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막함이라는 이름이 고요

오늘 하루

by 산들강바람

막막함은 종종 아무런 예고 없이 찾아온다.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누군가 상처를 준 것도 아닌데, 문득 마음 한구석이 텅 빈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 감정은 이름을 붙이기 어려울 만큼 애매하고,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복잡하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막막함’이라고 부른다.


막막함은 고요하다. 격렬한 슬픔이나 분노처럼 요란하지 않다. 오히려 너무 조용해서, 그 존재를 알아차리는 데 시간이 걸린다. 처음엔 단순한 피로인 줄 알았고, 무기력함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그 감정은, 결국 마음속 깊은 곳에서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 감정은 마치 이름 없는 바다 같다. 파도가 치는 것도 아니고, 햇살이 반짝이는 것도 아니다. 그저 잔잔하게, 그러나 끝없이 펼쳐져 있다. 그 바다 위에 나는 홀로 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태. 방향도 없고, 목적지도 없다. 그저 존재하고 있을 뿐이다.


막막함 속에서는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 시계는 분명히 움직이고 있지만, 마음은 멈춰 있다. 어제와 오늘이 구분되지 않고, 내일은 더더욱 멀게 느껴진다.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일을 하고, 일상을 살아가지만, 그 모든 것이 마치 연극처럼 느껴진다. 나는 그 무대 위에서 대사를 외우고 있지만, 진짜 나의 목소리는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막함은 때때로 위로가 되기도 한다. 모든 것이 멀어질 때, 그 감정만은 내 곁에 남아 있다.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못할 때, 막막함은 조용히 나를 감싸준다. 그것은 나의 감정이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무언가를 느끼고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나는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막막함은 우리가 살아가는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감정이다. 그것은 실패의 순간에도, 성공의 순간에도 찾아온다. 때로는 새로운 시작 앞에서도, 끝을 마주할 때에도 우리를 찾아온다. 중요한 것은 그 감정을 부정하거나 억누르려 하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 안에서 나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는 이제 막막함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것은 나의 일부이고, 나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감정이다. 그 감정을 통해 나는 나 자신을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고, 더 진솔하게 살아갈 수 있다. 막막함은 어쩌면, 우리가 진짜로 살아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막막함》

창밖은 저물고

내 안엔 아직

아무것도 저물지 않았다.


말을 꺼내려다

숨처럼 삼킨다

막막함은

이름 없는 바다처럼

가만히 나를 흔든다


어디쯤일까

이 고요의 끝은

빛이 닿지 않는 마음의 모서리

그곳에 웅크린 나를

누가 알아볼까


시간은 흘러가지만

감정은 멈춰 있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서로를 모른 척 지나친다.

창문에 비친 내 얼굴은

낯설고도 익숙하다

그 속엔

말하지 못한 수많은 문장들이

파도처럼 밀려왔다가

조용히 사라진다.

막막함은

때로는 위로처럼 다가온다

모든 것이 멀어질 때

그것만은 곁에 남아

나를 안아준다

나는 묻는다

이 감정의 이름을

그러면 바람이 대답한다

“그저 살아 있는 것”이라고


그래, 막막함도

살아 있다는 증거일지도

무너질 듯 서 있는 마음

그 위에 피어난

작은 숨결 하나

그것으로 오늘을 견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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