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는 조심 또 조심해야!
퇴근길에 식겁할 뻔했다.
내려가는 방향의 찻길로 어르신께서 올라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도가 없었느냐? 전혀 아니다.
두 사람이 손 붙잡고 가도 족히 공간이 남을 인도는 비워두고
깜깜한 산길 차도로 올라오시는 거였다.
이건 마치 쇼파는 놔두고 바닥에 앉는 꼴과 비슷하달까.
그 길이 당신께는 황천길이 될 수도 있고,
불운한 운전자에게는 지옥길이 될 수도 있음을 왜 모르시나.
자라니 못지 않은 할라니
기실, 이런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얼마 전에는 올라오는 찻길을 오르는 어르신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 때에도 인도는 있되, 그저 당신이 가는 곳이 당신께는 길이었을 뿐.
일부 어르신들의 안전 불감증을 운전자 입장에선 항시 조심해야 한다.
그나마 낮에는 빛이라도 잘 드는데, 밤에는 가로등이 설핏하다.
도시의 밤과 산골의 밤은 차이가 크다.
여름철 매미가 밤낮없이 울어대는 도시와는 달리,
일몰 이후엔 어둠이 자리잡아 매미도 밤이 왔음을 알 정도다.
대부분의 산촌은 인구소멸지역에 해당하여 주택가 불빛도 듬성듬성이다.
상향등을 포함, 전조등을 켜고 천천히 달리지 않으면 안된다.
비 또는 눈이 오는 날에 안개까지 더하면 더욱 조심해야 한다.
진실로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기 때문이다.
나는 시골에 사시는 어르신들이 모두 호상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님아, 제발 그 차도를 건너지 마오.
로드킬 주의구간
인적이 드문 산골에는 야생동물들이 많이 산다.
사람들이 이동이 적은 밤에만 돌아다니는 것은 아니다.
출근길에 수컷 노루를 마주친 적이 있다.
당시 산길을 60km/h로 가고 있었는데 순식간에 앞을 가로질러 갔다.
이 일화를 들은 팀장님은 내게 어떻게 수컷임을 알았냐고 물었다.
“뿔이 있었으니까요”
불시에 야생동물을 마주하게 되면
고라니인지 노루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들이 있다.
참고로 엉덩이가 하얀털이면 노루이고, 그렇지 않으면 고라니다.
왜 버섯 중에도 있지 않은가.
‘노루궁뎅이 버섯’이라고... 이름 한 번 기가 막히게 지었다!
이미지를 검색해보라, 정말로 하얗고 닮았다.
동료 중 퇴근길에 로드킬로 고라니를 친 직원이 있었다.
티볼리 차량이었는데 반파가 되어 결국 폐차 수순을 밟았더랬다.
고도로 놀란 고라니는 발걸음을 떼기 어려운 경우들이 있다.
그러니 운전자가 늘 조심할 수밖에...
“노상 주차 상습지역”
주정차 금지지역이라도 이를 무시하고 주차하는 이들이 많다.
도시에선 빼곡하게 양쪽 도로를 막아 차선과 중앙선의 경계가 무색한 경우가 빈번한데
인구가 적은 시골에서는 노상주차를 해도 어째... 공간이 많이 남는다.
한문철의 블랙박스 채널 자료를 종종 보면
양쪽의 차들로 사각지대가 형성되어 갑자기 튀어나오는 행인과 접촉사고가 있는 경우들을 볼 수 있는데,
시골에서는 사실... 발생 가능성이 다소 낮아보인다.
단지 야밤에 어두운 단점이 있을 뿐, 사각지대가 잘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초보 운전자 타이틀을 못 뗀 나에겐 희소식이다.
그까짓 거 대충 대도!
사람들이 알아서 피해갈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솔직히 도시에선 인도 쪽으로 바짝 붙여대지 않으면 욕을 겁나게 먹는데
평행주차를 잘 하지 못하는 입장으로선 심히 면책이 된다.
아무튼, 시골 운전은 서행 원칙만 잘 준수하면 된다.
그래서 오히려 초보운전자들에게 나은 공간이 아닐 수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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