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살아있음

the life i’m still in

by NickA

나는 사실 가끔 멍청하다.


왼쪽과 오른쪽이

한 번에 떠오르지 않는다.


택시를 타서 길을 설명해야 하면,

먼저 속으로 확인한다.


“왼쪽이… 좌회전. 맞지?”


그러고 나서 말한다.


“여기서 좌회전해주세요.”


사람들은 모른다.

나는 이제 서른이 넘었고,

성인은 당연한 걸 묻지 않는다고 믿는다.


그래서

묻지 않고,

설명하지 않고,

그냥 지나간다.


가까운 사람들만 안다.

내가 가끔

갑자기 멈춘다는 걸.


그들은 이유를 묻지 않는다.

대신

잠깐 멈춰준다.


그 외에는

대체로

아무 문제없다.



요즘 외국인들이 많이 보인다.


한국말을 나보다 잘하는 사람도 있고,

아직 서툰 사람도 있다.


“안녕하세요”라는 말만 들어도

나는

어떤 의도로 말을 거는지

어조로 먼저 느낀다.


그리고 가끔

그들의 표정에서

과거의 나를 본다.


길을 묻거나,

낯선 상황에 놓였을 때,


그들은

몸 전체로

자기 말을 붙잡고 있다.


나는 그런 얼굴을 보면

조금 느려진다.


그들의 말을

끝까지 들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가끔

이 숲을 이해하려 한다.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왜 이렇게

조용한지.


나는 본능적으로

세상을 나누고,

이름 붙이고,

설명하려 든다.


그건

오래된 습관이다.


하지만 이 숲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다.


길도 없고,

경계도 없고,

주인도 없다.


나는 그냥

그 안을 걷는다.



사회에서는

내가 누구인지

말해야 했다.


무슨 일을 했고,

어디서 왔고,

왜 이런 사람이 되었는지.


이 숲에서는

그런 말이 필요 없다.


설명하려 하면

오히려

길을 잃는다.



여기서는

오해가 실패가 아니다.


말이 없기 때문에

오해도 없다.


그래서 나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냥

살아 있다.



가끔

이 숲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이유를

생각한다.


완벽한 이해는

언제나

사람을 움직이게 한다.


하지만 이곳에는

움직일 이유가 없다.


너구리도,

나도

그냥

머문다.



나는 여전히

이 숲을 이해하려 든다.


하지만 점점

설명을 멈추는 쪽으로

몸이 먼저 간다.


질문을 줄이고,

증명을 놓고,

그 자리에 남는다.


그걸

포기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나는

그렇게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