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것도 능력이 되어버린 사회.
몇 년 전, 미국 미시건에서 살 때 친구 집에 놀러 갔다. 그 집 거실에서 나눈 대화가 자주 떠오른다.
참석자는 나(한국인), 남편(일본인), 친구(미국인), 그리고 친구의 남편(한국계 미국인).
우리는 각기 다른 배경을 갖고 있었지만,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하루는 왜 24시간일까?"
"잠 8시간, 일 8시간, 나머지 8시간은 휴식시간으로 보내기 위해서야"
미국인 친구가 가볍게 던진 말이 왠지 가슴에 묵직하게 박혔다.
그때도, 지금도, 나는 그 '자유 시간'이라는 게 어딨는지 모르겠다.
회사 일을 마친 후에도 머릿속은 여전히 바쁘다.
‘오늘은 뭘 못 했지?’
‘이 시간에 뭔가 더 유익한 걸 해야 하지 않나?’
‘그냥 쉬기엔 아까운 시간인데…’
이건 단순한 개인의 성향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전체의 분위기인 것 같다.
쉴 때조차 ‘잘 쉬어야’ 한다는 압박.
휴식마저 생산적인 뭔가로 포장해야 안심이 된다.
요가, 필사, 동영상 만들기, 인문학 독서…
"이왕 쉬는 거, 나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쉬자"는 말은 결국
‘아무것도 안 하는 건 시간 낭비’라는 메시지로 들리기도 한다.
쉬는 것도 능력이 되어버린 사회.
바쁘지 않으면 뒤처질 것 같은 두려움.
가만히 있는 것 자체가 불안한 사람들.
우리는 왜 이렇게까지 됐을까?
주변을 보면,
자기 계발을 하지 않는 사람은 게으르다는 식의 시선,
주말에도 “그냥 널브러져 있었어”라고 말하기 민망한 분위기.
이런 것들이 우리를 계속 ‘움직이게’ 만든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 그 자체로도 소중하다는 믿음을 되찾는 것이 요즘 시대를 사는 우리의 큰 과제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