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바퀴엔 절벽 같은 '28cm' 기사 데이터 분석과 동행 취재 사진
지난해 9월에 발행한 두 바퀴엔 절벽 같은 ‘28cm’ 기사 취재기를 풀어보려 합니다. 제가 맡았던 데이터 정제, 분석, 시각화 위주의 취재기가 될 예정입니다. 이 기사는 교통약자가 지하철 이용 시 겪는 불편을 다뤘습니다. 최근 지하철역에서 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이동권 시위가 있었죠. 그래서인지 최근에 다시 이 기사가 읽히는 것 같습니다.
기사는 지하철 승강장 연단간격이 넓어서 불편을 겪는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해 확장됐습니다. 사고가 나면 그에 맞는 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 교통공사는 사고를 방지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을까. 이용자들은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적절한 안내를 받고 있을까. 등등.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데이터를 뒤졌습니다.
기사에 사용하기 위해 서울 지하철의 승강장 연단간격과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시설 현황, 역 착공연도 등을 수집해 정리했습니다.
승하차 위치별 연단간격 데이터는 서울교통공사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았습니다. 승하차 입구는 약 2만 개였고 받은 데이터는 아래와 같았습니다.
연단간격 데이터는 그대로 기사에 실렸습니다. 기사 중간에 역별 연단 간격을 확인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가 나옵니다. 연단 간격을 아래와 같이 표현한 이유는 열차와 승강장 사이가 '크레바스'라 불리는데, 숫자들을 연결해 크레바스처럼 보이게 하고 싶어서였습니다. (저 혼자서) 크레바스 시각화라 불렀던 기억이 있네요.
여기에 준공연도와 착공연도 데이터를 추가했습니다. 이건 호선 별로 기사를 검색해보면서 채워 넣었습니다. 한 번에 개통된 역들이 많아서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2005년 이후 공사가 들어간 역만 연단 간격 10cm 이하 룰이 적용되는데요. 데이터를 모아보니 재밌었던 게 90.5%가 그 이전에 지어지거나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이 퍼센트를 강조하기 위해 2005년 이전 착공된 역을 노선도에서 다 날려버리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극적인 변화를 보여주기 위해 전체 노선도와 2005년 이후 착공 노선도를 계속 비교해 볼 수 있도록 핸들을 이용했습니다.
다음은 이동식 안전발판 유무를 추가했습니다. 이 데이터는 서울교통공사 홈페이지에서 확인했습니다. 휠체어 승하차 입구도 호선, 역마다 달라서 서울교통공사 홈페이지를 참고했습니다.
*이동식 안전발판(http://www.seoulmetro.co.kr/kr/page.do?menuIdx=769)
*휠체어 승하차(http://www.seoulmetro.co.kr/kr/page.do?menuIdx=366)
사고 위험을 얘기하기 때문에 실제 사고 발생 현황도 필요했습니다. 발빠짐 사고 현황은 의원실을 통해 받았습니다. 이 데이터는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사고가 발생한 승강장 위치가 없는 사고 기록이 많더군요.
기사에 올라간 사고 횟수는 승강장 위치가 정확한 사고만 집계했을 경우입니다. 거기다 이 사고 발생 현황은 치료비가 지급된 건만 기록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발생한 사고는 더 많을 것 같습니다.
이 외에도 역별 장애인 승하차 인원 데이터, 코레일 승강장 연단간격 데이터 등도 분석했으나 기사에 실리진 않았습니다. 이 기사는 데이터를 모으는데 시간이 걸렸고 정제, 분석에는 상대적으로 품이 적게 들었습니다. 덕분에 데이터 시각화 고민을 오래 할 수 있었습니다.
팀 선배의 동행 취재에 따라갔습니다. 전윤선 대표님과 여러 호선과 역을 이용해봤는데요. 선배가 질문하면 저는 옆에서 얘기 듣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취재 내용은 기사에 잘 나와있으니 찍었던 사진 몇 장 올리겠습니다. 자세한 동행 취재 내용은 기사를 참고해주세요.
좋은 피드백이 많았던 기사입니다. 주제가 주제인 만큼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셨어요. 이 기사 이후로 서울시에서 자동안전발판 설치를 재추진한다는 얘기를 듣고 뿌듯했습니다. 기사를 쓴 목적이 이뤄졌으니까요!
취재와 데이터 분석이 잘 섞인 기획이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알려질수록 좋은 데이터라고 생각해서 사용했던 데이터를 공개했습니다. 실제로 마부작침 뉴스레터에 저희 데이터가 사용돼서 이 역시 뿌듯했습니다. 데이터는 기사 하단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