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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환 Sep 16. 2022

가평 암요양병원을 다녀온 후

큰 아버지의 폐암 투병

먼저 내가 암에 걸린 건 아니다.

큰 아버지께서 폐암2기 진단을 받으셨다.


올해 69세이신 큰 아버지의 폐암2기 진단 소식이 우리 집을 포함한 친인척들에게 알려졌다.

소식을 알리신 큰 어머니는 어쩐지 담담한 모습이었다. 


"이제 갈 때가 되었나봐.."

"2기면 살 수 있대 걱정마"

"살 만큼 살았는데 못살면 그냥 가는거지 뭐"


어른들의 대화는 참으로 이상하다. 죽음 앞에 초연한 걸까. 아무렇지 않게 죽음을 얘기한다. 


큰 아버지는 대학병원서 폐암 2기 진단 후 수술 날짜를 받아 놓으셨다. 

그 전에 종양의 크기를 줄이기 위해 항암치료를 하는데 이게 부작용이 매우 심하다하여 항암치료 부작용을 완화하면서 기력을 회복하기 위해 암요양병원에 입원을 하셨단다.



경기도 가평에 있는 암요양병원이다.

태어나서 요양병원은 처음 와본다.



확실히 자연을 벗삼아 요양하기 좋은 환경이었다.

약선식단이라고 밥도 매우 고급지다.



어머니는 먹을 걸 싸가지고 가려하셨지만 암 환자에겐 혹여나 부담이 될까 그냥 봉투만 준비해 큰 어머니께 건네셨다.


큰 아버지의 평소 생활습관에 대한 큰 어머니의 질타와 어머니의 위로 섞인 대화에 끼지 못한 채 건물 밖으로 나와 잠시 산책을 했다.


이건 병원분들이 친절해서 넣어준 서비스 컷


나즈막한 뒷산에 오를 요령으로 길을 걷다보니 텃밭이 보였다.

하긴 24시간 건물 내에만 있을 순 없으니 여가생활 겸 텃밭을 가꾸는 것도 좋겠지..



뒷산 중턱에 오르니 마사토로 된 넓은 공터가 나왔다. 

어느 한 중년여성이 나를 보고 인사를 했다.

머리엔 두건을 쓰고 있었고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맨발로 흙을 밟고 있었다. 

바로 알 수 있었다.


 "암환자구나.."


두건은 항암치료 부작용으로 탈모가 있었겠지..

그외 외관은 보통사람과 같았다. 


교회에서 접할 법한 밝고 상냥한 말투로 인사를 해온터라 나도 모르게 "아네 안녕하세요"하고 큰 소리를 내어 화답했다. 


맑던 날씨가 갑자기 꾸물


"이쪽으로 가셔도 아무것도 없는데..."

이런..여긴 산책로가 아니란다..

산책로는 병원 입구 근처에 있다고...


다시 뒷산을 내려가 병원입구 쪽으로 길을 따라갔다.

여름에 뛰어들면 좋을 듯한 개울물이 나왔다. 


그 안으론 밤나무가 우거진 산책로가 펼쳐졌다. 



걸으며 생각했다.

사망자의 30%이상은 암으로 죽는단다.


세명 중 한 명은 암에 걸린다는 말인데 그렇게 생각하니 왠지 오싹했다. 

나는 담배도 태우고 술도 마신다.


몸에 좋지 않다는 건 잘 알지만 아직 이상이 없는지라 와닿진 않는다.

그러다 큰 병이 되면 후회하는 거겠지..



큰 아버지께서도 담배를 40년을 태우셨다.

어릴 적 담배심부름을 하던 기억이 있다. 


오복(五福) 중에 제일은 건강이라고 했다.

돈과 명예가 있다 한 들 건강이 쇠하면 무슨 소용이랴..

평소 와닿지 않던 진리가 큰 아버지의 암투병으로 새삼 와닿는 하루였다. 


큰 아버지 일로 부모님들 건강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아직은 정정하시지만  머지않아 약해져가겠지...

이런 생각이 스치자 거동이 자유로울 때 가족여행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이 불편해지기 시작하면 가족여행도 영원히 못하게 되지 않는가..?

이런 생각이 계속되자 불안감과 조급함이 밀려 왔다. 


그렇다. 살아계실 때 효도뿐 아니라 건강하실 때 부모님과 추억을 만들아야 한다.

건강이 지고나면 그 무엇도 함께 할 수 없고 그저 노쇠해져가는 측은한 부모님을 보게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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