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밤

After the Night

by NickA

20대의 마지막에

나는 사람과 끝까지 소통해야 하는 일을 했다.


알바 하나,

특기로 돈 벌 수 있는 일 하나,

그리고 열정 하나로

돈 한 푼 안 되는 일 하나.


그중 하나는

coffee & beer pub이었다.


사장은 가끔 왔다.

상황만 보고 사라졌다.


나는 노동과 책임만 남은

바지사장이었다.


손님은 하루에 한 테이블.

시간이 아니라

공허가 흘렀다.



어느 날,

한 남자가 술에 취해 들어왔다.


나는 칵테일을 만들 줄 몰라

그 메뉴판을 빼고 드렸다.


처음엔

아무 문제없었다.


그는 고독에 취했고,

나는 끝나기만 기다렸다.


삼십 분쯤 지났을 때

그가 말했다.


“야, 사장 오라 그래.”


뜬금없었다.


그는

사장의 이름을 정확히 부르며

반복했다.


“오라 그래.”


나는 짧게 계산했다.


여자는 사장,

이 남자는 취객.

오면 사고 난다.


그래서 말했다.


“사장님은 퇴근하셨어요.”



마감을 하려고

화장실로 향하던 중이었다.


뒤에서

머리카락이 잡혔다.


단단한 손.

놓아줄 생각이 없는 힘.


공기가

잠깐 눌렸다.


말보다 먼저 시작된 폭력은

말로 끝나지 않는다.


나는 숨을 들이켰다.

본능처럼 몸이 반응했다.


그때가

스무 살의 마지막이었다.


더 이상

버틸 나이가 아니라는 걸

몸이 먼저 알았다.


“다시는.”


몸을 틀어 빠져나왔다.

잡힌 부분만 남기고.


그 손이

곧바로 멱살로 옮겨왔다.


천이 당겨지고,

목이 끌려갔다.


짧은 순간인데

장면은 길었다.


공기가 잘리고,

숨이 흔들렸다.


욕설이 쏟아졌다.

명령과 불만이

엉겨 붙은 소리.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언어 대신

몸으로 버텼다.


빠져나와야 했다.

그게 전부였다.


싸움도 아니고,

승리도 아니고,


그저

살아남으려 한 순간.



그때

사장이 들어왔다.


사장은 나를 말렸다.


나는 말했다.


“경찰 불러주세요.”


그는

갑자기 정신을 차렸다.


나는 다시 말했다.


“경찰 부르죠.”


사장이 소리쳤다.


“그만해요. 좀.”


벙쪗다.


내가 맞았는데.


이 상황에서

경찰을 부르는 게

이상한 일처럼 느껴졌다.



사장은

그 취객과 아는 사이인 듯했다.


나를 붙잡아놓고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야, 왔으면

왔다고 전화는 해야지.”


그리고

그냥 나갔다.


그 순간

나는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게를 잠글 키는

내게 없었다.



마감을 거의 끝냈을 때

사장이 돌아왔다.


그는 말했다.


“이해해요.

당신이 젊게 보여서 그래.”


말은 위로처럼 들렸고,

의미는 달랐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분노도,

모욕도,

정당함도,

설명도 없었다.


그냥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다음 날도 출근했다.


그게

그 세계의 방식이었다.


말해도 바뀌지 않는 일은

말하지 않는 게 더 빠르다.



그날 밤,

나는 숲으로 돌아왔다.


속은 아직 끓었고,

머릿속은

같은 장면을 반복했다.


바람이 나뭇잎을 끌며

잠깐

심장과 박자를 맞췄다.


어둠이

천천히 두꺼워졌다.


그때,

무언가 서 있었다.


사람처럼 보이는데

사람은 아니었다.


숨도,

움직임도 없었다.


멀리 서는

나무 같았고,

가까이 가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말하지 않았다.

그것도

말하지 않았다.


이상하게

몸이 먼저 느슨해졌다.


나는

그 자리에 잠시 섰다.


아무 일도

정리되지 않았지만,


그날 밤만큼은

도망치지 않아도 되는 것 같았다.


말하지 않아도

바뀌지 않았고,

말해도

바뀌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