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한 저녁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신호등이 바뀌길 기다리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입고 온 카디건의 앞섶을 꽉 잡아당겨
비집고 들어오는 시린 공기를 막아본다.
신호가 바뀌고 달려오는 아이들 틈에
긴 머리 찰랑이는 한 소녀와 눈이 마주쳤다.
복숭아 볼마냥 상기된 얼굴로
환한 웃음과 함께 달려와
내 품에 와락 안기는 소녀.
꽉 조인 카디건을 다시 열어
차디 찬 소녀의 몸과 손을 감싸 온기를 전하고,
소녀는 내 허리에 딱 붙어 재잘거린다.
나에게 '엄마'라는 삶을 안겨준 소녀.
그 아이가 말간 웃음으로 달려 올 시간이
무한하지 않음을 알기에
이 시간이 더욱 애틋해진다.
그래서, 더욱 꽉 안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