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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승희 Feb 11. 2023

모든 삶은 피고 지는 벚꽃

(ft.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




오랜 만에 영화 한 편을 보았다.

류승룡, 염정아 주연의 '인생은 아름다워'이다.



극장가서 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영화가 어느새 넷플릭스에 나와 있었다.

내가 잠시 주춤하는 사이 어느새 시간은, 세상은 이리 빠르게 움직이고 있구나를 새삼 느낀다.

(내가 느린 것인가, 세상이 빠른 것인가 ~^^)



영화 소개 (뮤지컬 형식/ 줄거리 및 배우)


뮤지컬 형식의 영화라 중간중간 80,90년대, 추억의 명곡을 듣는 재미가 있다.

(이것이 호불호가 될 수도 있다. 그 노래들을 익히 알고 있는 40대 이후가 20,30대보다 더 영화에  빠져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영화가 끝난 후(40대라서^^)  이문세의 '알 수 없는 인생'을  계속 흥얼거리고 있었다.


언제쯤 사랑을 다 알까요

언제쯤 세상을 다 알까요

시간을 되돌릴 순 없나요

조금만 늦춰줄 순 없나요

눈부신 그 시절 나의 지난 날이 그리워요~~


개인적으론, 뮤지컬 영화 특유의 어색함(갑자기 노래부르는 신에서)은 좀 견뎌야만 했다. 갑자기 대사에서 노래로 넘어가는 그 어색함, 살짝의 낯간지러움은 있었다.



< 배우들 >


세연역의 염정아. 미스코리아때 도시적이고 마른 인형같은 외모였는데, 이젠 사람좋은 미소의 아줌마 역도 찰떡이다. 세월에 잘 흘러가고 있는 배우란 느낌이 든다.




진봉역의 류승룡.  명량에서의 괴기스럽기까지한 일본 무사(구루지마역)부터 특유의 능청스러운 코믹역까지~ 말해 뭐할까. 이미 하나의 브랜드가 된 배우이다.



< 줄거리 >


부인을 "야"라고 부르는 무뚝뚝한 남편 진봉(류승룡) 과 무심한 아들 딸을 위해 헌신하며 살아온 세연(염정아).

어느날 3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세연이 이대로 죽을 순 없다며,  남편에게 본인의 첫사랑을찾아 달라는 요구를 한다.그렇게 떠나는  여행이 영화의 주된 줄거리이다.

과연 세연의 첫사랑은 누구일까. (이걸 말하면 스포가 되는 영화^^)


여행하는 동안 진봉과 세연은 둘의 잃어버린 추억 하나하나를 만나게 된다.



세연은 첫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죽기 전에 하고 싶었던 버킷리스트를 모두 이룬다.

알고보니 무뚝뚝하고 무심한 진봉이 세연의 버킷리스트를 몰래 본 후 그 하나하나를 이루어준 것이다.

세연에게 생일잔치 한 번 제대로 해주지 못했던 진봉은 시한부 아내를 위해 잔치를 벌여준다.

그 동안 아내가 보고 싶고 만나고 싶었던 모든 사람들을 초대해서 말이다.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는 세연은 신나게 놀자며 본인 생애 마지막 잔치를 즐긴다.



슬픈 상황이지만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는 세연.

그렇게 본인 생애 마지막 삶도 찬란하게 보낸다.



내 인생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신파일 수 있는 영화가 신파가 아니어서 좋았다.

편안하게 미소지으며 노래를 감상하듯이 볼 수 있는 영화다.

그런데 의외의 장면에서 눈물이 나버렸다.

암을 선고받은 엄마가 예전에 아들을 키우던 장면을 회상하는 신이었다.

별 특별한 내용이 아니어서 오히려 눈물이 났던 걸까.

모든 부모가 아이 키우는 과정은 멀리서 보면 다 비슷한 듯하다.

아이가 아프면 눈물 짓고 엉뚱하고 귀여운 행동에 웃음 짓는.



어느 생과 마찬가지로 모든 지금은 과거가 된다.

그렇게 지나가는 무수한 일상 중 내 아이와 함께 한 하루하루는 분명 미래의 나에게도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는, 돌아가고 싶은 과거가 될 것이다.

그것이 내 인생이 아름다울 수 있는 이유이지 않을까.

사랑하는 사람과의 추억을 많이 만들었으므로.



나의 마지막 순간도 의연하게 보낼 수 있을까


세연은 죽음을 앞에 두고도 의연하며 평상시와 다름이 없다.

나의 마지막도 내 아이와의 추억이 깃든 지금 현재를 돌아 볼 것이다.

돌아볼 추억이 있으므로 나의 마지막 순간도 감사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세연처럼 의연하게, 행복하게, 미소지으면서 받아들일 수 있을까.


봄날 벚꽃이 만개했을 때,  우리는 온 마음을 다해 벚꽃의 아름다움을 보며 행복을 느낀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나의 사람들,

평범해서 더 감사한 일상에도 아름다움을 느끼며, 행복을 느껴야 겠다.

그렇게 살려고 애쓰고 노력하는 삶이 되고 싶다.

.

.

.


벚꽃은 피어 있을 때도 질 때도 아름답다.

내 인생이 질 때도, 세연처럼 벚꽃비처럼 아름답게 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쩔 수 없는 쓸쓸함과 미련은 작고 보잘 것 없는 것이 되었으면 한다.






요즘 하이쿠 시를 읽고 있는데 이 영화를 본 후 떠오르는 시가 있어 몇 편 같이 올려 봅니다~♡




이상하다


꽃그늘 아래 이렇게


살아 있는                     -잇사-




오늘이라는


바로 이날 이 꽃의


따스함이여                  -이젠-






지는 벚꽃


남은 벚꽃도


지는 벚꽃                     -료칸-




*하이쿠 : 5ㆍ7ㆍ5  음수율의 일본의 단시.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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