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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신부인 Jun 04. 2024

만삭 임산부의 위기

임신성 당뇨도 모자라 이제는 소양증까지...

생애 처음으로 임신하기까지도 어려웠으나,

출산을 앞두고도 곤경이 발생할 줄은 정말 몰랐다.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것이 사람의 인생이라더니, 고비를 하나 넘기니 또 하나가 찾아올 줄이야!


시험관 시술을 받을 때는 호르몬제 투여가 고역이었다. 

막대한 비용을 치르고 겨우 성공했던 임신 초기엔 하루에 수도없이 토하는 입덧으로 고생했다. 

기존에 먹던 음식에도 예민했고 하루에 수회 토하면서도 나도 아이도 살리기 위해 꾸역꾸역 먹었다.  

임신 중반부인 23주차 들어서야 겨우 입덧약까지 끊고 나서는 임신성 당뇨가 찾아왔다.

출산 전까지 하루에 네 번 혈당체크를 해야 하고, 산후 6개월 이후엔 추적검사를 해야 한다.

아이를 낳으면 당수치가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지만, 

지속적으로도 관리하지 않으면 다음 임신 시에도 임신성 당뇨에 걸리거나, 

혹은 1형, 2형 당뇨에 걸릴 확률이 남들보다 높다는 위험성을 남긴 채 지속 관리 중이다. 


이 모든 과정을 거쳐가며, 적응해가며 때로는 정신승리까지 하였으나, 

분만 진통을 걱정하기도 모자를 판에 36주차부터 갑자기 찾아온 건 다름아닌 '소양증(가려움증)' 이었다.

이로써 산부인과, 내과, 이제는 피부과까지 병원 트리플 크라운 달성(?)인 셈이다.


임신소양증, 원인이 뭐야?


'임신 소양증'이란 한 마디로 임신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려움증을 일컫는 말이다.

산모의 약 10~20%가 겪을 수 있다고 한다. 

임신 기간(40주)을 3개의 분기로 나눠본다면 대개 중기 때 발생한다고 하는데,

유달리 본인에게는 막달에 찾아왔다고 할 수 있다.

사람에 따라 임신 초기부터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임신소양증의 원인으로 꼽는 건 크게 호르몬의 변화, 체내 열감, 스트레스, 급격한 체중 증가 등이라고 한다.

한데, 본인의 경우에는 아마 호르몬 변화가 가장 크게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식단 조절로 체중은 더 이상 늘지 않고 오히려 빠지고 있으며,

출산휴가 중으로 업무 등 외부 요인에 의해 스트레스 받을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입덧이야 약을 먹으면 약효가 잘 들었고, 

당뇨야 맛있는거 맘껏 못 먹는 불편 감수하고 운동을 조금씩 하면 관리가 됐으며

둘 다 잠을 잘 때에는 그리 큰 고통을 느끼지 못했는데,

막달에 찾아온 소양증은 달라도 확연히 달랐다.


가려워서 잠을 못 자본적이 있는가?

아마 아토피 피부염을 앓았거나 앓고 있거나 심지어 심했다면 깊이 공감하리라.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상실할 것만 같고, 

새벽에 저도 모르게 미친듯이 긁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마치 중독된 것처럼

그리고 미친듯이 후회하며 현타가 찾아온다.

손가락, 발가락 사이사이 수포와 빨간 좁쌀같은 병변이 일었고,

마침표 만한 피딱지라도 긁어 피가 나게되면 막달 부종의 영향인지 

투명한 부항을 그 위에 뜨는 듯이 잘 멈추지 않고 핏물도 줄줄 흐르곤 한다.  

남편까지 나서서 지혈을 도와줘야 할 정도로-


시작은 그저 허벅지에 난 좁쌀 반점 정도였는데, 삽시간에 다른 곳으로 퍼졌다.

마치 몸에 벌레가 기어다니듯 가려운 부위는 방위 가리지 않고 이동하면서 나를 괴롭혔다.

