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단신부인 Mar 30. 2024

내 피에 캔디, 꿀처럼 달콤했니?

임당검사 실패와 임신성 당뇨 투병기

지나치게 안일했으며 태평했고, 또한 간과했다.

왜 다들 공포의 임당이라 부르는지.

검사받기 며칠 전 식단 좀 신경쓰면 될 줄 알았다.      

부정적인 결과를 현실로 받아들이는데

사람마다 나름의 단계가 있는데,

본인의 경우에는 놀람당황부정포기수긍수용승화 순이었다.     

23주차에 겨우 입덧을 넘어서서 임신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싶었더니,

신은 결코 나를 가만히 놔둘 생각이 없나보다. 

어떻게든 시련을 주고 이겨내! 라고 하는 것만 같다. 

부디 나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소서.      

주변에 아이를 양육하고 있거나

혹은 올해 곧 출산 예정인 동료들에게 물었더니,

혹자는 입덧이 내내 심해 잘 못먹었더니 1차 검사 때 통과했다는 의견,

혹자는 1차 불통 후 2차 때 통과했다는 경험을 전파해주며

나도 통과할 수 있을거라며 용기를 북돋아주었다.

... 결국 전부 무산이 되었고, 기대가 찬찬히 부서졌지만.     


“임신성 당뇨란? 검사 방법은?”     


임신성 당뇨는 수태 이전엔 당뇨가 아니었다가,

임신을 하게 되면서 혈당이 상승하여 당뇨가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원래 태아에게 영양분을 공급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혈당이 높아지는데

과도하게 높아져 혈당 조절이 안되면 당뇨병처럼 나타나는 것이다. 

무려 질병코드도 있는 질환이다.     

병원마다 검사 방법과 통과 기준에 조금씩 차이가 있다. 

본인의 경우 1차 검사에서는 물 포함 금식 3시간 후,

김빠진 오렌지 탄산음료 같은 50g 시약을 섭취 후 채혈하여 경과를 봤다. 

한편, 입체 초음파도 같이 찍는 날이었는데

아기가 팔로 얼굴 가드를 심하게 하고 있어서 코랑 입술만 봤다.

참으로 야속한 현실. 

그래서 입체초음파를 4주 뒤, 한 번 더 예약했다. 


검사 결과는 다음 날에 문자로 통보받았다.      

임신성 당뇨 검사 결과 138로 일주일 이내 내원해서 재검 필요합니다     

나름 SNS 정보들도 찾아본 바, 

수치 140 정도 이하면 통과라고 해서 희망을 품었으나 

만 35세 이상 임신은 더욱 엄격하게 본다며,

130~140 사이가 나오면 재검이라는 청천벽력같은 소식.      

다음 날이라도 쉬이 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련만,

장거리 주말부부 신세에, 

‘강원도’ 내 인구소멸지역이 내 근무지인 특성상 산부인과가 없다.

결국 일주일 뒤 연고지 근처에서 재검을 기약할 수밖에.      


임신성 당뇨 2차 검사는 악랄하기 그지없다.

그제서야 공포의 임당검사라는 명명이 체감되었다.

물 포함 금식 8시간, 시약도 100g이라 두 병을 마셨다. 

1차 때는 미리 줘서 냉장고에 두고 차게 먹었기를 망정이지

현장에서 먹으려니 지나치게 달아서 고역이였다.

더욱 가관인 것은 피를 매 1시간 1번씩총 4번을 뽑아야 한다는 것

순서대로 공복, 1시간, 2시간, 3시간 당부하 검사고, 

각 회차마다 통과 기준이 있다. 

밥도, 물도 8시간이나 못 먹고 왔는데 

추가로 4시간을 더 꼼짝없이 굶어야만 하는 셈.      

고난과도 같은 시간을 그나마 버틸 수 있게 해준 건 짧게나마 태아 초음파 사진을 보여준다는 것.

나의 고통과는 상관없이 천진하게 노니는 아이를 보니 웃음이 났다.

산부인과, 소아과를 같이 하는 병원에 다니다 보니,

기다리고 인내하는 과정에서 예방접종 맞고가는 신생아 여럿을 보았다.

