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에 국민신문고를 울려라

뇌졸중 환자의 가족 이야기 8편

by 단신부인

장애의 정도가 심한, 뇌병변 장애인 아버지를 둔 나는 그의 성년후견인이다.

매년 법원에서는 후견사무보고서 제출을 요하는데

판결 이후 나름 성실하게 임해왔다.

재산목록, 건강상태, 수입 등 증빙과 함께 내야하는 문서라

작성이 여간 귀찮은 게 아녔음에도 불구하고.


처음엔 잘 몰라서

모든 문서를 아래아한글 소프트웨어로 작성하고

출력 후 우송하는 번거로운 방법을 썼다.

당연히 등기발송 비용도 나갔다.

어느날, 나홀로소송, 전자소송 시스템을 통해

전자적으로도 무료 제출이 가능한 것을 알게 된 이후로

인터넷으로 보고서를 내기 시작했는데,

어느날 사단이 났다.


뜬금없이 문자와 카카오톡으로

법원에서 전자송달 문서가 왔으니 확인하라는 요청이 온 것이다.

스팸인 줄 알았다.

요즘 하도 사기가 많아서.

하도 꺼림칙하여 개인 메일함에 들어가보니

보낸 이가 누가 봐도 정부임을 표방하는 'go.kr'이 붙어있는 메일이 와 있었다.


이는 전자소송 홈페이지에서 직접 확인해야 했는데,

로그인 후 송달문서 확인을 통해 내용을 인지할 수 있었다.

소름돋게도 조회 이력과 시간이 초 단위까지 다 나온다.

요컨대, 내가 특정 연도의 후견사무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으니

언제까지 그 문서를 보내라고 하는 내용이었다.


순간, 내가 잘못했는가 싶어서 '나홀로소송 시스템'에 들어가니

해당 연도에 작성된 문서가 있었다.

그 길로 법원 가사비송 부서에 전화를 걸어 담당자와 통화했다.

나는 작성한 게 있어 잘못 보낸 것 같다고 하니

번거롭겠지만 동일한 문서를 다시 보내달라는 답변을 들었다.

실로 번거로웠다.

허나, 전자송달로 문서가 온 이상 회신서는 작성해야 하는바,

그 문서 그대로 다시 다운받아서 제출했다.


그 길로 바로 국민신문고 민원신청을 했다.

수신처는 대법원 법원행정처였고,

당연히 해당 지원으로 이첩될 수밖에 없었다.

통상 일주일 이내 답변으로 알고 있었는데

상황에 따라 2주까지 걸릴 수도 있었나보다.

그래도 늦지 않게 답변은 받았다.

원하는 답은 아니었지만...


재판부의 담당자들이 확인할 수 없는 별개의 시스템으로...
(중략) ... 제출된 내역이 없어 요구서를 보낸 것으로 확인되었다.


허면, 나홀로소송과 전자소송 시스템은

외교부나 복지부 등 타 부처에서 운영하는가.

사법기관에서 운영하는 두 시스템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보이고,

일반 국민인 나는 구분하기도 어려운데 말이다.

당연하게도 만족도 조사는 그리 후하게 줄 수 없없다.


그 사건을 겪은 이후 나는 철저하게 대비하기로 했다.

후견사무보고서를 전자적으로 제출할 적마다

접수증명서를 무조건 발급받기로 한 것이다.

본의 아니게 이런 식으로 인생 경험치가 쌓였다.

혹여 또 동일하거나 유사한 요구가 있거든 이제 따져물을 수 있겠지.

다음엔 이렇게 얘기할 수 있겠지.

해당 접수번호로 제출한 문서를 찾으시라고-


#뇌병변장애인 #뇌졸중 #국민신문고 #장애인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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