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에게 늘 미안한 첫째 딸의 여행 회고
어엿한 사회 중년생이 되고서도,
엄마만 모시고 여행을 간 게 작년 가을이 처음이었다.
앞만보고 달리느라 그랬다기엔 변명이겠지.
늦지 않게 뭐라도 다녀와서 다행이다.
어린시절부터 맞벌이로 바빴던 엄마와 아빠.
이제는 뇌병변 장애인으로 살아가야하는 아빠를
수시로 찾아가서 돌보면서, 일까지 척척 해내는 우리 엄마.
그런 엄마를 두고 저 멀리 외딴 오지에서 근무해야 하는 나와 동생.
그렇게 놀러다니는 걸 좋아하는데
부모님을 모시고 어딜 가자는 얘기를 먼저 꺼낸 적이 없었다.
어찌보면 불효 막심할 수도 있고 무심하다고 할 수도 있겠다.
엄마한텐 가족이 전부인데.
최근 몇 년간 친, 외가쪽 큰 어르신이 모두 돌아가셨는데
그 이후로 뭔가 씁쓸해졌다.
날 때는 순서가 있었어도 갈 때는 없다는 게 여실히 체감되었다.
더 늦기 전에, 엄마를 모시고 어디라도 다녀오고 싶었다.
어딜가고 싶은지 여쭤보니, 경기도 광주에 있는 '화담숲'이란다.
집에서 1시간 거리로 가까운데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으시다고.
대중교통으로 가긴 어렵고
그렇다고 운전면허가 있는 것도 아닌 엄마를 위해
발품을 계속 팔아서 철저하게 여행 계획을 짰다.
리조트도 예약하고 밥 먹을 데도, 동선도 다 찾아놓는 등
실망시켜드리지 않기 위해서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곧 국민연금 받을 나이를 앞두고 계시는 당신을 생각해서
차로 움직이는 걸 최소한으로 짰건만.
아뿔싸! 방심했다. 엄마의 체력은 강했던 것이다.
하루에 만 보 이상을 기본으로 걸어버리는 엄마는 지치질 않았다.
결국 금강산 찾아가는 것도 아닌데 26,000보를 걷고 내가 뻗어버렸다.
난 이제 지쳤어요 땡벌~ 외치고 싶었으나
공교롭게도 모친께서 매우 신나하므로
종아리 가자미근에 온 지구의 힘을 모아 당신을 기쁘게 해드리리.
허벅지 대퇴사두근도 힘을 내!
1박 2일이라는 짧은 일정밖에 할애할 수 없었지만
그저, 엄마가 좋아하니까 나도 좋았다.
미안하고 또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겠지.
엄마, 올해는 어디 놀러갈까?
호캉스는 좋아해?
그게 싫으면 다른 당일 코스라도 가자.
어디든 가자.
엄마가 기뻐하면, 그걸로 됐어.
#가족여행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