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자연임신을 포기한 이유

둘째도, 시험관 아기로

by 단신부인
임신, 출산의 영역에서
솔직히 남성의 심적, 신체적 부담은 없다.



두 성별의 유전자가 만나야만 수정란이 되고, 배아가 형성되지만

수태하는 것부터, 만삭까지의 전 과정, 그리고 출산의 고통까지

남편은 간접적으로 그러겠구나- 하고 경험할 뿐, 여성의 몫과 결코 동일하지 않다.

그런고로, 남편 본인한테는 준비가 어렵지 않을거라고 착각한 것이 나의 실책이다.


설득하기를 포기하다


안타깝게도 본인의 의지와는 다르게, 난자의 갯수는 태어날 때부터 타고났으며,

합계출산율에 산정되는 나이는 만 15세에서 만 49세까지이다.

또한, 만 35세를 기점으로 가임력이 그 이전보다는 떨어진다고 알려진 것이 정설이고.

이제 불혹을 앞둔 나는 흔히 '노산'이라고 불리는 연령 단계에 이르렀다.

그런고로, 나에겐 이제 체력 싸움 보다는 시간 싸움이 더 먼저였다.


'더 늦기 전에...'


첫째를 위해 써둔 육아휴직이 올해 하반기면 종료된다.

첫 아이 때는 임신 16주차에 복직해서 30주 초반까지 다니다 출산휴가를 들어와 쭉 쉬고 있는데,

솔직히 임신하면서 일한다는 게 보통 쉬운 일이 아니다.

한데, 둘째는 엄마 손 많이 타는 첫째를 양육하면서 준비해야 한다니,

여기에 악성 변수를 굳이 얹을 이유가 있을까?

휴직 기간 중에 시도해서 어떻게든 안정기에 들 때까지 쭉 이어가는 게 상책이다.


그래서 내내 고민하다가 수개월 전부터는 술도 끊고, 초기 임산부용 영양제도 꼬박꼬박 챙겨먹고

돈을 좀 들여서 몸에 노폐물도 배출하면서 임신에 도움이 될만한 보약도 지어 먹었고,

이전보다는 신체 활동을 좀 더 하면서 체중 감량도 소폭 했으나,

남편만은 통제할 수 없었다.


배아를 얼려두기 전만해도 본인이 항산화제도 좀 먹고,

술도 안 마시고, 나름 산책도 다니는 등 신체활동을 했는데, 뭔가 이번엔 좀 안내켜하는 것 같았다.


속으로 육만, 칠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으나,

굳이 입밖으로 내서 싸울 거리를 만들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당장 내 답답함 풀고 화풀이하자고 감정 쓰레기통으로 쓸 이유가 있을까?

그렇게 해서 얻는 게 1도 없는데?!

당장 나는 급해죽겠는데, 상대가 설득이 안되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니 과감하게 버려야했다.


진즉, 배아를 얼려두길 잘했다.

둘째를 위한 자연임신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자마자,

나는 다시 난임병원을 찾았다.


다시 시험관아기로


솔직히 시간낭비하고 싶지 않은데,

난임병원에서 젤 힘든 것 중 하나를 꼽으라면 기다림이다.

항상 대기는 길고 주치의 면담은 짧고, 비용은 많이 든다.

한데, 확률이 훨씬 더 낮고 불투명한 자연임신 가능성을 어떻게든 악착같이 믿고 시도하기엔,

남편이라는 변수도 통제하기에는 내 인내심이 그리 크지 않았다.

그 기다림보다 이 기다림이 차라리 향후 일정을 예측하기도 쉽고 확실해보였다.


임신, 출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엄마 본인의 의지다.


어차피 배아를 이식받는 것도 나고,

호르몬제를 잔뜩 투입하는 것도 나고,

언젠가 배가 갈리는 것도 나이며,

장기가 쏟아질 것 같은 고통을 느끼는 것도, 핏덩이로 가득한 오로를 겪어내는 것도 나다.

여기서 남성의 직접적 역할은 극히 미미할 뿐이다.


나는 1년 반 넘게 그 좋아하는 커피도 안 마실 자신이 있고,

당연하게도 음주나 흡연은 당연히 안 할 것이고,

한 번 임신~출산을 경험한 몸이니 임신성 당뇨 등을 피하기 위해서 식단도 제한할 자신이 있다.


그러니 통제 가능한 변수는 나 하나로 족하다.


그래서 자연임신을 포기했다.

다음주에도 난임병원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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