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락을 따라 난 오솔길은 언제나 조용하다. 도시의 소음과는 거리가 먼, 자연의 숨결만이 살아 있는 길. 나무들은 바람에 몸을 맡기고, 풀잎은 햇살을 받아 반짝인다. 그 길을 걷는 시간은 내게 작은 명상과도 같다. 아무도 없는 길을 걷는다는 건, 세상과 잠시 떨어져 나 자신과 마주하는 일이다.
그날도 나는 평소처럼 오솔길을 걷고 있었다. 바람은 부드럽게 불었고,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조각조각 떨어졌다. 흙길 위엔 지난밤 비에 젖은 흔적이 남아 있었고, 그 위로 내 발자국이 하나씩 새겨졌다. 그렇게 걷고 있던 중, 갑자기 작은 기척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리자,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숲 속에서 조심스럽게 모습을 드러냈다. 회색빛 털에, 눈동자는 맑고 또렷했다. 고양이는 나를 바라보며 잠시 멈춰 섰다. 그 눈빛엔 경계심이 가득했지만, 동시에 묘한 호기심도 담겨 있었다. 마치 “넌 누구니?” 하고 묻는 듯한 시선이었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조용히 그 아이를 바라보았다. 고양이는 몇 초간 나를 응시하더니, 이내 천천히 내 앞을 가로질러 갔다. 그 움직임은 조심스럽고도 단호했다. 마치 이 길의 주인은 자신이라는 듯, 당당하게 흙길을 밟고 지나갔다. 나는 그 작은 생명이 지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속에 잔잔한 울림을 느꼈다.
그 순간, 나는 문득 생각했다. 우리 삶도 이 오솔길 같다고. 누구나 자기만의 길을 걷고, 때로는 누군가와 스치고, 또다시 혼자가 된다. 고양이처럼 조심스럽게 다가왔다가, 아무 말 없이 지나가는 인연도 있다. 그 짧은 마주침이, 때로는 긴 여운을 남긴다. 어떤 인연은 스쳐 지나가면서도 마음속에 깊은 흔적을 남긴다. 그 흔적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고양이는 어느새 숲 속으로 사라졌고, 오솔길은 다시 고요해졌다. 하지만 내 마음속엔 그 작은 생명이 남긴 따뜻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 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저 나타나서, 나를 바라보고, 지나갔을 뿐이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이 내 하루를, 아니 어쩌면 내 삶의 한 조각을 부드럽게 물들였다.
나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바람은 여전히 불었고, 나뭇잎은 속삭였다. 고양이는 사라졌지만, 그 존재는 내 마음속에 살아 있었다. 오솔길은 그렇게 또 하나의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이야기를 가슴에 담은 채, 조용히 길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