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강원도에서 대중교통만으로 생활이 가능했다.
강원도에 발령이 났다. 가야만 한단다.
인사팀의 전화를 끊고, 멘탈이 박살나다 못해 아작이 났다. 한 마디로 정신을 못 차린 게지!
쉬려고 장기간 떠났던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너 짐싸라" 분위기라니.
마음은 싫다면서, 몸은 또 시키는대로 짐을 쌌다. 아니, 어쨌건 가야 한다잖아요!
'프로 일잘러'란 기득권 의식의 발로였을까. 설마 날 내보내겠어? 란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내가, 도시에서만 일했던 내가, 강원도 오지에서 어떻게 근무를 해?
강원도 철원군에서 병장 만기제대한 남동생 면회 한 번 안 갔던 본인인데?
모든 직장인들이 맘 속에 품고 있다던 사직서를 꺼내볼까도 생각했지만, 그냥 짐을 쌌다.
이삿짐 트럭을 불렀고, 의외로 내 짐은 간소했다. 딱 20만원 나왔다. 그렇게 강원도에 도-착!
가까운 대중교통까지 차로 30분 내외, 도보로 2시간 거리. 차가 없으면 마트도 못 가는 신세.
90년대 흥했던 샤크라의 데뷔곡, '한' 처럼 정말 '가라가라 갇혀 확 갇힌' 뚜벅이가 되었다.
집까지 차로가면 약 1.5~2시간, 대중교통으로 가면 약 3시간 반. 그 중 대기 시간만 1시간.
오매불망 나를 바라는 가족을 수도권에 두고, 강원도에 묶인 신세라니.
한데, 살아보니 의외로 대중교통으로 살아졌다. 햇수로 딱 3년 버텼다. 사람은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이니까!
우리나라엔 곰이 동굴 속에서 비타민D도 못 생성하고 쑥과 마늘만 먹다가 웅녀가 되었단 설화가 있다.
근현대사에서도 러시아로 강제 이주한 우리 민족들이 쑥을 잔뜩 캐먹고 살았다고 한다.
나는 그런 K민족의 얼을 제대로 계승한 모양이다. 조상님의 사이언스, 유전자 게놈에 그저 탄복할 뿐.
도보로 마트에 갈 수 없으니, 음식의 소중함을 깨달았고,
퇴근 후 유흥거리가 없으니, 운동하면서 살이 빠졌으며,
복잡한 도시 직장생활에서 벗어나니, 웃음과 건강을 되찾았다.
뚜벅이라도 방법은 많았다. 강원도에 적응하며 내 삶의 가치관이 긍정적으로 변했다.
결핍이 주는 불편함과 충족이 주는 행복감 사이에서 나는 그렇게 감사를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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