 추천국 헝가리, 이태리, 터키, 독일, 러시아를 중심으로

 

(II - 2편)


이태리는 감성적인 유럽에서도 특히 더 감성적인 국가이다. 매사에 유연하고, 관계를 중시하여 한번 맺은 인연을 무척 소중하게 여긴다. 그들은 아직도 대가족을 형성하고 사는데 모계사회의 특성이 있어서인지 집안은 어머니 중심으로 돌아가고 사회전반적으로 여성성이 강한 나라이기에 관계에 유연하며 낙천적이고 소통과 공감을 중요시한다. 자란 집, 동네, 지역을 잘 떠나려 하지 않고 가족과 같이 사는 삶에 익숙에 있다. 대학교육도 자라온 곳 인근의 대학을 선택하여 그 지역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하며, 나이가 들어 직업을 가질때에도 그 지역에서 우선 선택을 하려한다. 전 세계 대학에 이태리 출신 유학생이 제일 적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린 시절부터 책을 외우기보다는 대화하는 법,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법을 비롯해 소통하는 법을 중요하게 배운다. 몸에 베인 유창한 말솜씨, 자신의 뜻을 전하고자 하는 욕구, 그러면서도 경청하는 자세 등이 어려서부터 습관화되었기에 이들의 긍정적이고 유연한 마인드, 소통, 공감능력은 유럽가운데 최고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상대에 대한 이해와 배려, 공감이 뛰어난 것과 대충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 너그럽게 용인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얘기다. 이들은 자신들의 제품, 상품만큼은 뛰어난 장인정신으로 까칠하고, 까다롭고 세밀하고 깐깐하여 오차와 타협을 결코 용인하지 않는다. 대를 이어 내려오는 명장제도가 한 치의 오차 내지 모자람도 용인하지 않는 이들의 장인정신을 대변한다. 


이러한 문화는 제품을 만든다는 관점에서 볼 때 자신에게 주어진 분야만큼은 깊게 파고, 대를 이어 전수할 정도의 비법과 자부심으로 타의 추종이 불가한 수준까지 올려놓는다는 의미다. 그러니 철저히 차별화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텍스타일(옷감) 명장, 넥타이 명장, 와이셔츠 명장, 신발 명장, 양복 명장, 치즈 명장, 자전거 명장 등 명장이 만드는 제품에는 정신을 너머 만드는 이의 혼이 담겨 있고 품질은 비교할만한 제품이 없는 최상급으로 평을 받는다. 가격을 굳이 얘기하자면 와이셔츠 한 장에 3천 유로까지도 한다. 와이셔츠 한 장을 만들기 위해 최고급 원단은 당연하고 심지어 구매자의 신체적 특성을 감안한 원단만을 고집하기도 한다. 이 와이셔츠 명장의 제품은 전 세계 부호들이 개인적인 루트를 통해 정기적으로 주문제작하여 공급된다. 이러한 이태리의 명장 개개인들의 정신이 중소기업의 기저를 이루며 근간을 유지시켜 온 저력이라도 할 수 있다. 


이태리에서 명품들이 발달할 수밖에 없는 이유 가운데 사회적인 문화를 굳이 거론하자면, 이태리 사람들의 뽐내기, 과시하기 성향도 한몫을 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가 참으로 중요하다.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할 때도 테이블 위에는 지갑과 차 키를 항상 올려 둔다. 내가 어떤 차를 타고 다니는지, 내 지갑이 얼마나 두터운지 보여주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굶어 죽더라도 좋은 시계를 차고, 좋은 차를 타고, 좋은 신발을 신고, 좋은 양복을 입어야만 하는 것이다. 자신이 착용한 옷, 신발, 손가방이 얼마나 고급스럽게 자신을 돋보이게 해 줄 것인지가 이들에게는 중요하다. 하지만 소비자의 이러한 욕구가 제품에 대한 고급화, 차별화, 독특함을 독려했고 수요를 충족시켜 줄 만한 숨은 제품, 개성 있는 제품, 실력 있는 제품들을 등장시킨 것이다. 뽐내기, 과시하기 문화가 제품의 고급화로 이어지고 나아가 명인의 역할을 부각한 요인이 된 것은 분명하다. 나아가 성공한 명인의 고품격 제품들이 기업화되어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도 이끈 것이다. 물론 이태리 명품이 발달한 다른 이유들도 여럿 있지만 말이다.  




무엇보다 한국기업이나 기업가가 이태리로 진출할 경우 수월한 이점은 이들과 우리는 감성, 취향을 비롯한 정서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태리 기업이나 제품들의 한국 진출이 적극적이고, 한국기업의 이태리 진출도 용이하다. 한국의 글로벌 기업제품은 이태리 시장에서 마켓셰어 1~ 3위를 항상 유지할 정도로 선호도가 높다. 밀라노에서 기업활동을 해온 필자에게 이태리에 대해 어떻게 표현할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을 자주 하는데, 그때마다 한결같은 대답은 ‘Comfortable’이다. 유럽 각국은 나름대로의 자존심을 내세우고 있다. 예를 들면 프랑스 사람들은 영어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세계적인 관광국가임에도 영어를 터부시 하며 심지어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어색하게 만드는 경향도 있다. 또한 일부 유럽국가는 극우경향이 있어서 생활하기에 불편함이 큰데 이태리는 예외다. 한국인이 생활하기에 불편한 요인들이 적고, 외국인에게 개방적이어서 생활하기엔 상대적으로 편안하다. 물론 이태리 사회의 깊숙한 곳에는 가진 자들만의 리그가 따로 있으며 가족, 가문을 중시하여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부분도 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마디로, 이태리는 열린 국가이다. 이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안다면 이태리를 무대로 한 사업은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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