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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신부인 Feb 10. 2024

나에게 당당하게 발길질하는 너

태아의 뱃속 움직임, 태동에 대하여

직접 겪어보기 전까진, 경험자처럼 말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19주차 태아검진에서 초음파를 보던 주치의는 내게 이렇게 물었다. 

"아이 태동이 느껴지나요?"

그 때만 해도 어리둥절하기만 했던 초산모인 나는, 전혀 모르겠노라 답했다. 

당장 차주부터 어떤 놀라운 일을 경험할 지 한 치 앞도 모른 채. 


태동은 언제 느껴질까?


경산모는 임신 15~17주 정도,

초산모는 18주~18주 정도 주수가 되면 느낄 수 있다고 하는 태동.

이는, 자궁(포궁) 내에서 태아가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개인차가 있으나, 복벽이 상대적으로 얇은 경산모가 초산보다 더 빨리 감지할 수 있다고 한다.


태동은 어떻게 느껴질까?


태동에 대한 감각을 묘사한 여러 글, 영상을 보았으나 전혀 체감되지 않았다.

상상력이 영 풍부하지 않아서 꽤 많은 자료를 탐색해야만 했다. 

솔직히 말하면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암만 묘사를 봐야 소용없다, 직접 겪어봐야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임신 후반으로 갈 수록 태아가 커지고 움직임이 격해져서 

마치 영화 '에일리언'을 보듯, 뱃속에서 손, 발의 형체가 떠오르는 영상도 보았다. 

아직 나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그것은 아주 생경하고 낯설고도 미묘한 움직임이었다.

움직이는건가? 싶을 정도의 뽀글거림, 부글거림과는 달랐다.

조금이라도 의심이 가는 기미가 보일 적만 해도 미친듯이 스마트폰 검색을 돌렸는데,

막상 태동을 겪고나자, 

마치 진리를 단박에 신묘하게 깨달았다는 '돈오점수'의 경지에 오른 것만 같았다.


퉁!


신기하게도 왼쪽 배를 자주 건드린다.

그것도 주변이 조용할 때, 밤 또는 낮에 혼자 있을 때.

아직 아기가 작아서 그런가, 옅은 존재감으로 발길질 하는 게 꼭 노크하는 것만 같았다.

이제는 내 배에 손을 짚은 남편까지 명확히 알 수 있을 정도로.


한 번 느끼기 시작했더니, 헤엄친다 싶을 정도로 자주 꿀렁거릴 때도 있다.

사무실에서 오래 앉아있으면 불편한지 꾸물렁거리기도 하며, 결국 나를 일어나게 한다.

8시간 근무하는 동안 앉고 서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던지!

때로는 누워서 편하게 일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고 생각한 적도 있다.


하루에 10번 이상 움직이면 정상적인 태동이라는데,

솔직히 시도때도 없으니 몸짓이 격할때면 인지할 수밖에 없다.

몸 안에서 꿀렁대고 발로 차니, 모를 수가 없다. 

임신 20주차가 넘어가면 몸 길이가 약 20cm 정도 된다는데,

뱃속에서는 크게 느껴지는 아이가 막상 태어났을 땐 따끈한 바게트빵 같이 작게 느껴지겠지.

36주~40주 사이에 갓태어난 아기는 약 50cm라고 하니, 지금보다 더 커지겠지.


임신테스트기 2줄부터, 아기집을 확인하고 나서 태동을 느끼기까지.

건강히 잘 있는지, 영양분은 충분히 흡수하고 있는지,

주수에 맞게 잘 크고 있는지 물어도 대답없는 태아의 안부를 확인하려면 늘 초음파 촬영을 해야 했는데...

비로소 잘 살아있음을 느낀다.


자식을 영영 뱃속에 품고 있을 수는 없겠으나,

반드시 품고 있어야 하는 기간만큼은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리라.  

소중한 아가, 언젠가 꼭 건강히 만나. 

당당하게 내 배를 찰 수 있는 권능을 부여하니, 부디 잘 살아있노라 존재감을 맘껏 뽐내주련.


#임신 #임신중기 #임산부 #태동 #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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