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이 나를 만드는가, 내가 걱정을 만드는 가
걱정은 조용히 다가온다. 누가 부르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곁에 앉아 나를 들여다본다. 그리고 묻는다. “지금 괜찮은 거야?” 그 물음에 대답하려는 순간, 나는 이미 수백 가지 가능성 속에 빠져 있다.
생각이 많다는 건 미래를 준비하는 걸까, 아니면 현재를 무너뜨리는 걸까.
어쩌면 걱정은 내가 만든 그림자이고, 그 그림자에 내가 스스로 갇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또 이렇게 말하게 된다. “혹시 모르니까.” “그럴 수도 있으니까.” 그 ‘혹시’와 ‘만약’의 언어 속에서, 나는 나를 잃어간다.
이 글은 생각이 많아 스스로를 괴롭히는 이들, 걱정이 많아 삶을 주저하는 이들, 그런 당신에게 보내는 이야기다.
이 글 속에서 우리는 함께 질문할 것이다. 걱정은 어디서 왔고, 왜 나를 따라다니는가. 그리고 나는 그 걱정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멈춰 있는 마음 위에 앉은 바람
가끔은 마음이 멈춰 있는 것 같다.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건 알겠는데, 몸은 그대 로고, 생각만 빙글빙글 돌고 있다. 움직이지 않는 마음 위로, 수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간다. ‘이게 맞는 걸까.’ ‘괜찮을까.’ ‘이러다 무너지면 어떡하지.’
그 바람은 지나가기도 전에, 내 안에 머물며 뿌리를 내린다. 나는 그 뿌리를 뽑지도 못한 채, 그 위에 또 다른 생각을 얹는다.
어쩌면 걱정이란, 멈춘 마음 위에 계속 쌓이는 먼지 같은 걸지도 모른다. 닦아내지 않으면, 언젠가는 내 시야를 가려버릴.
그런 날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연습이 필요하다. 움직이지 않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물러 보는 것. 생각을 없애려 하지 않고, 그저 ‘스쳐가는 바람’으로 받아들이는 것.
바람은 머무르지 않는다. 내 마음 위에 앉아 있던 그것도, 결국은 지나간다.
당신의 마음 위엔 지금 어떤 바람이 머물고 있나요?
고요한 척, 마음은 떠들고 있었다
겉으로는 조용하다. 아무 일도 없는 얼굴. 익숙한 표정, 흔들림 없는 말투. 하지만 그 안에서 마음은 끊임없이 웅성거린다.
“혹시 내가 이상한 걸까?” “다들 잘 사는 것 같은데 나만 이러는 걸까?” “그냥 사라지고 싶다”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는 대신, 생각 속에서 계속 재생된다.
사람들은 말한다. “생각을 멈춰야 해.”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 하지만 그런 말이 더 나를 죄이다. ‘생각을 멈추지 못하는 나’는 또다시 자신을 탓하기 시작한다.
고요한 척하는 삶 속에서 나는 얼마나 많이 나를 감추며 살았을까.
걱정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은, 사실 그 누구보다 조용히 자기 자신과 싸우고 있는 중이다.
그 마음을 위로해 줄 사람은 세상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 자신 뿐일지도.
당신은 오늘 당신의 마음의 소리를 제대로 들어주었나요?
나의 상대는 나였다
나는 오랫동안 싸워왔다. 상황과 싸우고, 타인과 비교하며 괴로워하고, 환경을 탓하며 이유를 찾았다.
하지만 결국 가장 날 힘들게 했던 상대는 바로 나 자신이었다.
내가 나를 의심했고, 내가 나를 미워했고, 내가 나를 가로막았다.
“왜 넌 이것밖에 못해.” “다른 사람은 다 잘하는데 너는 왜 항상 이 모양이야.” “좀 더 잘할 수 있었잖아.” 이런 말들을 남이 한 게 아니라, 내가 나에게 했다.
나는 내가 만든 기준에 스스로를 가두고, 내가 만든 두려움 속에서 발버둥 쳤다. 그리고 그 괴로움의 원인을 세상 때문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이 싸움의 진짜 상대는 밖이 아니라 안에 있었다. 말없이 나를 깎아내리는 ‘내 안의 또 다른 나’였다.
이제는 그 상대와 싸우는 대신, 이야기해보려 한다. 왜 그렇게 아팠는지, 왜 그렇게 나를 몰아붙였는지. 그리고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을지.
당신은 당신과 싸우고 있나요? 아니면 당신과 함께 살아가고 있나요?
결국엔 나 자신이 제일 소중했다
모든 걸 내려놓고 나서야 알게 된다. 애쓰던 관계, 남들의 시선, 불확실한 미래, 그 모든 걱정들 너머에 가장 지켜야 할 존재는 바로 ‘나’였다는 걸.
나는 나를 잃지 않기 위해 세상을 이해하려 애썼고, 사람들과 잘 지내려 마음을 다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가장 소중한 ‘나’를 자주 뒷자리에 두었다.
상처받은 날에도 억지로 웃으려 했고, 벼랑 끝에서도 스스로에게 “괜찮아야지”라고 다그쳤다.
그러다 문득, 모든 게 무너진 듯한 어느 날, 남아 있는 것은 지친 나 자신 뿐이었다.
그때 깨달았다. 내가 나를 돌보지 않으면 아무도 나를 대신 살아줄 수 없다는 것을.
타인을 이해하는 것도, 세상을 견디는 것도, 결국은 ‘나’라는 기반이 건강할 때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이제는, 조금 더 나에게 친절하려 한다. 조금 더 나를 믿고, 조금 더 나를 아껴주려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나를 안아줄 수 있다면 행복해요.
에필로그. 폭풍이 지나고 나니 고요했다. 나는 고요하다.
한때는 하루에도 몇 번씩 무너졌고, 한밤중에 끝없는 생각에 잠을 설쳤고, 마음속엔 늘 짙은 안개가 껴 있었다.
생각이 너무 많아서 삶이 멈춘 것처럼 느껴졌고, 걱정이 너무 커서 나 자신이 작아 보이곤 했다.
하지만 그 모든 순간을 지나 나는 여기까지 왔다.
무언가를 극복한 것도 아니고, 완전히 달라진 것도 아니다. 그저, 그 폭풍 같은 날들 속에서 나는 조금씩 나를 알아보게 되었다.
걱정은 여전히 찾아오지만 예전처럼 두렵지 않다. 생각은 여전히 많지만 예전처럼 나를 집어삼키지 않는다.
나는 이제 안다. 모든 것이 지나간다는 것을. 그리고 그 끝에 남아 있는 존재는 언제나 나 자신이라는 것을.
그래서, 지금 나는 말할 수 있다. 나는 고요하다. 그 고요함은, 폭풍을 견뎌낸 자만이 가질 수 있는 평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