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 바다를 바라본다

저녁 바다를 본다

by 산들강바람

말없이, 조용히, 어둠 속에 서서.

하루의 끝자락에서 나는 바다 앞에 선다. 해는 이미 저 너머로 사라졌고, 하늘은 짙은 남색으로 물들어 있다. 바다는 그 하늘을 닮아, 어둠 속으로 천천히 스며든다. 낮의 푸르름은 기억 속으로 사라지고, 지금의 바다는 검고 깊다. 그 깊이는 눈으로는 다 헤아릴 수 없고, 마음으로만 느낄 수 있다.


바다는 어둠에 묻혀 있다.

그 어둠은 무섭지 않다. 오히려 따뜻하다.

세상의 소음이 멀어지고, 마음속의 복잡한 생각들도 하나둘 가라앉는다. 바다는 모든 것을 품는다. 슬픔도, 기쁨도, 외로움도, 그저 조용히 받아들인다. 나는 그런 바다 앞에서, 나 자신을 조금씩 내려놓는다. 아무 말 없이,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바라본다.


저 멀리, 수평선 가까이에서 작은 불빛이 하나 켜진다.

고깃배다.

그 불빛은 어둠 속에서 조심스럽게 깨어난다. 마치 누군가의 꿈이 밤을 헤치고 떠오르는 것처럼. 곧이어 또 하나, 그리고 또 하나. 불빛들이 하나둘 켜지며 바다 위에 별자리를 만든다. 하늘의 별이 바다로 내려온 듯, 어둠 속의 바다는 빛으로 수 놓인다.


그 불빛들은 단순한 조명이 아니다.

그 속에는 누군가의 삶이 있다.

밤을 일터 삼아 바다로 나아가는 사람들. 그들은 고요한 어둠 속에서 생명을 건져 올리기 위해, 불빛 하나에 의지해 나아간다. 그 불빛은 희망이고, 생계이고, 사랑이다. 나는 그 불빛을 바라보며, 그 안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를 상상한다. 어떤 이는 가족을 위해, 어떤 이는 자신의 꿈을 위해, 어떤 이는 그저 오늘을 살아내기 위해 바다로 나아간다.


바다는 말이 없다.

하지만 그 침묵 속에서 나는 많은 것을 듣는다.

파도 소리는 낮게 속삭이고, 바람은 살며시 어깨를 감싼다. 고깃배의 불빛은 나에게 말한다. "어둠 속에서도 빛은 있다." 그 말은 내 마음 깊은 곳에 닿는다. 삶이 때로는 어둡고 막막해도, 그 속에서 반짝이는 작은 빛 하나가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


나는 바다를 바라보며, 내 안의 어둠을 마주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도 작은 불빛 하나를 켜본다.

그것은 아주 작고 희미하지만, 분명히 존재한다.

그 불빛은 나에게 말한다. "괜찮아, 너는 지금도 충분히 아름답다."


바다는 여전히 어둡다.

하지만 그 어둠 속에서 나는 빛을 본다.

그리고 그 빛을 따라, 다시 걸어갈 용기를 얻는다.

바다를 바라본다 어둠에 서서 히 묻혀.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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