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하늘에서 내리는 눈, 아니 쓰레기, 아니 똥, 아니 그 무언가.
4월 1일이었다. 무려 만우절. 사회 통념상 암묵적으로 거짓말이 허용되는 날.
친구들이 하도 믿지 않길래 사진에 영상까지 제공하며 읍소했다. 참고로 그해 4월 중순에도 눈이 왔다.
수능 한국지리 과목을 선택한 K-고등학생이 아니더라도, 강원도에 눈 많이 온다는 건 통용되는 상식이다.
뉴스로만 접할 적엔 먼 나라 이야기였는데, 실감하니 눈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동절기만 되면 기가 막히다 못해 콧물이 차올라서 고갤 들어야 할 정도로 자주, 많이, 또 온다.
어린시절, 수도권에 72년만에 폭설이 내려 경악했던 기억이 난다.
무려 그 정도의 적설량을 수시로 목도하는 지금은, 자연의 장엄함에 한낱 무력한 인간임을 깨닫는다.
눈이 오면, 반드시 치워야 한다. 강원도에 오는 눈은 습눈이라 물기를 많이 머금어서 무겁기 때문이다.
영하의 밤을 견디면, 반드시 언다. 그러면 황천길로 가는 아우토반이 깔리는 셈.
지옥문을 활짝 열고, 눈에 쌍심지 켜고 있는, 염라대왕님 독대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살아남아야 한다.
제설은, 그렇게 나에게 생존 기술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오죽하면 남동생이 이렇게 말할까. "누나, 군대갔어?"
아니, 군입대는 커녕 자원도 안 했는데 나 눈 치운다. 많이 치운다. 자주 치운다. 또 치운다. 그렇게 됐다.
설마... 남동생 말년 제대할 때까지 한 번도 면회가지 않은 벌을 지금 받는걸까?
제설이 일상이 되고 경험치가 쌓이니, 이제는 어엿한 제설장인으로 급성장했다.
그래서 공유한다. 제설 꿀팁!
1. 겨울철엔 매일매일 기상청 예보를 확인한다. 영하 10도인데, 비가 온다고 하면 높은 확률로 눈이다.
2. 계속 내리는 상황이라면 눈을 치우지 말고 일단 관망한다. 쌓인 데 또 쌓이면 아드레날린 상승
- 단, 해가 저물것 같다면 부분적으로 치우고, 제설제를 뿌려두는 것이 좋다.
3. 눈을 치울 때는 높은 곳 → 낮은 곳 순으로 치우는 것이 좋다.
4. 제설 장비는 다음과 같이 구비한다.
- (필수) 방한모, 방한장갑, 부름비(초록색 빗자루), 넉가래(사이즈별 구비), 제설제, 약수터 물바가지
- (선택) 접이식 카트(제설제는 약 25kg라서 들고 다니면서 뿌리기 어려움)
5. 미끄럼 구간엔 반드시 제설제를 많이 살포한다. 왜냐면 필자도 그 고통을 알고 싶지 않았으니까!
6. 제설제는 닭모이 주듯 살살~ 넓게 흩뜨린다.
다년간 제설한 결과, 제설 활동의 큰 장점을 깨달았다. 바로 운동효과!
내돈내산 S사의 스마트워치 측정 기준, 약 1시간 제설에 무려 약 200kcal, 5,000보의 운동이 기록됐다.
복근에 전완근, 이두근, 삼두근 등 체내 근육을 두루 활용해야 하므로 복합 유, 무산소 운동이라 칭하리.
어느새 2022년, 입춘이 한참 지나 3월에 이르렀다. 허나, 아직 이 곳의 눈은 녹지 않았다.
혹자는 눈을 이렇게 일컫는다. '하늘에서 내리는 쓰레기, 또는 똥가루' 라고.
깊이 공감하는 바이다. 설경이 아름다운 건 알겠는데, 이제... 제발... 그만 좀 녹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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