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평온 Feb 13. 2024

그 소문 들었어?

하야시 기린 글/ 쇼노 나오코 그림/ 김소연 옮김/천개의 바람



강렬한 붉은 색 표지 안에 황금빛 갈기를 가진 사자가 서 있다. 예사롭지 않은 느낌~

첫 번째 페이지를 열었을 때, 한 눈에 들어오는 문구가 있다.


이게 과연 ,동화 속에서만 있을 법한 이야기일까요?


어떤 이야기일까? 금색 갈기를 가진 어마어마한 부자, 금색 사자는 왕이 되고 싶어한다.

그러나 마음씨가 고운 은색 사자가 다음 왕이 될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

왕이 되고 싶은 금색 사자는 어떻게 했을까?


" 그 소문 들었어? 착한 은색 사자가 사실은....."

"그 소문 들었어? 은색 사자가 또 누군가를 때렸다던데."


이 책을 읽으며, 우리 사회의 모습을 떠올렸다. 세상에 떠 도는 숱한 소문들, 유언비어, 가짜 뉴스들. 

우리는 너무나 쉽게 진실이 무엇인지 알려는 일말의 노력도 없이 들은 그대로를 사실로 믿어 버린다. 그리고 내가 들은 말에 또다른 거짓을 덧붙여 눈덩이처럼 커지는 소문에 새로운 날개를 달아준다.

그러한 소문들로 인해 누군가는 아파하고, 누군가는 치명상을 입기도 하며, 때로는 삶을 포기한다. 

작은 소문 하나가  개인의 삶을 바꾸기도 하고, 사회 전체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내가 알고 있는 사실, 내가 믿고 있는 사실이 정말 진실일까?


코로나-19가 확산되어 전 세계가 들끓고 있던 시기, 온갖 소문들이 난무하며 무엇이 진실인지 혼란스러운 상황이 있었다. 어디 그것 뿐이랴. 매일 매일 들려오는 뉴스들 중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가짜인지 하나하나 확인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이 책은 가짜 뉴스가 판을 치는 이 시대에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무엇이 진실인지, 정말 확인해봤는지, 의심해보았는 지, 

진실을 알기 위해 노력했는지

나쁜 소문을 만들어낸 누군가가 있다. 그렇다면, 그 소문을 아무 생각없이 퍼뜨린 나에겐 정말 아무런 잘못이 없는 것일까?


초등 3학년정도부터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책이지만, 담고 있는 주제는 상당히 깊고 묵직하다. 고학년에서 깊이있는 토론을 하기에 매우 적합한 책이라는 생각이다.  언어 예절, 학교폭력 등의 아이들의 생활과 밀접한 주제에서부터 사회적 현상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다양한 사고의 확장이 가능하다.

동화책으로서 아이들의 흥미를 자극할 수 있는 주제와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깔끔한 글, 섬세하면서도 색감이 아름다운 그림이 조화롭게 어울린다.


읽어주기에도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의 얇은 책이지만, 말의 무게나  소문이 갖는 폭력성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할 수 있게 해주며, 어떠한 현상이나 사실을 무턱대고 받아들이지 않고, 끊임없이 질문하는 태도가 필요함을 매우 효과적으로 독자에게 전달해준다. 꼭 아이들과 함께 읽고, 진지하게 이야기 나누고 싶은 책이다. 





작가의 이전글 자코미누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