어느새 흉부 아랫쪽의 모든 부위가 붉은 발진과 딱지로 뒤덮이고 말았다. 

최대한 태아와 가까운 복부, 허벅지 부위를 긁지 않으려 노력한 것도 무색하게

한 번 색이 변해버려 검붉은 치타가 된 듯한 피부는 아직 돌아올 기미가 없다. 

의사 말도 바로 돌아오긴 어렵고,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치료방법이 있나?


당연한 말이겠지만 긁지 않는 게 최선이다.

임신 초, 중반에는 시도하기 어렵겠지만, 피부과에서 항히스타민제, 스테로이드 연고를 처방받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광선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단다.

양약이건 한약이건 피부 관련 약재는 독하다고 알고 있어서, 

초장부터 잡을 수 있었던 소양증을 방치하고 병원에 안 갔던 것이 아무래도 화근이 아닐까 싶다. 

미친듯이 가려우면 참을래야 참을 수가 없는데도. 

온 몸을 자해하는 한 마리 짐승처럼 벅벅 긁어대기 일쑤라 이미 몸이 상처 투성이가 됐고,

수면까지 잘 취하지 못하니 신경이 예민해지기 일쑤다. 

긁지 말아야 하는 걸 알면서도 쉬이 멈추질 못하고 있다. 


더구나, 임신이라는 특수성탓에 약도 함부로 쓰지 못하고 늘리지도 못한다.

낮에는 이성이라도 조금 붙잡고 참아보련만,

밤에 심해지는 고통을 감내하는 오롯이 산모의 몫이다. 

여기에 이제 가진통, 진진통까지 겪을 수 있는 주기가 되었으니 참으로 불편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시도한 노력들


처음엔 스테로이드가 없는 연고를 사서 발라봤는데, 아무래도 때부터 문제였던 것 같다.

낌새가 이상하거든 바로 엄살부리고 피부과부터 갔으면 사정이 좀 더 나았을까?

가려움증 완화 기능성 화장품을 알아보고, 사기 시작했다.

치료제가 아닌 이상 솔직히 임시 방편일 수밖에 없겠지만.


산부인과 정기 검진에서 약한 항히스타민제 처방을 받았으나, 먹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주말에 참다 못해 피부과로 뛰쳐가서 기어이 스테로이드가 미량 포함된 연고를 받아왔다.

하루에 여러 번 바르면 안된다고 하니,

아침 저녁을 제외한 시간대엔 가려움 기능성이라고 표시된 보습로션을 종종 발라주고 있다.


피부 표면이 시원해지면 그나마 버틸만한 여력이 생긴다.

아이스팩을 지긋이 대고 있거나 습포 요법(거즈에 식염수를 묻혀서 올려두는 것)은 잠시나마 도움이 됐다.

하여, 새벽에 가려워 잠을 못 잘 때면 아이스팩 2개를 꺼내 부위를 옮겨가며 열감을 식히곤 한다.

귀엽게도 배에 대고 있으면 태아가 꼬물거린다. 이녀석도 추위라는 걸 아나보다. 


통풍이 잘 되는 옷을 입으라는 말도 있지만,

견물생심(?)이라고 내 경우에는 환부가 손이 닿기 쉬우면 자꾸만 손이 가는 새우과자같은 느낌이라...

결국 얇은 레깅스에 양말까지 신게 되었다. 

점점 더워지는 날씨에 전기요금 감수하고 에어컨까지 틀게 됐다. 주변이 서늘하면 그나마 증세가 덜 하니..


약 일주일만에 이지경이니, 해답은 하나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출산'

솔직히 이제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시기인데 

아직 뱃속에 있고 싶은건지, 우리 아기는 막달인데도 태동이 그리 활발하다. 

내일이면 벌써 38주라 예정일까지 고작 14일 남는 셈인데...


오늘 저녁에도 열심히 순산 유도 운동을 해야겠다.

이대로 있다간 나도, 아기도 위험할까 두렵다. 

회복 빠른 자연분만을 원했는데... 여차하면 제왕절개까지 검토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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