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칸소 - Hot Springs National Park
끊임없는 연애를 반복하며 맞이한 32살. 남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상처를 입기도 하며 긴 시간을 보내왔다. 이 모든 연애 끝 결국 깨달은 것은 하나다. 나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남을 사랑하고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연의 아픔에 눈물로 가득했던 작년 여름과 이번 봄 이후, 마침내 온 마음을 다해 스스로에게 자유를 선물한 나다. 프리랜서로서의 장점을 활용하여 모두가 잠든 시간에 작업하고, 아침과 저녁의 인사, 종일 문자를 보낼 필요가 없는 자유로운 삶을 즐기고 있다.
주변에서 결혼 소식이 줄곧 들려오는 나이다. 때로는 '나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건가?'라는 의문을 품기도 하지만, 모든 것에는 다 자신의 시간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를 너무나도 사랑해 주고 지지해 주는 주변 사람들과 20대 초반에는 상상하지도 못한 기회들이 찾아오는 요즘, 감사한 마음으로 매일을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한다. 가지지 못한 것에 초점을 맞추면 끝이 없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정말 감사할 것이 가득한 삶이다. 특히 이번 여름, 나는 스스로의 한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끝없는 도전을 했다. 아직 휴스턴의 날씨는 한여름과 같지만, 9월 중순이 벌써 다가왔다. 가을을 맞이하며 '혼자여도 괜찮음’을 뼈저리게 배운 내 이번 여름에 대해 글을 써보려고 한다. 시간 순서대로가 아닌, 조금 더 나 스스로를 알게 된 여름의 끝자락부터 눈물이 가득했던 초여름의 이야기를 생각나는 대로 써 볼 계획이다.
너무나도 바빴던 초여름의 스케줄 후, 8월에 몇 주 시간이 비어서 여행을 가고 싶었다. 남자친구가 있다면 같이 갈 수 있었을 텐데라고 속상해하며 있던 찰나 바비 영화를 보고 감명을 받아 혼자 로드트립을 떠났다. 장거리 운전은 절대 못한다고 생각하며 겁먹었던 내가 ‘바비도 바비랜드를 떠나 엘에이로 갔는데!’라는 생각과 함께 그날로 짐을 쌌다. 혼자 3000 마일 (약 4800km, 서울부산을 15번 가는 거리!)을 운전하는 계획, 만약에 더 이상 못 가겠다는 생각이 들 경우 언제든 차를 돌리기로 결심하고 출발했다. 로드트립을 좋아하는 친구가 세심히 계획을 세워주어 (고마워 ) 아무 생각 없이 하루에 7-8시간씩 운전만 하면 되는 스케줄이었다. 휴스턴에서 출발해서 마지막 도착지 웨스트버지니아까지의 여정이었다.
휴스턴에서 출발하고 보니 정말 텍사스는 너무나도 크더라. 가도 가도 텍사스. 특히 텍사스는 경사진 곳도 없고 정말 평지만 계속 이어지는 풍경인데 웨스트버지니아는커녕 이렇게 가서 언제 첫 번째 도착지인 아칸소에 도착하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음악을 들을 때 꽂히는 음악이 있으면 그걸 끝도 없이 반복해서 듣는 편인데, 정말 참을성 있던 오래전 만나던 남자친구가 어느 날 "제발 다른 음악으로 바꾸면 안 될까"라고 부탁한 이후, 남들과 함께 있을 때는 적어도 앨범을 통째로 틀곤 한다. (미안하다…) 하지만 로드트립을 출발하고 보니 나에게 있는 건 시간뿐! 첫날에는 6월부터 빠져있던 Sam Greenfield의 앨범 (https://youtu.be/bcu21-Nez1Q?si=k-QVaHvYVB0x1O9q)과 요새 내가 작업하고 있는 곡들을 몇 시간이나 반복해서 들었다.
혹시 몰라 출발 전 친구들과 여동생에게 내 위치를 공유했다. 첫날이라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해서 약 일곱 시간 정도의 운전 시간 중 반 이상 돌아가며 친구들과 가족들이 전화를 해줬다. (고마워 2) 똑같은 음악과 끝없는 수다 끝 약 일곱 시간의 운전 후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왔을 땐 감동이 밀려왔다. 고속도로를 나온 후 처음 마주한 아칸소의 풍경은 정말로 아름다웠다. 해가 지기 시작한 이른 저녁 시간, 차가 터질 만큼 크게 내 곡을 튼 채 반짝이는 호수를 건넜다.
이른 저녁 첫 Hot Springs National Park에 위치한 에어비엔비에 도착했을 때는 정말로 믿기 어려웠다. 내가 이 먼 곳을 왔다니! 혼자서 짐가방을 방으로 옮긴 후 일단 샤워를 했다. 그러고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가 전 남자친구랑 여기까지 왔다면 (분명히 싸우느라 여기까지 기분 좋게 오지도 못했을 거다.) ‘너 뭐 하고 싶어?’ 라며 내가 물었을 거다. 그러면 걔는 시큰둥한 목소리로 ‘몰라, 안 피곤해?’라고 했을게 뻔하다. (내가 꼭 얘를 디스 하자고 이걸 쓰는 건 아니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는 걸 어째) 나는 평소에도 남들보다 좀 에너지가 과다히 많기도 하고, 이 먼 거리를 운전하고 온 내가 너무 기특한 마음에 피곤함이 없었다. 이 먼 거리를 운전하고 왔으나 차 시동을 다시 걸어 동네를 구경하기로 마음먹었다. Hot Springs National Park는 아주 작은 시골 동네에 위치한 곳이었다. 고요하면서도 고즈넉한 분위기의 작은 거리를 구경하니 저녁시간이 되었다.
혼자 여행하는 큰 장점 중 하나는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고 내 마음대로 모든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점이다.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밥을 먹기엔 귀찮았다. 근처에 있는 슈퍼마켓에 들러 컵라면과 샐러드를 산 후 에어비엔비에 돌아가서 유튜브와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요 근래 해가 지면 잠을 자곤 했지만, 그다음 날의 (노는) 일정이 바쁘기 때문에 일찍 잠에 들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