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 II - 4 편
인생의 절반을 글로벌 비즈니스에 몸담았습니다. 지난 30여 년 경험과 구력이 해외 비즈니스를 계획하거나 도모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찬찬히 그간의 경험, 실용적인 얘기를 풀어내봅니다.
본 주제의 글은 저의 브런치북 '도전자들의 이야기 II'(목요일 발행)와 '30년 해외비즈니스 이야기 II'(일요일 발행)에는 10편이 발행될 때까지만 싣도록 하겠습니다.
저의 해외 비즈니스 이야기는 브런치 작가 지담과의 공저로 출간을 준비 중입니다. 지담은 브런치 작가이자 교수이며, 5년간 꾸준히 새벽독서를 이끌어 오고 있고, 지난 2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 5시에 인문학의 깊이 있는 내용의 글을 브런치에 올려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저와 지담과의 공저는 개인의 경험이 불안과 급변의 사회에 사업을 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의미 있게 전해져 그들의 삶에 유익한 경험서가 되게 하기 위함입니다. 9월 내지 10월 출간예정이며 브런치에 우선 조금씩 공개하고자 합니다.
본 주제의 글은 새롭게 만들 저의 브런치북으로 매주 목/일요일, 지담브런치북 '지담과 제노아가 함께 쓰는 성공' 매주 토요일 5:00A.M. 발행됩니다.
Ch. II 초기 글로벌 사업진출이 용이한 5개 추천국 : 헝가리, 이태리, 터키, 독일, 러시아를 중심으로
(II - 4편)
터키는 한국과 '형제의 나라'라고 한다. 이유 없이 한국을 좋아한다. 6·25 때도 이유 없이 한국을 지원한 국가이기도 하다. 경제발전에 빨리 눈을 뜬 나라여서 OECD에는 한국보다 먼저 가입했다, 또한 터키는 한국처럼 천연자원이 부족한 나라여서 인적자원이 무척 중요한 국가이다. 문맹률이 높기도 하지만 반대로 교육열도 무척 높다. 한국처럼 매년 대학입시 수능 시험을 치르는데 응시자수가 약 170만 명 수준이다. 전체 인구가 한국의 2배 정도인 것을 감안해 볼 때, 대학입시 수능시험 응시자는 한국이 45만 명인 것에 비한다면 4배에 달하는 것이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사회도 피라미드 구조를 이루고 있을 정도로 인적자원의 경쟁력이 우리 못지않게 높은 나라라고 할 수 있다. 대학이 발달되어 있어 대학 졸업자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데 그만큼 개개인의 역량도 수준 높다. 다만, 자기 주체의식보다는 남이 바라보는 눈, 평가에 더 무게를 두는 경향이 커서 자존감이 부족한 부분은 있다. 자신의 절대적 역량의 가치보다는 남과 비교하는 상대적 역량이 중요하다 생각하는 것이다. 즉 삶의 중심을 자신이 아니라 타인에게 두는 것은 안타까운 부분이다. 따라서, 터키에서 사업을 할 경우 이 부분을 염두에 두고 터키 인력들을 독려하고 칭찬할 때 그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며 나아가 지속성장을 지켜낼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자원이 부족하다 보니 넓은 토지와 바다를 낀 사통팔달의 물류 이점을 살려 제조가 발달된 나라이다. 이런 지리적인 여건으로 인해 터키는 유럽, 중동진출 혹은 판매를 위한 교두보 기지가 되어 한국의 상당한 기업들이 정부의 지원을 받아 진출해 있다. 또한, 자동차, 전자, 화학, 제철 등과 관련된 중공업 산업이 발달되어 있어 세계 유수 브랜드의 공장단지들이 들어서 있다. 사업환경으로는 최적지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경제개발 모델을 벤치마킹하여 한국과 유사한 모습의 기업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아첼릭, 베스텔 등의 5대 재벌 비중이 터키 GDP의 60% 수준을 담당하고 있다.
