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 신시아 라일런트 (지은이), 브렌던 웬젤 (그림) >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날은 언제일까?>
가장 아름다운 날, 언제였을까? 꽃잎을 말리며 감성에 젖었던 소녀 시절, 친구들과의 즐거운 한때. 사랑에 빠졌던 순간, 갓 태어난 딸을 품에 안았을 때…
하나하나 기억을 돌이켜보니, 아름다웠던 날들이 참 많았다. 힘들고 슬펐던 순간들이 어쩌면 더 많았을 법 한데, 시간이 흐르니 그때의 아픔은 잘 기억나지 않고, 행복하고 좋았던 순간들만 크게 다가온다.
그럼에도 가장 아름다운 날을 꼽기란 쉽지 않다. 나의 추억들이 서로 다투거나 샘내지도 않을 텐데, 이상하게도 어느 하나를 특정하기가 곤란하다. 선택되지 못한 다른 추억들에게 괜히 미안해지는 느낌이다. 살짝 마음을 돌려, 최근의 기억들을 꺼내본다. 동네 뒷산의 마른 풀 냄새, 알싸한 바람, 나무에서 나를 보는 맑은 눈의 청솔모, 아름다운 청춘의 시기를 맞은 딸들, 산에 오르는 우리 부부의 그림자.
바쁘고 힘든 일상의 사이사이,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들이 반짝반짝 빛을 발한다.
문득, 드라마 ‘눈이 부시게’의 명대사가 떠올랐다.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럼에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에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부는 달큰한 바람, 해질 무렵 우러나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드라마를 보며 마음이 먹먹했다. 주인공의 나레이션 그대로, 분명 우리들의 모든 순간은 눈부시게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을 온전히 아름답게 느끼지 못한다면 그것은 우리의 후회와 불안에서 기인한 것일테다.
나에게 있어서 참으로 아름다웠노라고 느낀 순간들을 되짚어 본다.
그 순간들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아름다운 존재가 있고 그 아름다움을 음미하는 내가 있다는 사실이다. 아름다운 누군가와 함께 할 때, 우리는 그 순간을 아름답다고 느낀다. 아름다움은 홀로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나와 대상, 나와 존재와의 관계에서 비롯된다. 그 관계를 아름답게 바라보고, 음미할 때에 아름다움은 나의 것이다.
신시아 라일런트의 그림책 ‘삶’에는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문장이 있다.
그러니 매일 아침
부푼 마음으로 눈을 뜨세요.
삶은 아주 작은 것에서 시작되지만
점점 자라날 테니까요.
우리가 매일 부푼 마음으로 세상의 아름다움과 함께 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삶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나의 아름다운 순간을 함께하는 존재에 대해 생각해본다. 지나간 소소한 추억들도, 지금 이 순간도, 함께하는 누군가로 인해 비할 데 없이 아름답다. 그리고, 두근거리는 설렘으로 맞이하는 내일은 분명 더 아름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