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YOUR FAIL

당신에게 보내는 두 번째 편지

by 아알미

안녕하세요. 즐거운 주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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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은 봄 분위기가 한창입니다. 개나리가 활짝 폈고, 벚꽃도 조금씩 꽃봉오리가 피어오르는 게 보였습니다. 날은 따뜻하고 바람은 선선하니 사람들의 옷차림도 훨씬 가벼워졌네요. 나들이 가기에도 적당할 것 같습니다. 저는 정말 오랜만에 달리기를 하러 근처 공원을 다녀왔어요.


당신은 달리기를 좋아하시나요? 사실 저는 운동에는 완전 소질이 없어서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체육 시간을 정말 싫어했어요. 특히 달리기! 어느새 학기 때, 체육 시간에 단거리 달리기를 했던 기억이 있어요. 제가 어렸을 적에는 주변 여자 아이들보다 키가 큰 편이었거든요. 정말 이상한 편견인데, 학급 친구들은 키가 크면 당연히 달리기도 잘할 것이라 생각했나 봐요. 물론 큰 키가 달리기에 유리할 수는 있지만 저는 철저히 예외입니다. 아무튼 저를 응원하던 친구들이 제가 달리고 나서 보였던 실망 가득한 표정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네요.


그 이후로 달리기는 저와 잘 맞지 않는 운동이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김상민 작가의 <아무튼, 달리기>라는 책을 보게 되었는데요. 다른 것보다도 '아침의 달리기, 밤의 뜀박질'이라는 부제목이 운동과는 전혀 상관없는 삶을 살았던 제 마음을 이끌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도 달리기를 전혀 못 하던 사람이었는데 실연을 계기로 조금씩 달리기에 몰두하기 시작하면서 마지막에는 파리 마라톤까지 완주하게 되는데요. 이 에세이를 보면서 저도 문득 달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생각을 가지게 된 때는 겨울이 한창이었고, 평소 운동이나 특별한 다이어트를 해본 적이 없던 저는 적당한 운동복조차 없었죠. 그래서 저는 마음먹은 그날 저녁에 집 근처 SPA 브랜드 매장에 가서 10만 원 치 상당의 겨울 운동복을 질렀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바로 달리기를 하러 나갔죠!


근데 아니 이게 웬 걸, 그래도 학교 다닐 때 주구장창 했던 달리기였는데 왜 이렇게 어려운 거죠? 몸이 제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고 조금만 달려도 숨이 차고 종아리에 알이 배기는 것 같고... 초심자의 어려움이라 생각하며 며칠을 더 달려보았는데 다리 근육이 너무 아파서 결국에는 잠정 중단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제 실패 원인을 분석하면서 기초 체력부터 기르기로 했죠. 당시 제 체중이 인생 역대급으로 무거웠던 시기였고 몸 전체에 근육이 없었기 때문에 일단 달리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몸을 단련시킨 후에 다시 도전하기로 맘먹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저는 아침에는 고구마, 계란, 그릭요거트 점심에는 단백질 셰이크, 저녁에는 일반식이지만 과하지 않게 조절하면서 홈 트레이닝을 반복했습니다. 그리고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면서 무리하지 않고 달리는 법을 찾아봤어요. 미드풋 주법이나 호흡법, 팔 동작 같은 것들 말이죠. 그렇게 한 동안은 머릿속에 달리기만 생각하면서 살았던 것 같아요.


달리고 싶다. 멀리 달려보고 싶다.