유럽에 가깝고 유럽과 얽힌 역사가 있기에 유럽의 정서도 강하며, 앞에서도 표현했지만 한국과의 교류역사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짧은 기간에서도 한국과 교감이 깊고 정서적으로도 긴밀하게 이어져 있다. 한국인에 대한 우호성은 곧 수요가 되어 한국적인 것을 판매하는 사업이라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지금은 K-Culture의 영향이 무척 커서 한국 드라마, 영화, 엔터테인먼트, 음악, 웹툰 등의 콘테츠와 한국 화장품, 음식 등 한국적인 것에 관심이 더 높아진 데다. 터키는 여전히 성장하는 국가이고 글로벌 브랜드의 진출에는 정부가 나서서 적극 지원을 아끼지 않는 Invest Turkiye Program도 운영하는 등 기업 친화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으니 터키는 기회의 땅이 분명하다.
물론 앞서 거론한 대로 터키의 상술은 혀를 내두를 정도지만 이러한 기업가의 문화에도 불구하고 터키는 지리적, 사회적, 문화적, 역사적으로 우리가 진출할 사업환경으로는 아주 유리하다. 터키를 제대로 알고 이들의 상술에 철저하게 대비가 되어 있다면 이만큼 기회가 많은 시장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시 강조하건대 그들의 비즈니스 상술은 절대 가벼이 여길만한 상술이 아님을 다시 강조한다.
나의 글로벌 비즈니스 마지막 나라는 러시아였다. 그래서인지 30여 년의 사업경험을 바탕으로 진행된 러시아사업은 노련미가 빛을 발한 시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따라서, 러시아사업에 관한 필자의 주장에는 이론과 충분한 실전경험이 녹아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러시아 역시 전통적으로 한국에 우호적인 국가이다, 한국의 기술력을 높이 사서 러시아의 자원과 맞교환하자고 할 정도로 우호적이다. 전통적으로 부유한 국가, 품격과 멋이 있는 국가, 문화예술 수준이 높은 국가이다. 볼셰비키 혁명으로 세워진 공산정부 기간 동안 고품격적인 문화가 많이 약해지긴 했으나, 그 근본은 그대로 민족의 뿌리로 남아 부를 바탕으로, 글로벌 매너, 문화 예술의 가치를 아는 이들은 삶의 품격은 고품격으로 유지되고 있다. 또한 높은 학구열과 탄탄한 교육과정을 통해 우수인력을 지속적으로 배출하고 있고 디지털 시대에서는 서방의 트렌드를 유연하게 받아들여 뛰어난 로컬기업들이 자성하고 있는 나라다.
물론 한때 러시아 전역에서 극우주의 단체가 활개를 치고 다녔고 스킨헤드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매일 사회 문제를 일으켰으니 러시아에서 사는 것은 극도의 위험한 모험인 적도 있었다. 실제 한국이나 일본 유학생과 같은 유색인종 학생들이 거리에서 린치를 당하고 지하철 안에서 폭력을 당하는 사례도 빈번했다. 이 극우주의 단체나 스키헤드의 존재는 러시아가 지향하는 성숙한 사회, 발전하는 사회, 외국인이 찾는 사회의 비전을 훼손시키는 사회문화적 주범이었고 급기야 대통령은 국가의 발전, 고품격전통문화의 유지를 저해하는 이들 조직을 사회에서 격리시키는 의사결정을 내리고,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계기로 거리에서 이들이 사라졌다. 지금은 밤에도 맘 놓고 다닐 수 있는 안전한 나라가 되었다. 이것이 러시아 정부의 방식이다. 사회 발전을 방해하는 조직과 개인은 일거에 제거하고 목적하는 것은 필히 달성한다.
