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흙 속에 잠든 비명
청동 조각에서 시작된 진동은 민준의 손목을 타고 올라와 어깨, 그리고 심장 근처까지 도달해 있었다. 그것은 마치 수천 년 동안 억눌려 있던 비명이 좁은 금속의 틈새를 뚫고 터져 나오는 듯한 격렬한 박동이었다. 민준은 자신의 호흡이 가빠지는 것을 느꼈다. 고고학자로서 평생을 바쳐온 ‘물질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무기질의 금속이 인간의 체온에 반응하여 이토록 생생한 생명력을 내뿜는다는 것은, 그가 아는 물리학과 고고학의 범주를 아득히 넘어선 현상이었다. 그는 붓을 쥐었던 손을 떨며 청동 조각의 가장자리를 다시 한번 훑었다. 흙먼지가 걷힌 자리에는 아까보다 더 선명하게 ‘귀향(歸鄕)’이라는 두 글자가 기괴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그것은 한반도 전역을 통틀어 그 어떤 지층에서도 보고된 적 없는, 잃어버린 대륙의 문법이었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민준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주변을 살폈다. 갱도 안의 공기는 여전히 정지해 있었고, 위쪽에서 들려오는 인부들의 잡담 소리만이 이 상황이 현실임을 일깨워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 평범한 소음들조차 민준에게는 먼 곳의 이야기처럼 아스라하게 들렸다. 바로 그때였다. 갱도 입구를 비추던 노을빛이 돌연 차단되었다. 마치 거대한 장막이 하늘을 가린 듯, 민준의 머리 위로 짙고 긴 그림자가 쏟아져 들어왔다. 민준은 반사적으로 청동 조각을 가슴팍으로 끌어당기며 고개를 들었다.
갱도 끝자락, 깎아지른 듯한 흙벽의 경계에 한 사내가 서 있었다.
사내는 발굴 현장의 거친 흙먼지와는 지독하리만큼 이질적인 모습이었다. 잘 재단된 짙은 회색의 코트 단추를 끝까지 채운 채, 사내는 미동도 없이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역광 때문에 얼굴은 정확히 보이지 않았지만, 사내의 눈빛만은 어둠 속에서도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 눈은 민준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민준의 손안에 숨겨진, 여전히 붉은 열기를 내뿜고 있는 그 청동 조각의 ‘진동’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그 진동이 멈추지 않는 것은, 당신의 피가 그것을 불렀기 때문입니다. 강 박사님.”
사내의 목소리는 낮고 건조했다. 그것은 질문이 아니라, 민준이 처한 지적인 당혹감을 비웃는 확신에 찬 선언이었다. 민준은 심장이 조여드는 통증을 느끼며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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