그렇게 몇 주 후에 다시 도전한 달리기는 예전보다 훨씬 편안해졌습니다. 더 이상 무릎이 아프거나 운동 후에 근육에 통증이 크지 않았고요. 막무가내로 달리는 것이 아니라 런데이라는 앱을 통해서 인터벌 트레이닝을 하면서 조금씩 속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달렸습니다. 물론 남들만큼 페이스가 좋진 못하지만 그래도 매주 기록이 쌓일 때마다 기분이 좋습니다. 오늘의 페이스를 가늠하며 건강한 성취감도 얻을 수 있고 그리고 달리기는 무엇보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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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인생 처음으로 누군가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닌 제 의지로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스스로에게 준 선물이 있습니다. 바로 러닝 운동화입니다. 어렸을 적부터 운동화에 큰 욕심이 없었거든요. 그냥 부모님이 사주신 것을 그대로 신거나 적당히 괜찮은 디자인에 사이즈만 맞으면 만족했었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달리고 보니 제가 평소 불편한 신발을 신고 살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나이키 신발은 보통 발볼이 좁게 나와서 저처럼 발볼이 넓은 사람이 신기에는 아무리 신발 사이즈는 맞아도 불편할 수밖에 없었죠. 그래서 꽤 오랜 시간 관련 유튜브나 후기들을 서칭 하면서 저에게 맞는 신발을 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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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하면서 평소에 제가 제 몸에 대해서 얼마나 무관심하게 살아왔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아무리 먹어도 살이 잘 찌지 않던 어린 나이는 지나버렸으니까요. 음식을 먹을 때는 칼로리와 영양성분표를 보면서 조금이라도 건강하게 먹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 발에 맞는 신발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서 제 몸을 편안하게 하는 것들을 생각하게 되었어요. 달리는 순간에도 발의 중심이 바닥에 착지하도록 신경 쓰고 억지로 다리를 들어 올리려 하는 것이 아니라 몸을 살짝 기울여 공이 굴러가듯이, 손은 계란을 쥔 것처럼 살짝 주먹을 쥐고 아랫배에 작은북을 친다고 생각하며 가볍게 움직이기. 시선은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적당한 곳에 두기. 이 모든 것들을 생각하면서 꾸준히 호흡해 주기...


달리기는 쉽고 간단한 일이라 여겨왔던 것이었지만 생각보다 어렵고 까다로운 운동인 것 같아요. 위에서 언급했던 부분들을 계속해서 신경 써주어야 하니까요. 운동은 마냥 육체적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정신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매번 달릴 때마다 느낍니다. 제가 어떤 부분을 신경 쓰는지에 따라 제 몸의 감각 역시 바뀌니까요. 그래서 달리다 보면 잡생각이 날아간다는 말이 이해가 갑니다. 달리는 그 순간만큼은 오로지 제 몸에 집중하게 되거든요.


어떤 날씨에 달리는지, 어떤 옷차림을 하고, 어떤 컨디션으로 달리는지, 어떤 길을 따라 달리는지에 따라 매번 그날의 달리기의 느낌은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그때마다 깨닫는 것들도 다르고요. 만약 달리기를 해본 적이 없으시다면 이번 기회에 한 번 달려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무리하지 마시고 조금씩 나를 알아간다고 생각하면서 달려보세요. 자신을 좀 더 사랑하게 되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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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달리면서 제 앞을 추월해 가는 어떤 러너 분의 옷 뒤에 'LOVE YOUR FAIL'이라는 문장이 새겨져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매 순간 실패를 마주하게 되죠. 달릴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은 어제보다 안 되는구나. 생각보다 힘드네, 그런 낙담이 드는 순간도 있을 테지만 내 실패를 사랑하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어느새 원하는 곳만큼 멀리 달려가실 수 있을 거예요!


마지막으로 러닝 할 때 들으면 좋은 음악 한 곡을 추천해 드릴게요.


일본 유명 밴드 스파이에어의 MY WORLD라는 곡입니다. 엄청 비트가 빠르고 신나는 곡은 아니지만 후반으로 이어질수록 감정이 고조되는 게 마음을 감동시키는 곡인데요. 음, 저는 이 곡의 가사가 특히 평소의 제 생각과 결이 비슷해서 인상 깊었습니다. 우리는 스스로가 선택한 길이 맞는 걸까 고민하면서도 때로는 현실을 마주하며 좌절하거나 자기 자신을 가혹하게 나무라기도 하는데요. 또 그런 부정적인 마음들이 외부로 향하게 될 때 서로에게 상처가 될 때가 있죠. 이 노래는 그런 자신의 실수를 조금 더 보듬어주고 '슬픔이란 감정을 상냥함으로 바꿔나간다면 이 세상을 좀 더 사랑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해줍니다. 끝으로, 이 노래의 마지막 가사를 인용하며 마무리하겠습니다.


나를 조금 더 사랑할 수 있는 하루가 되시길 바라요.


그러니 내가 나로 살아간다는 것
그게 무엇인지 찾아야 해
상처받고 멈춰 서고 괴롭고 고통스럽겠지만
그래도 한 번만, 자신을 탓하지 않고 살아간다면
분명 이 세상을 사랑하게 될 거야
빛은 향하는 길 앞에 있어

SPYAIR - MY WORLD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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