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re Silence Stays
사람들은 대체로
남의 말을 끝까지 듣지 못한다.
나도 그렇다.
상대가 내 말을 놓치는 순간,
나는 본능처럼 움직인다.
손짓이 먼저 나오고
말이 뒤따른다.
그게 습관이었다.
오래된 생존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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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내 말이 자주 멈추던 시절이 있었다.
“뭐라고?”
그 말은 질문이 아니었다.
설명하라는 요구도 아니었다.
그건 늘
“너는 아직 여기 사람이 아니다”라는
확인처럼 들렸다.
그래서 나는
말을 붙잡았다.
정확히는
말이 아니라
나 자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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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많이 나아졌다.
이곳에서 산 지도 오래됐고,
되묻는 얼굴도 거의 보지 않는다.
그래도 가끔,
상대의 눈이
내 말을 스쳐 지나가는 순간이 오면
나는 아직도
손이 먼저 나가고
말이 늦게 따라온다.
설명부터 하려는 나를
뒤늦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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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그걸 멈추는 연습을 하고 있다.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자리,
말을 붙잡지 않아도 되는 상태.
마치
이 숲에 서 있는
큰 나무처럼.
큰 나무는
바람이 불어도
굳이 흔들림을 증명하지 않는다.
그늘을 만들지만
그늘이라고 말하지 않고,
서 있어도
존재를 주장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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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나는
늘 움직였다.
사람들 사이에서,
언어 사이에서,
사라지지 않기 위해.
하지만 이제는 안다.
모든 말이
증명일 필요는 없다는 걸.
설명하지 않아도
남아 있는 것들이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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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숲에서는
아무도 되묻지 않는다.
너구리는 질문하지 않고,
나는 설명하지 않는다.
여기서는
말을 잃어도
실패가 아니다.
그냥
조용히
서 있으면 된다.
⸻
나는 아직
말을 멈추는 연습 중이다.
내 말을 구하지 않고,
나 자신을 변호하지 않고,
오해를
오해로 남겨두는 연습.
생각보다
꽤 사나운 일이다.
⸻
그래도 가끔,
이 숲은 가르쳐준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내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오늘의 나는
그걸 알고 있다.
그래서
설명하지 않기로 했다.
이 숲에서는
침묵이
더 정확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