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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승희 Jan 14. 2023

글쓰기는 나만의 의식이다 / Ritual (리츄얼)

요즘 핫한 단어는  'Ritual'  인 듯하다.

Ritual의 사전적 의미로는 "항상 규칙적으로 행하는 의식과 같은 일" 이란 뜻이다.

루틴이란 단어와 비슷하지만 뉘앙스는 다소 다르다. 

본인이 매일 하는 습관에 본인만의 의미, 의식이 더해짐이다.

대표적으로 명상이나 요가, 운동 등이 있고, 작년쯤 유행이었나. 미라클 모닝이 대표적인 Ritual이다.


Ritual은  요즘 신세대 MZ 세대에서도 유행이다. 길 걸어가는 도중에 폰에만 눈을 박고 지나가는, 기계에 매몰되어 있을 거 같고, 철없어 보이는 20대 젊은이들에게 유행이라니. 그들도 본인만의 의미있는 습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견하다. 저런 고귀한 유행이 다 있을까. 마냥 어려보이고 철없어 보이는 MZ세대가 아니다.

우리의 20대 그때처럼.


나에게도 리츄얼이 있을까.

돌아보면 지난 일년 동안 꾸준히 했던, 글쓰기 자체가 나의 리츄얼이었다.

매일의 글쓰기는 못했지만, 글을 쓰기 위해 글감을 생각하고 문장을 떠올리는 그 잡생각의 시간이 명상만큼 고귀하진 않았지만, 분명 나는 규칙적으로 습관적으로 나의 의식을 하고 있었다.


글을 쓰는 시간 그 자체, 글을 쓰고 있는 나의 모습 그대로가 좋았다.

하루의 끝에서, 하루종일 좁은 아파트에서 좁은 동네에 머물러 있었던 내가, 세상과 떨어져 오롯이 있는 시간이 좋았다. 타닥타닥 자판 치는 소리는 흡사 내가 작가가 된 거 같아 우쭐거려질 때도 있었다. 운동선수에게 체육관은 자기와의 싸움, 고행의 장소일 수 있지만, 일반인들이 가는 체육관은 삶의 생기를 느끼러 가는 곳이다. 나에게 글도 고난의 시간이 아닌 내가 생각하고,  쓰고 있음을 느끼는 살아있음의 시간이었다.


육아일기로 시작한 글은 점점 나의 에세이가 차지하게 되었고. 육아서만 읽던 나도 이제 나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일상에선 아직도 하루의 대부분을 엄마로 살고 있지만, '나'에서 엄마로, 엄마에서 다시 '나'로 가는 과정이 그렇게 자연스럽게, 당당하게 이루어졌다.

내 아이의 재능과 꿈을 발견해주고 싶다는 생각에서 나의 재능과 꿈을 찾고 싶다고 바뀌었고, 그 과정에 있었던  매일의 잡생각과 사유의 시간, 꾸준함이 변화시킨 결과였다.

글쓰기 자체가 나에게 신성한 의식, 의례이며 리츄얼이었던 것이다.


이젠 매일 아침 향불을 피우고 기도를 하는 그 경건한 의식처럼, 나도 매일의 글쓰기를 해보러 한다.

1년의 여유롭고 다소 나태했던 글쓰기도 꾸준함으로 이리 나를 변화시켰는데, 매일의 견고한 습관은 나를 또 어디로 데려갈지 벌써부터 설레인다.


리츄얼은 세상과 맞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나에게 리츄얼은 나와 맞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내 안에 있는 무수한 나에게서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과정!

내 인생의 잔 속에 출렁이는 물을, 흔들리는 물을 그대로 느끼며 글로 쓰고 싶다.


생각이 춤을 춘다. 화려해보이고 멋있어 보여서 글로 표현하면 아직은 유치원생의 귀여운 율동밖에 되지 않지만, 역동적인 생각이 글에서는 굼뜨고 있지만,

난 나의 의식을 계속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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