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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갉아먹는 것들

by 송화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

이 정도면 됐다는 오만.

실패가 두려워 시작조차 못 하는 불안.

성공한 사람의 숨은 노력을

운이 좋았다는 말로 무시해 버리는 시기.

다름을 틀림으로 받아들이는 무지.

어차피 해도 안될 거라는 비관.

과거의 영광만을 바라보는 집착.

남의 것을 탐하는 탐욕.

겉모습만으로 그 사람을 판단해 버리는 편견.

나조차도 나를 따스히 바라봐주지 않는

자기 비난.



갑자기 추워진 탓인지

이른 새벽 눈이 떠져

이불속에서 나오지 못하고

한참을 머물렀다.


어젯밤에 쓴 소설 이야기 속

주인공 심리 중

갉아먹는다는 표현을 쓰며

머리에 스쳤던

여러 가지 생각들을 쭉 나열해 가며

정리해 보았는데

생각보다 많은 단어들이 떠올라

쓰면서도 놀라웠다.


인간이기에 당연히 가질 수밖에 없는

미운 마음들.

마주하고 싶지도,

인정하고 싶지도 않지만,

이 글을 쓰며

몇 개의 단어들에

저 깊은 마음 한구석이

들켜버린 듯 부끄러워진다.


나는 과연 이 중

몇 개나 버릴 수 있을까.


쉽진 않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