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내 맘을 잘 몰라

당신에게 보내는 세 번째 편지

by 아알미

안녕하세요!


이 편지를 읽고 있는 당신, 오늘은 어떤 하루를 보내셨나요? 보람찬 하루를 보내셨을까요? 아니면 조금은 여유가 없는 날이었을까요? 뭐가 되었든 묵묵히 열심히 살고 계신 당신이 멋지다고 생각해요. 이제 한 주도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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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한창 유행이었던 게 바로 MBTI였죠. 당신도 MBTI 테스트를 해본 적이 있나요. 저는 사실 엄청 유행하던 시기 이전에, 그러니까 17년도 즈음에 처음으로 MBTI 테스트를 해봤어요. 그때의 저는 한창 대학을 다니던 시기였는데 무슨 바람이 불었을까, 뒤늦은 사춘기라도 찾아온 걸까. 제 성격 문제로 고민이 참 많았습니다. 10대 시절에도 유난히 내성적인 성격 탓에 새 학년으로 올라갈 때마다 친구를 사귀기가 힘든 편이었는데요. 그래도 그 당시에는 친구도 중요하지만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해! 하는 마음이 컸었기 때문에 제 성격이나 교우 관계에 크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막상 대학에 들어오고 나니 상황이 변하더군요. 아무래도 이제는 20대, 성인이니 공부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될 기회가 많아졌어요. 물론 어떤 길을 선택하든 본인의 자유이니 사람들과 담을 쌓고 마이 웨이로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가는 사람도 멋있기는 하지만 저는 그래도 제 답답한 성격을 이제는 좀 고쳐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동아리에 들어가서도 외부 활동에 열심히 참여하고, 교내 봉사 단체에 들어가서 운영진으로 활동도 해보고, 대치동 어느 학원에서 난생 처음 알바도 해봤어요. 사실 요즘 대학생들은 스펙을 쌓으려고 하루 멀다 하고 열심히 이것저것 많이 하니까 저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저에게는 꽤 많은 용기가 필요했답니다. 아무튼 사람들을 자주 만날 수 있는 곳에 가보고 전혀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눠보니 무척 흥미롭고도 좋은 경험이었던 건 분명하지만 그 과정이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았어요. 제 진짜 모습이 무엇인지 저도 헷갈리기 시작했거든요. 사람들 앞에서 분위기를 맞추려고 평소보다 과한 리액션을 하는 제 모습과 여전히 사람들 앞에서 쭈뼛쭈뼛 쑥스러움을 많이 타는 제 모습 사이에서요. 가장 저를 혼란스럽게 했던 것은 그 두 가지 모습 중에 어느 하나 거짓은 없었던 것이랍니다. 조용하고 내성적인 면도 원래의 제 모습이지만 조금 오버 하긴 해도 일부러 밝은 척하는 모습도 그 순간에는 정말 진심이었거든요.


그 당시에는 이런 성격 문제와 진로 고민까지 겹쳐져서 어느 순간 저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심적으로 폭발했던 것 같아요. 그런 날에는 무작정 집으로 혼자 돌아와서 친구한테 엉엉 울면서 전화하기도 했어요.(사실 저는 웬만하면 전화 잘 안 하는 사람입니다. 문자나 카카오톡이 편해요. 그런 제가 전화를 선택했다는 건... 말 안 해도 아시겠죠.)


"내가 뭘 하고 싶은 지 모르겠어."


친구와 대화를 나누니 어느 정도 마음이 진정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마음속에는 여전히 무거운 마음이 있었어요. 그러던 중에 우연히 검색을 하다가 MBTI 테스트라는 것을 발견했고 그 테스트를 통해 저는 제 자신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답니다. 혹시 제가 무슨 유형인지 감이 오시나요?


네, 저는 INFJ 유형입니다. 선의의 옹호자 유형이라고도 불리는데 전 세계에서 1% 미만이라고 합니다. 믿을 수 있는 수치인지는 모르겠지만 저 1%를 보고 저는 확신했어요.


아, 내가 이렇게 혼란스러워하는 게 당연한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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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살아가다 보면 지금 바로 답을 찾을 수 없는 것들이 많은 것 같아요. 꼭 지금이 아니더라도 내년, 내후년, 그것도 아니면 꽤 오랜 세월이 흘러서야 답을 찾을 수 있는 질문들도 있기 마련이죠. 저는 어리석게도 답이 없는 문제에서 답을 찾으려고 헤맸던 것 같아요. 물론 지나서 생각해 보면 그 고민의 시간들은 저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긴 했지만.


