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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이는눈 Dec 12. 2023

어떻게 다들 부부로 사는거에요?-2

2. 탈출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는데

어찌 되었든 내 선택인데 누구를 탓할 수 있으랴


사회적 시선 어쩌고 저쩌고 해도 결국은 결혼이라는

문턱을 넘은 것은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의 다리몽둥이다


그래 가만히 반추해 보면,

탈출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


연애시절 남편과 갔던 육전집에서

맛있는 육전을 안주삼아 술 한잔 기울이던 중,

왜 여자들이 명절에 당연하다는 듯 전을 부쳐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던진 말이 큰 싸움이 되어 돌아왔다.

남편은 여자가 전을 부치는 명절 풍경이 너무나 당연한 사람이었고 심지어 잘난 장손이었다.


그다지 내세울 것도 없는 30대 여성이지만 직업은 있었던 나는 똑같이 돈 버는데 과거의 유교적인 관습을 왜 따라야 하는지 의문을 갖는 청개구리였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어떠한 교집합도 없었다

나는, 왜 우리는 그때 기언치 화해를 하고 말았던 걸까


탈출할 기회는 한번 더 있었는데

청첩장을 다 돌리고 결혼식을 일주일 남겨두었던 날이었다

우린 커피숍 앞에 차를 세워놓고 정말 열렬히 도 싸웠다


남편은 잘난 장손인 것도 모자라

외가 식구끼리 아주 화목하게 지내서 1달에 1번 정도

외가모임이 있었다. 큰 이모의 주최아래 자매들이  각자의 가족들을 데리고 식당이든 마당이든 모여서 식사하는 그런 단란한 모임이었다.


결혼 전에 나 역시 그 모임에 초대되어 한번 간 적이 있던 참이다. 결혼 전에 드리는 인사자리라고 으레 생각하고 좋은 마음으로 다녀왔더랬다.

 그런데  글쎄 결혼식을 일주일 앞두고 남편은 나에게 3개월에 한 번은 그 외가모임에 참석하면 좋겠다고 통보해 왔다.


내 가족도 자주 보지 않고 내 친척도 자주 만나지 않는 나에게는 일종의 선전포고와 같이 들렸다. 그 외가모임을 가고 싶다면 본인만 가면 되는 일이고 살다가 꼭 참석해야겠다 싶으면 갈 수는 있지만 그걸 무슨 꼭 가야 하는 모임인 것처럼 규정짓고자 하는  남편의 당당한 요구가 황당했다.


결국 1년에 1번있는 외가합동제사 겸 식사모임에는 반드시 참석하는 걸로 하고 우리는 화해했다.


참고로 우리 집은 친가든 외가든 제사가 없었고 있어도 남편을 부를 생각도 없기 때문에,

남편의 요구가 불합리하게 느껴졌지만


극 개인주의 성향이자 내향인인 나에게는 낯선 다수가 참석하는 모임이 참으로 부담스러웠지만,


그가 너무 가족적인 사람이고

나는 너무 개인주의성향이 강한 사람이라 생각하고

서로의 입장차이를 조금씩 이해하기로 했다.


는 좋게 포장한 것일 뿐이고

어쨌든 청첩장을 돌린 상황에서 결혼을 파투낼 용기가

둘 모두에게  없었기 때문에 결혼을 하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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