이들은 한국의 성장과 기술에 관심을 많아 한국 기업과의 협업, 지원에 적극적이며 한국 기업 유치에는 정부차원의 통 큰 혜택을 통해 주요 산업으로 육성시키기도 한다. 한국, 한국인, 한국의 것, 한국적인 것 모두를 좋아하며, 고려인의 영향인지 한국문화에 대한 편견도 없고 근래에는 한국 음식, 컬처, 콘텐츠를 유달리 좋아한다. 특히 감사한 것은 한국에 대해서는 손해를 보더라도 관계를 유지하려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한국인이 러시아 입국 시는 비자가 필요 없지만, 러시아인이 한국에 입국하려면 비자가 있어야 한다. 상호호혜 원칙이 적용되는 것이 비자인데, 한국-러시아의 비자 협정은 한국에 유리하게 되어 있다. 물론 이러한 단편적 현상이 한-러 관계의 전부를 대변할 예가 될 수는 없겠지만 '비자'라는 정체가 국가 간 힘의 논리가 담긴 것임을 감안하면 러시아가 한국에 대해 매우 우호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우호적인 한국이라도 러시아에서 사업을 원한다면 이들이 중요시 여기는 단 두 단어, 기본과 전통을 결코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 일상적인 생활측면에서 한국의 지하철을 타면 대다수가 모발폰으로 동영상, 웹툰, 게임에 몰입을 하나, 러시아 지하철을 타면 책을 읽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한국의 지하철에는 와이파이가 설치되어 통신 인프라가 세계 최고 수준이고 이로 인해 사람들이 모바일을 즐긴다고 타당하게 말할 수 있을지 몰라도 이러한 문화는 젊은이들의 미래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기에 러시아의 미래, 이들 젊은이들의 사고는 지금보다 강해질 것을 예상하게 한다. 그렇게 러시아는 기본과 전통에서 사업뿐만 아니라 국가의 저력이 감지되는 나라이다. 물론 전쟁을 배제한 상황에서..
사업적인 측면에서 독특한 점이 있다면, 1억 4천만 인구의 큰 시장이지만 프리미엄과 중저가가 공존하는 대표적인 시장이다. 유럽 제품, 특히 유럽 고가품을 선호하는 수요와 중국, 동남아 제품을 구매하는 수요가 지역, 도시를 중심으로 나뉘어 있다. 모스크바, 상페테스부르그는 고급제품 수요가 크게 형성되어 있어 유럽의 축소판이라 불리기도 할 정도다. 대표적인 예가 독일의 대표 고급차량인 벤츠인데 단일도시를 기준으로 모스크바가 메르세데스 벤츠 세단이 세계에서 제일 많은 도시이다. 그리고 모스크바의 백화점은 유럽 제품의 홍보 전시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러시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두터운 밍크 모피코트를 입고 유럽의 명품 구두를 신고, 유럽 명품 백을 든 러시아 남자, 여자일 것이다. 높은 고가 제품 구매력을 유럽 명품들이 충족시켜 주고 있는 시장이다.
부유층이 두터워 구매력은 높은 반면, 자국 제품은 이러한 구매력을 충족해 줄 수 있는 품질과 기술을 갖추지 못했기에 자연스럽게 유럽, 미국, 한국, 일본 제품을 선호한다. 러시아의 대표 자동차 브랜드 Lada는 자국 내 위상도 형성되지 않을 정도로 미미하여 수요를 견인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한국, 일본차에 대한 선호도는 높아서 중고차 시장에도 영향을 크게 미치고 있다. 자동차, 명품뿐만이 아니다. 전자제품 및 생필품도 외국 브랜드를 선호하는 시장이다. 한국 제품들도 러시아 시장에서 성공적인 사례를 만들고 있다. 전자제품, 전자저울, 보일러, 담배, 인삼, 제과, 라면 등 회사 전체 매출의 50%를 러시아 시장에서 창출하는 브랜드, 제품이 다수이다. 러-우 사태 이후, 글로벌 브랜드가 철수한 상황에서 한국산 제품들이 특수를 누리고 있는 것도 그동안 닦아 놓은 이미지와 제품 품질 때문이다.
현재는 글로벌 브랜드의 부재로 중국제품이 대거 진출하여 시장을 장악하는 상황인데 이 점은 러시아 정부도 우려하고 있다. 중국산 제품이 시장에 흡수되어 경제적으로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이런 정부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제품이 한국산 제품이다. 생션(sanction)으로 인해 진출이 제한적이지만, 한국에 대한 선호도와 외자브랜드에 대한 높은 수요를 고려하면 매우 매력적이고 기회가 무척 많은 시장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는 한국인인 필자의 견해만이 아니다. 러시아 입장에서도 한국 브랜드, 제품이 적극적으로 진출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나아가 K-컬처 영향으로 수요는 급증하는 상황이며, 기본적으로 큰 시장이기에 미래를 고려한다면 사업적으로 매력적인 국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