다른 유형은 잘 모르겠지만 INFJ 유형의 경우에는 사람들 앞에서 가면을 자주 쓴다고 해요. 내면의 문이 여러 개라는 말도 하고요. 마음속으로 누군가를 처형하고 싶은 생각이 들 만큼 기분이 나쁠 때에도 웬만해서는 겉으로 표현하지 않아요. 그냥 제 안에서 남몰래 마음의 문을 닫을 뿐이지. 눈치가 빠른 편이지만 그만큼 다른 사람들을 신경 쓰느라 제 의사는 뒤로 미룰 때가 많은 것 같아요. 일단 내가 긍정적인 호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같이 있을 때는 그 사람들과의 평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게 해야지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제 마음이 그렇게 흘러가요.


자기 자신만의 고집도 있지만 타인까지 신경 쓰려고 하고, 또 자기 내면에서도 어떤 선택을 내려야 최선일까 갈팡질팡 헤매는 INFJ는 어쩔 수 없이 사회생활에 있어서 혼란스러움을 자주 경험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성격을 가지고 있던 제가 MBTI 테스트를 통해 제 유형을 확실하게 알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어요. 어느 하나 답을 분명히 내려야만 할 것 같았는데 꼭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게 되었거든요. 이런 혼란도 제 일부라는 걸, 제 자신을 인정하게 된 겁니다.


하지만 MBTI를 아는 것은 약간의 부작용도 있는 것 같아요. 정확히 말하자면 타인이 제 성격 유형을 알게 되는 때 말이에요.


물론 새로운 사람들과 처음 보는 어색한 자리에서 스몰토크 식으로 MBTI를 공개하는 건 나름대로 재미있고 분위기도 전환되는 좋은 이야깃거리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성격으로 사람을 구분 짓고 상대방에 대한 섣부른 판단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아서 가끔 곤혹스럽기는 하더군요.


예전에 친구 소개로 새로운 사람과 같이 식사를 하게 된 적이 있는데요. 그때 자리가 어색하다 보니 이것저것 이야기 하다가 MBTI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전까지는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 성격 유형을 알려주는 것에 대해서 별로 거리낌이 없었는데 그날 조금 위화감 같은 게 들었던 것 같아요. 뭐랄까. 제 모든 게 발가 벗겨지는 기분이라 해야 하나. 괜히 상대방의 '아아...' 하는 반응도 '아 그래서 이렇게 낯을 가리시는구나'하고 쉽게 인정해 버리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상하죠. 제 자신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길 원했으면서 타인은 저를 그런 식으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한다는 게. 당신도 이런 경험이 있으실까요?


사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잖아요. 그 모든 사람들을 16가지 유형으로 나눈다는 건 애초에 말이 안 되는 일이긴 하죠. 말 그대로 '유형'일 뿐이지 '그 사람의 모든 것'이 아니니까요. 이 세상 어떤 것이든 과하게 몰두하고 과하게 선을 그으려고 해서는 안 되는 것 같아요. 사람을 이해하는 데 어디 쉬운 길만 있을까요. 가끔은 오랜 시간을 들여서 그 사람을 이해해 보려 노력해 보는 게 어떨까요. 16가지로 나눌 수 없는 그 사람만의 매력, 깊이, 세상을 이해하는 그만의 멋지고 경이로운 시선들을 발견하게 될지도 몰라요.


저처럼 INFJ 유형에 속하거나 다른 유형이더라도 자신의 성격 때문에 혼란스러운 경험을 해보신 적이 있다면 이 두 노래를 추천드립니다. 이미 너무 유명한 노래라 아실 수도 있겠지만 소개드리자면, 두 곡 모두 아이유의 노래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아이유도 MBTI가 INFJ라고 하는데요. 첫 번째 곡 <스물셋>은 제가 스물셋이 되기 전에 처음 들었어요. 그때는 '여우인 척, 하는 곰인 척, 하는 여우 아니면/ 사실은 나도 몰라 애초에 나는 단 한 줄의 거짓말도 쓴 적이 없거든' 하는 가사를 들을 때 아니 도대체 무슨 말이야, 했었는데요. 시간이 지나서 스물셋 나이 즈음 되어 저 노래를 들으니 아, 딱 제 심정과도 같았던 것 같아요.


두 번째 곡은 <팔레트>입니다. 아이유가 스물다섯의 나이가 되어 발표한 곡인데 이 곡은 <스물셋>과 달리 좀 더 차분해진 분위기의 리듬 속에서 '날 좋아하는 거 알아 이제 조금 알 것 같아 날'이라는 가사로 노래합니다. 좀 더 성숙해진 나이가 되어 조금 촌스러운 것을 좋아하는 자신도, 짓궂은 장난을 좋아하는 자신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가사가 참 마음에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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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성격이든 자신의 가치관이든 꿈이든 젊은이들에게 방황하는 시기는 분명 존재하는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서 보면 생각보다 별 거 아니기도 했고, 애초에 답이 없는 문제였기 때문에 그 문제를 붙잡고 애썼던 시간들이 조금은 아깝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그런 시기를 잘 버티고 지나왔으니 지금의 저, 그리고 당신이 있는 게 아니겠어요. 그러니 오늘날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고민들도 차차 해결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러니 우리 힘내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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