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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온 Feb 13. 2024

많이 가질수록 행복할까?

<빈칸, 홍지혜 (지은이), 고래뱃속>


<많이 가질수록 행복할까?>


이 물음은 살아오면서 꽤 많이 들어왔던 질문이다. 은연중 오랫동안 생각해온 문제이기도 하다. 한편으론, 질문의 저변에 ‘많이 가질수록 행복한 것은 아니다.’라는 교훈 섞인 답변이 내포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오랫동안, 나는 물질적인 것들이 행복을 좌우하지 않는다는 굳건한 믿음(?)을 갖고 살았다.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보다 어렵다.’는 성경의 한 구절이 사실이길 바라며 은근한 위안도 느꼈다. 부자이길 꿈꾼다는 게 뭔가 속물근성으로 여겨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다 몇년전, 우연히 행복에 대해 들었던 강연은 조금 의외였다. 돈을 포함한 물질적인 가치들이 우리의 행복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었다. 경제적으로 잘 사는 사람들일수록 행복감을 많이 느낀다는 연구 결과! 

어찌보면 당연한 말이겠으나, 돈에 대해 거의 무관심이던 내겐 상당히 놀랍고 배신감(?)이 드는 이야기였다.

다만, 그러한 물질적 가치는 일정 기준을 넘어서면, 더 많이 가졌다고 해서 반드시 더 행복한 것은 아니라는 것. 따라서, 정신적 가치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사는 사람일수록 행복감을 많이 느낀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 말은 돈이 행복에 있어서 어느 정도 필요하긴 하나, 충분 조건은 아니라는 의미겠지만, 행복을 논할 때 돈이 끼어들 여지가 있다는 것 자체가 좀... 슬펐던 것 같다.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 ‘많이 가질수록 행복할까?’ 라는 질문에 예전처럼 단순하게 “NO!”라고 말하진 못하겠다. 각자가 원하는 “많이”의 기준이 다를 것이고, 무엇을 많이 갖느냐에 따라 달라지기도 할 것이다. 행복은 인생에 걸쳐 추구하는 삶의 목표이고, 우리는 각자의 기준에 따라 갖고자 하는 것을 꿈꾸며 살아간다. 

또한, 욕심은 삶의 에너지, 우리를 움직이는 동력이기도 하다. 돈도 명예도, 사랑이나 권력도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다만, 그것이 과하지 않게,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정도에서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 너무 적지도 않고, 너무 많지도 않게. 딱 내 그릇만큼만! 그렇게 중용을 지키며 살아야 할 텐데... 가끔은 도를 넘는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더 많이 갖지 못해 속상해하기도 한다.

그림책 ‘빈 칸’을 보며 나의 욕심에 대해 생각했다. 그림책 속에서 꽉 채워진 진귀한 보물들이 아름답다기보다 기괴하게 보인 것은 탐욕의 말로를 예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모든 칸을 다 채우고 딱 하나 남은 빈 칸을 채우기 위해, 어리석은 욕심을 부리는 주인공. 어쩌면 내 모습일 수도 있겠다.


내 마음에 더 많은 빈 칸을 남겨두고,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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