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걸

빨간 모자와 기타 등등

by 심박
핀터레스트에 있는 그림을 약간 각색 카피한 것



어린 시절 읽었던 빨간 모자 이야기에서

작고 귀여운 빨간 모자 여자아이는 늑대에게 잡아먹힐 뻔했으나 가까스로 벗어났다.

나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 커서 알게 된 이야기의 원본은 달랐다.

착한 아이는 엄마 심부름을 한 것뿐인데

늑대에게 잡아 먹혔다. 잡아 먹혔다...


언젠가부터

빨간 모자 이야기가 매우 야하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소녀와 늑대, 소녀와 늑대, 소녀와 늑대

착하면 잡아 먹힌다. 침대 위에서 기다리고 있던 늑대에게.


그리고 비슷한 이야기들이 불편했다.

미녀와 야수, 킹콩, 선녀와 나무꾼 등...


이 이야기의 공통점은? 야하다. 소녀들은 예쁘고 착하다.

그녀들이 무슨 꿈을 꾸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이야기는 전혀 관심 없다.


미녀를 감금한 야수가 돈 많고 매너 좋은 왕자일 확률은?

미녀를 납치한 야생 고릴라가 순정(우웩!)이 지독할 확률은?

선녀를 납치한 사기꾼 나무꾼의 성정이 좋을 확률은?


없다. 그냥 환상이다. 누구의 로망을 실현시키는 이야기인가?

늑대의 로망이다.

야수가, 고릴라가, 나무꾼이 너~무 좋은 인물이라고

소녀를 안심시키기 위한 속임수이다.


차라리

빨간 모자 원본이 훨씬 솔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현실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늑대에게 미안합니다. 실제 동물 늑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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