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울

by 조가

그 문을 지나자, 나는 마을에 도착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마을 같았던 ‘무언가’였다.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무언가를 속삭였고, 웃었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들의 눈빛은 서로에게 향하지 않았다.
그들은 오직 자신의 손에 들린 저울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각자의 저울 위에는 무언가가 놓여 있었다.
누군가의 저울에는 지식이, 누군가의 저울에는 돈이, 또 누군가의 저울에는 사랑이 있었다.
그들은 끊임없이 저울의 눈금을 확인했다.
그리고 옆 사람의 저울을 슬쩍 바라보았다.

“저 사람은 나보다 더 무거워.”
“그래도 나는 저보다는 가볍지 않아.”
그 말들이 마을의 공기를 채웠다.
여기서는 무게가 곧 가치였다.
가벼운 것은 무시당했고, 너무 무거운 것은 시기받았다.

나는 한 노인에게 물었다.
“저울이 없으면 어떻게 됩니까?”
노인은 내 말을 듣고 흠칫 놀랐다.
“저울이 없으면… 네가 누군지 알 수 없지.”
그의 눈에는 두려움이 깃들어 있었다.
“이곳의 모든 질서는 저울 위에 있다.
우리는 저울로 자신을 증명하고, 타인을 판단하지.
저울이 없으면, 세상은 무너진다.”

나는 그 말을 곱씹었다.
‘세상이 무너진다’는 말은,
아마 비교가 사라진다는 뜻일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물었다.
“그렇다면 자유란 무엇입니까?”

노인은 잠시 침묵하더니, 씁쓸하게 웃었다.
“자유?
자유의 반대말은 구속이 아니야, 젊은이.
자유의 반대말은 저울이지.”

그 말이 내 귓속에 남아 오래 울렸다.
나는 마을을 천천히 걸었다.
모두가 저울을 들고 있는 그 모습이, 묘하게 아름다우면서도 잔혹했다.
그들은 서로의 무게를 측정하며, 안심하고 있었다.
비교 속에서만 자신을 믿을 수 있는 세계.
그곳에서 나는 완전히 이방인이었다.

나는 저울을 들지 않은 유일한 자였다.
그래서 그들은 나를 쳐다봤다.
‘무게가 없는 자’ —
그건 곧 ‘존재하지 않는 자’였다.

아이 하나가 내게 다가와 물었다.
“아저씨, 당신의 저울은 어디 있어요?”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아이의 눈에는 순수한 호기심이 있었지만,
그 눈빛 뒤에는 세상의 질서가 이미 새겨져 있었다.

나는 미소를 지었다.
“잃어버렸단다.”
그 말에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시 찾아야겠네요.
저울이 없으면 길을 잃어요.”

아이의 말이 내게 박혔다.
길을 잃는 것
그건 내가 가장 잘 아는 일이었다.

밤이 되자, 마을의 사람들은 하나둘 사라지고
중앙 광장에 거대한 저울 하나만 남았다.
달빛이 그 위에 비치자, 저울은 은색으로 빛났다.
나는 다가가 그 위에 섰다.
눈금이 흔들렸다.
무게가 없었다.
나는 가벼웠다.
너무 가벼워서, 바람에도 흔들릴 만큼.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때 나는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나는 알았다.
무게가 없다는 건,
누군가의 기준으로 나를 재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라는 것을.

나는 속삭였다.

“저울이 깨어질 때, 나는 비로소 나로 존재한다.”

그리고 한 걸음 물러섰다.
저울이 천천히 균형을 잃고 기울어졌다.
무게 없는 한쪽이, 하늘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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