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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산우옹 Mar 29. 2023

어찌 살가죽마저 벗겨 가는가?

동방의 향기: 한시(韓詩)로 읽는 역사와 인물 (15)


동방의 향기

한시(韓詩)로 읽는 역사와 인물 (15)

--- 이규보 (2)

어찌 살가죽마저 벗겨 가는가?     

代農夫吟 (대농부음) > 

     --- “농부를 대신하여 읊은 노래

     

 帶雨鋤禾伏畝中 (대우서화복무중) 

    비 맞고 김을 매며 논두렁에 엎드리니

 形容醜黑豈人容 (형용추흑기인용) 

    추악하고 검은 몰골이 어찌 사람의 모양인가.

 王孫公子休輕侮 (왕손공자휴경모) 

    왕손공자들이여, 우리를 업신여기지 마소

 富貴豪奢出自儂 (부귀호사출자농) 

    그대들의 부귀호사, 우리들로부터 나온 것이라오. 

    

 新穀靑靑猶在畝 (신곡청청유재무) 

    새 곡식 푸르게 아직 밭에서 자라고 있건만

 縣胥官吏已徵租 (현서관리이징조) 

    관아의 서리들은 벌써 조세를 징수하고 있네

 力耕富國關吾輩 (역경부국관오배) 

    힘껏 일해 부자 나라 만들기 우리들에게 달렸는데

 何苦相侵剝及膚 (하고상침박급부) 

    어찌 이다지도 빼앗으며 살가죽마저 벗겨 가는가.      

  

  

  초여름 들판이다. 농부는 비 맞고 모내고, 따가운 햇살 맞으며 김을 매었다. 누추한 차림새로 엎드려 논일, 밭일하느라 몰골이 말이 아니다. 그네들이 호의호식하는 그 호사가 어디에서 나오는지도 모른 채 양반 자제들은 우릴 무지렁이 취급한다. 봄부터 땀 흘려 일한 덕에 들판에 새싹이 파랗게 자라고 있다. 아직도 추수하기까지 넘겨야 할 일들이 많이 남아있는데도 저 야박한 아전들은 벌써부터 세금 매기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나라의 살림이 결국은 우리한테 달려 있건만, 해도 해도 너무 많이 수탈한다. 아예 살가죽을 벗겨가려는 듯 가렴주구(苛斂誅求)가 횡행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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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출간 협의를 위해 본 시화(詩話)의 컨텐츠를 

별도 보관한 베타 버전(Beta Version)으로 만들었습니다.

문의사항이 있으신 분은 

저자의 이메일(solonga21@gmail.com)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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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시각에서 이규보는 우리 민족 최고의 대문호일 뿐 아니라 세계 문학사에서도 재평가 받아야 될 인물이다. 


수양버들 그늘 아래 문은 반쯤 닫혀있고
떨어진 꽃잎 위에 스님은 취해서 누워있으니


글씨: 허봉(虛峰) 길재성(吉在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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