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에 반려동물 버리는 사람들에 대한 분노의 일갈
영하 27도까지 내려가는 강원도에, 반려동물을 버리는 사람이 있다면?
천인공노할 일이, 생각보다 높은 빈도로 일어나고 있다. 이 오지에서도 개, 고양이를 자주 볼 정도니까.
강원도 어귀나 군부대 등을 돌아다니면서 짬밥을 먹고 산다고, 산에 사는 고양이는 짬타이거라 불린다.
필자는 유난히 사람을 잘 따르던, 짬타이거 한 마리와 그 새끼들을 구조한 적이 있다.
이 글은 그 고양이를 그리는 회한의 서이자, 반려동물을 버리는 자들에 대한 분노의 일갈이다.
보통 길고양이는 사람을 경계한다. 한데, 이 고양이는 경계하면서도 삐요~ 하고 사람 곁에서 울었다.
별안간 불쑥, 내 생활 반경에 침입한 흰냥이가 낯설기만 하여 처음엔 피하곤 했다. 그리 오래가지 못했지만.
맹랑한 녀석의 발라당! 눕방 시전과 점핑 몸통박치기 애교에 그만 함락되어 버린 것이다.
눈이 자주 오는 이 곳에, 새하얀 털에 파란 눈망울의 애교 만점 고양이는 유명인사로 통했다.
제법 높은 빈도로 출몰했다. 이 오지에 저를 해할 이가 아무도 없음을 안 것일까.
여기 머무는 사람들은 고양이 집사가 아녔어도 양심껏 끼니를 챙겨주었다. 나도 그러했고.
덕분에 경험한 게 많았다. 처음으로 고양이 사료, 장난감, 간식 따위를 참 많이도 샀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합리적이지 못한 선택이다. 통장이 줄줄 새는데도 기껍다니.
반면, 남편은 우려했다. 어차피 떠나보낼 녀석에게 그리 잘해주어 무엇하느냐고.
기실, 이 곳에 오래 머물게 할 순 없었다.
입양을 결정할 수 있는 처지도 아녔다. 언제 다른 곳으로 발령날 지 모르니. 하여, 간절히 청원했다.
부디, 이 불쌍한 생명체를 가엾이 여겨 겨울만이라도 무사히 날 수 있게 해달라고.
영역동물인 이 녀석을 이 엄동설한에, 지금 머무는 여기가 아닌 다른 곳으로 보내지 말아 달라고.
결정권자의 묵인 하에, 나는 이 녀석을 정성껏 돌보기로 했다. 작년, 4월 누군가에게 무사히 입양되기 전까지.
고양이 알못인 나는 점점 커져가는 고양이가 그저 살이 찐 것으로 생각했다.
고양이 확대범으로 빙의해서 작은 고양이가 긴 고양이로 확대된 거라 부연하고 다녔다.
아니나 다를까. 임신이었다. 수컷의 상징이라 생각했던 털뭉치 2개가 정말로 털일 줄이야.
곧 임신을 준비할 나에게, 배부른 임신묘와 태어날 새끼들의 존재가 특별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해산하던 날은, 안타깝게도 늦게 출근하는 날이었다.
동료 직원들 말론, 흰냥이가 피를 흘리며 불안한 듯 계속 울면서 돌아다녔다고-
얼마나 무섭고, 아팠을까. 좀 더 빨리 알았더라면... 몸 뉘일 좋은 곳을 마련해주었을텐데.
한동안 보이지 않던 흰냥이는, 며칠 뒤 홀쭉해진 모습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살갑게 애교를 부리며-
새끼 있는 곳을 알려달라 채근했더니, 말을 알아들었는지 순순히 안내하는 녀석이 기특했다.
총 다섯 마리! 많이도 낳았다. 이렇게 접근이 어려운 곳에서! 혼자서...
아직, 눈도 뜨지 못한 아깽이들이 보석같은 눈을 뜰 때까지 가파른 언덕을 오가며 먹이와 물을 갖다 주었다.
얼마 후 들려온 희소식, 협력사 직원 중에서 입양 희망자가 나타났다. 단, 새끼만 데려가고 싶다고...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에 그 분을 설득하기로 했다.
아직 아깽이들이 어리고, 젖을 먹어야 하며, 엄마냥이가 애교가 많다. 같이 데려가 주면 안되겠느냐고.
성묘 중성화 비용이 부담스럽다면 전부 보전해드리겠다고. 마침내 합의에 성공했다.
약 한 달 뒤, 구조하던 날에 덫을 직접 놓았다. 잡히길 바라면서도 내심 바라지 않았지만 결국, 잡혔다.
불안한지 계속 야옹- 하고 우는 녀석은 제 새끼들이 얼마나 걱정됐을까. 계속 미안하다고 했던 걸 넌 알까.
조용하고 어두운 곳에 흰냥이를 두곤, 얼른 새끼들을 구조하러 갔다.
처음으로 만져보았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녀석들은 눈을 말똥하게 뜨고 있었고, 발톱이 꽤 날카로웠다.
방한장갑을 끼지 않았다면 피가 철철 났으리라.
저 앞으로 새끼를 데려다주니, 흰냥이가 그 곁으로 가서 젖을 물렸다. 그제서야 안심이 되었다는 듯.
... 그게 마지막 모습인 줄 알았다면, 좀 더 같이 있었을텐데.
잠시 눈을 붙이러 간 사이에, 모두 데려가 버린 터라 끝내 작별인사도 하지 못했다.
내가 저를 버린 것이 아님을 알아주었으면 했는데. 혹시라도 흰냥이가 상처받지 않게...
이제와 너무 늦었겠지, 그리 말한들 무슨 소용이려나. 이미 곁을 떠났는데. 전부 다 미련인 걸.
스스로에 대한 책망과 그동안 쏟아부었던 정과 휘몰아치는 감정들이 그대로 눈에서 줄줄 흘렀다.
나는 울어도 되는데, 이 녀석은 내가 없는 곳에서도 행복하길 바랐다. 지금도. 여전히.
사실, 나는 정말로 데려오고 싶었어. 겨울에 온 흰 고양이라, '동백'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싶었지.
변변찮은 능력이라 그럴 수 없었고, 설득도 못했어. 반론이 여지없이 옳았거든.
그저 같이 있고싶단 같잖은 욕심을 부릴 순 없잖아.
사랑하니까, 너를 구조했고 입양처로 보냈어. 그게 네 행복이라 믿었고 진짜 행복하길 바랐으니까.
못난 나를 기억하지 못해도 좋으니, 그저 행복하렴. 내가 기억할게, 평생.
이번 생의 짧은 인연의 끈이 어딘가 다른 세계에 이어져 있다면, 나를 기다려 주겠니. 그 때 다시 만나.
짬타이거를 구조하며 느낀 건, 생명의 가치와 소중함이다.
한때 가족처럼 들였던 동물을 무책임하게 길거리, 산지 등에 버리는 이들에게 고한다.
당신들은 생명을 경시했고, 역으로 똑같이 당해도 할 말이 없을 겁니다.
난 당신들 사람 취급 안 할테니, 그런 줄 아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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