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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산우인 May 10. 2023

한 떨기 매화가  불등에 비치나니

동방의 향기: 한시(韓詩)로 읽는 역사와 인물 (21)

 동방의 향기:

한시(韓詩)로 읽는 역사와 인물 (21)


한 떨기 매화가 불등에 비치나니

 

息影菴 (식영암)

    -- “식영암 스님 

    

 浮世虛名是政丞 (부세허명시정승)

  뜬 세상의 헛된 이름, 이것이 정승이요

 小窓閑味卽山僧 (소창한미즉산승)

  작은 창의 한가한 맛, 것이 곧 산속의 승려라네

 箇中亦有風流處 (개중역유풍류처)

  그 가운데 또한 풍류를 즐길 곳이 있나니

 一朶梅花照佛燈 (일타매화조불등)

  한 떨기 매화꽃이 불등에 비친다네


      

  이제 내 나이 예순하고도 일곱해가 되었다. 벼슬살이 50년을 마치고 이 곳 강화도로 낙향하였다. 반백년 국록을 먹는 동안 영광도 많았지만 시련도 많았다. 약관 17살에 시작한 벼슬길, 왕실의 암투도, 권신들의 정략도 도외시한 채 맡은 바 소임을 다하였다. 그러나 의도하지 않은 왕권정쟁에 말려 강화도로 유배를 왔었다. 물설고 낯선 유배지였지만, 다행히 지기(知己)를 만났다. 10년 연상의 선원사(禪源寺) 주지인 식영암(息影菴) 스님이다. 불법은 말할 나위없고 시서화에 일가견이 있어 뵐 때마다 그 맑음과 깊이에 감탄을 금치 못하였다. 조각배를 저어 주지 스님을 뵈러 갔었고, 그 분의 배려로 선원사 경내의 작은 암자에 해운(海雲)이란 편액을 걸었었다. 어느덧 오랜 세월이 지났건만 스님의 몸가짐과 가르침이 눈에 선하고, 귀에 쟁쟁하다. 조정의 품계가 정승의 반열에 오른들 도무지 헛된 이름일 뿐, 어찌 식영암 스님의 전아(典雅)함과 비하랴? 세속의 탁한 즐거움에 취한 속인들은 이 한적한 곳에 무슨 재미가 있느냐고 물으리라. 저기 부처님께 공양드리는 등불에 비친 한 떨기 붉은 매화꽃이 맑은 풍류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참으로 담백한 즐거움을 누릴 줄 아는 고결한 선비의 마음가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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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출간 협의를 위해 본 시화(詩話)의 컨텐츠를 

별도 보관한 베타 버전(Beta Version)으로 만들었습니다.

문의사항이 있으신 분은 

저자의 이메일(solonga21@gmail.com)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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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直節誰容俗眼着(곧은 절개 어느 누구의 속된 눈길을 허락하랴)”라고 노래하고 있다.


이슬 맞은 푸른 대나무
어느 누구의 속된 눈길을 허락하랴


글씨: 허봉(虛峰) 길재성(吉在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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