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법정 스님의 오두막을 그리워한다.
겨울이 오면 온 집안을 뒤집느라 야단스럽다.
선뜻 벌이기가 겁이 나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날을 잡았다. 아무도 없는 평일, 막막하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까.
아들 방 분위기를 확 바꾸어 기분 전환을 해주고 싶은데, 그러자면 한쪽 벽면을 차지한 붙박이 책장 한 면을 다 들어내야 할 판이다.
엄마는 언제나 강하다. 상상할 수 없는 초인적인(?) 힘을 조물주는 엄마라는 이름으로 주셨다.
한 칸 정도 책장을 띄어 낸 자리로 옷장을 옮기고 5단 서랍장으로 창문 아래쪽을 막았다. 확장한 베란다의 싸늘한 기운이 조금은 가실 터이다. 그리고 그 앞으로 침대를 옮겼다. 창 아래쪽으로 있던 책상은 오른쪽 벽면 책장 띄어낸 자리로 옮겨 잡았다. 일단 가구들 제자리를 잡는데 만도 오전 시간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
문제는 식탁 위며 주방 쪽으로 내어 놓은 책들이다. 버릴 때는 미련 없이 버려야 하는데 언제나 그렇지가 못하다. 고작 삼 분의 일만 털어 냈는데도 집 안 가득이다. 손길조차 주지 않아 먼지만 풀풀 날리고, 있는지 조차 몰라 또 사서 두 권인 책들도 있다. 아쉬운 마음에 버리지 못한 책들을 또 한쪽 구석으로 쌓아 놓고 나니, 온몸의 힘이 쭉 빠져서 소파 위로 늘어졌다.
오른쪽 왼쪽 어느 한 구석 빈틈이 없다. 한숨 고른 후 내 눈에 들어오는 집안 풍경이다. 동서남북 벽이란 벽은 온갖 가구들로 가득 차서 더 이상 비집고 들어갈 공간이란 보이지 않는다.
갑자기 숨이 막혀왔다. 모든 것들이 나를 옥죄어 온다. 이 모든 것들의 노예가 되어 헤어 나오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행복하기 위해 거두어들였을 모든 것들이 지금은 그 반대로 불편한 마음을 갖게 했다. 모든 것들이 지천으로 넘치고 있어 참으로 귀한 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있다.
가득 찬 것은 덜 찬 것만 못하다는데 어디를 둘러보아도 여백의 미란 찾아볼 수조차 없다.
나는 지금 행복한가.
내가 진정으로 행복해지고 싶다면, 이것저것 챙기면서 거두어들이는 일을 우선 멈추어야겠다.
행복은 밖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에서 꽃처럼 피어나는 것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얼어붙은 대지에 봄이 오듯이, 나는 법정 스님의 오두막을 그리워한다.
거치적거릴 게 없는 텅 빈 공간의 넉넉함을 그리워한다.
그 안에서 비움의 미학을 음미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