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환자의 가족 이야기
아버지는 뇌졸중 환자다.
원치않게도 중증 뇌병변 장애인이 되었다.
반신불수가 되었으며
입이 있어도 말을 맺을 수 없고
인지 능력이 전보다 퇴보했다.
과정이야 어쨌건 현재는 결과만 남았을 뿐.
본인은 무교이건만
어디 멀리 여행을 갈 적마다,
혹은 설 또는 추석 명절 때마다 종교시설에 들르곤 한다.
특히, 불교와 관련된 곳 말이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절엔
약사전이 있으며, '약사여래'가 있다.
이 부처님으로 말할 것 같으면
무려 '중생의 질병을 고쳐주고 재앙을 소멸시키는 보살' 님이다.
구전에 따르면 약사여래는 과거에 '약왕(藥王)'이라는 이름의
보살로 수행하면서 12가지의 큰 바람을 세웠는데
그 중 하나가 '일체의 불구자로 하여금 모든 기관을 완전하게 하는' 것이다.
아픈 아비를 위해, 기도하지 않을 딸이 어딨는가.
하여, 약사전을 발견할 적마다
제 아비를 위해 늘 기도했다.
현생에선 이미 스스로의 죄업으로 말미암아
몸이 있어도 맘대로 쓰지 못하고
손이 있어도 굳어서 제 기능을 아니하며,
입과 혀가 존재해도 문장을 담지 못하는
이 고통을 현대 의학으로 더는 해결할 수 없음을 압니다.
의료 기술은 그 도리를 다 했겠지요.
본인이 아닌 제가,
어찌 감히 감내의 정도를 입에 올릴 수 있겠냐마는
아버지 당신께서 겪어야만 하고,
죽는 날까지 앞으로도 겪어야 할 지금의 고통이
반드시 이 생에서 있어야만 한다면
바라옵건대, 부디 이 생에서만 존재케 하소서.
스스로 쌓아올린 업보는
결자해지로 풀어가야 마땅한 줄은 알지만
그 몸을 빌어 태어난 딸자식인 제가
일부 그 속죄를 달게 나누어 행할수 있다면
저의 남은 평생을 나누고, 베푸는 마음으로
주변에 두루 덕을 행하며 살아가겠사오니,
부디, 먼 후일 윤회의 세계에서는
오늘날과 같은 고통을 면하게 하소서.
몇 십년을 말하고 살아온
사랑하는 딸아이의 이름과
아끼는 아들의 이름과
반려자의 이름을
당신께서 더는 말할 수 없음을 압니다.
나이가 들 수록 점점 기억마저 흐려지는 것도 압니다.
언젠가 내 아비가 어느 동서방정토에서
몸이 완전하게 다시 태어날 수만 있다면
스치듯이라도 좋으니,
서로 다시 만날 수 없다 해도 무방하니
먼후일, 그분께서 사랑했던 이의 이름이나마
자유롭게 부를 수 있게 하소서.
이 생에서의 아픔이
부디 이 생에서만 그칠 수 있기를,
그저, 그리 바라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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