나도 언젠가, 그네들처럼 아이를 데리고 와서 맞추고 가겠지?     


그리고 대망의 다음 날.

임신성 당뇨입니다진료의뢰서 받으러 내원하세요

4번의 채혈 중 2번 이상 혈당이 튀었더니 불통이 되었다. 

지금 이 순간. 정신이 아득해지는 순간.

설마했던 내가 당뇨 걸려버렸어~! 설마했던 내가 당뇨걸렸어...     


“임신성 당뇨, 확진 그 이후”     


절망스러운 현실에 슬퍼만 하고 있으면 당뇨가 낫는가?

서글픈 감정은 얼른 털어버리고 방법을 모색해야만 한다.

부서장에게 얼른 사실을 알리곤 병가를 쓰겠다고 알렸다.     

내과가 같은 층에 있는 산부인과라면 금방 처리가 되었겠지만

내가 다니는 곳은 진료의뢰서만 발급해주었고 이제부터는 내과로 전원해야만 한다.     

한데, 설마 알았겠는가.

임신성 당뇨 진료를 안 보는 내과도 있으리란 것을.

집 근처로 무작정 내달려서 30분 기다렸는데 그 진료를 안 보는 곳이니,

다른 병원으로 가라는 뜻밖의 전언. 

내 생애 최초 진료 거부에 당황했다. 

다행히 양심적인 의사 선생님은 진료비는 받지 않으셨다.

근처 내과들을 알려주며, 이쪽으로 문의해보라고 권유해줬다.     

그래서 확실히 알았다.

임신성 당뇨로 진료의뢰서를 받았다면해당 병원의 진료 가능 여부를 꼭 확인 후 내원해야 한다는 것을!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 규모가 큰 내과가 있었고 초진을 보았다. 

출산을 하면 대개 정상으로 돌아오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지속 관리가 필요하며

5년 이내 당뇨병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이 날 채혈과 소변검사를 추가로 보았다.

당화혈색소 등 수치를 보았고, 다행히 이는 정상으로 나왔다.

2주간 식단, 운동을 통해 경과를 본 뒤, 그래도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다면 인슐린 처방을 검토하기로 했다.     

내과 진료에서 꼭 받아야 하는 것은

임신성 당뇨 질병코드가 포함된 진단서와 당뇨병 환자 소모성 재료 처방전이다.

출산 전까지 하루에 약 4번씩 자가 혈당체크를 해야 하는데

국민건강보험 일부 지원이 되는 항목이기에 증빙서류가 필요한 셈이다.      

이 때 주의할 점은 채혈침, 혈당검사지만 대상에 해당되며, 혈당체크기, 알콜솜은 제외라는 점이다. 

아무거나 구매해선 안되며,

건강보험공단에 당뇨병 소모성 재료 보험코드가 등록된 제품 한정이다.     

의료기기 전문 판매점에서 구매하게 되면

건보에 신고도 대리해서 해주는 경우가 있으나

본인의 경우 잘 모르고 아무 약국이나 갔더니 스스로 해야했다.

이 때 추가적으로 필요한 서류는 결제 영수증거래명세서다.

지원비를 청구할 적에 첨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후에 이를 알게된 나는 결국 약국에 재방문해야 했다.

참고로, 의료기기 판매업으로 등록된 통신판매사업자 사이트에서는 인터넷 구매도 가능하다.      


일주일 정도 식단, 운동결과에 따른 식전, 식후 혈당체크 경과를 보니

먹지 말아야 할 것과 먹어도 되는 것에 대한 인식이 생겼다.

확실한 것은 맛있는 건 혈당 스파이크가 제대로 튄다는 것.     

반성과 참회의 나날을 보내다보니, 

지금 이 순간, 내가 겪는 이 고난과 그 극복 과정이

누군가에게는 어쩌면 도움이 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제 남은 일주일은 인슐린을 안 맞기 위해서 노력해야겠다.

부디 이번에는 계획 실패가 없길 바라며,

내과 의사선생님의 너그러운 처방을 기원하는 바이다.     


#임신성당뇨 #임신당뇨 #임산부 #임신 #임신일기  

작가의 이전글 부모가 되고 나서 이해하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