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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신부인 Jul 11. 2024

아가, 왜 우니? 잠 좀 자자!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신생아 육아

아이를 낳고 어언 25일차가 되었다. 

태어난 지는 한 달도 채 되지 않았고, 병원과 조리원 생활을 지나 집에 온 지는 열흘이 채 되지 않았다. 

낮에는 따사로운 인간적인(?) 아가는

밤에는 심장이 뜨거워지는 반전있는 아가가 되어 새벽 타임을 그리 슬피 울어제낀다.


말이라도 통하면 좋으련만, 

나름대로는 눈맞춤 해보려고도 해보고, 기저귀도 보고 수유 간격도 살펴보건만

새벽녘 강성 울음에는 도통 도가 트이지 않아 답답하기만 하다.

수면교육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분명, 그저께까지만 해도 동 트기 전 1번, 해 뜨고 1번 이렇게 패턴이 맞춰지기에 괜찮을 줄 알았건만

마치 변주곡을 연주하듯 어제 새벽엔 잠도 안 자고 뜬 눈으로 고문관 역할을 자임했다. 


대개 신생아의 울음은 아래와 같은 패턴으로 구분된다고 한다.


1) 배고픔

2) 불편함: 복부에 가스참, 대소변, 더위 또는 추위 등

3) 아픔: 배앓이 등

4) 졸림

5) 애정 갈구: 안아달라고 무조건 조르기, 등센서 작동


대부분 배고픈 울음인 듯 하고 명확한 바디 랭귀지 사인을 보내준다면 캐치가 가능하나

새벽 시간대에는 자다 말고 일어나 아기를 보는 것인지라 민감성이 다소 떨어진다.

결국 어제 새벽 1시부터 3시까지 잠도 못 자고 아이를 돌봤다.

그러다가 겨우 잠들무렵 6시쯤에 남편과 교대했다.


본인이야 출산휴가 중이니 다음날 조금이라도 아기 자는 시간에 짬 내서 잘 수 있건만

당분간 독박 외벌이에 야근족 신세인 배우자는 출근을 해야 하는 입장이라

나름 배려한답시고 혼자 케어하겠노라 침실로 돌려보냈던 건데...


강성울음은 부모 모두를 깨운다. 이웃들까지 깨울 수 있을 정도로.

아직 열대야가 덜하면서 선선한 새벽께는 베란다 창문도 활짝 열어놓고 자연풍을 쐬는데

울음소리가 저 멀리 새어나갈 정도로 귓구멍이 찢어져라 울면 당혹스럽기 그지 없다.

안아서 달래지는 듯 하여 침대에 내려놓으면 등센서 발동!

SNS 입소문템인 좁쌀이불도 거부하고 심지어 어제는 옆으로 자는 베개도 거부하기 일쑤였다. 

눕힌 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 다시 울어대는데... 그저 허탈한 웃음만...


어렵게 얻은 첫 아이라 예쁘고 기특하고 사랑스럽지만

잠도 못 자게 하니 예민함이 극도로 치달아 어제는 화가 조금 치밀어 올랐다.

그렇다고 아이한테 화풀이 했다는 건 아니고...

남편이 거실에서 잠깐 아기를 안고 달래는 동안

배가 고픈 듯 하여 모유 유축팩을 데워 젖병에 담으려다 부엌 바닥에 실수로 쏟으니

입에서 절로 "IC" 라는 말이 절로 튀어 나왔다.

좋은 생각만 하고, 생후 36개월까지는 애정을 듬뿍 담아서 케어해줘야 하는데...

더구나 모유가 돌아 지금은 열심히 수유와 유축을 반복하는데...

내 기분 상태가 아기한테 반영될까 심히 염려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재빨리 이성을 되찾고 남편과 배톤 터치(Baton touch)를 한뒤 살살 달래면서 토로했다.

좀전에 입 밖으로 나온 "C언어"는 진심이 아니었노라고-

아기한테 화를 낸 게 아니라

더 빨리 아기의 불편감을 캐치해서 해소케 하지 못한 엄마 본인을 자책하는 말이었다고-

어차피 이해력이 없는 시절이라 알아듣지도 못하겠지만 나긋한 목소리로 온갖 변명을 늘어놓았다. 

적어도 내 목소리가 주양육자가 내는 것임을 알아는 들으려나 싶어서.


전쟁같은 신생아 육퇴가 끝나고 아침이 밝았다.

산후도우미 선생님이 출근할 즈음이 되니 세상 얌전한 얼굴로 새초롬하게 다시 자는 녀석.

얄미운 꼬맹이 녀석, 꼬물꼬물 귀엽기도 하지.

어제는 세상 힘들게 했는데 그래도 자식 사랑이오 내리사랑이라 그런건지 

아기를 보니 금세 기분이 다시 좋아졌다. 


부디 평화롭게 잠들고 휴식을 잠깐이나마 취하렴

나도 네 시간에 맞춰서 잠들고 일어나려고 노력할테니.

초보 부모라서 미안하고 얼른 적응할게. 우리 같이 제 때 잠 좀 잘 수 있게 노력해보자


#신생아 #육아 #아기육아 #초산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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