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차 가고 벤츠 오나?
브런치를 너무 오랜만에 찾았다.
브런치라 함은 사실 일요일 오전, 느즈막한 여유를 즐기는 맛인데
한동안 도통 그럴 여유가 없었다.
왜 그랬을까?
그 사이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인생의 동반자를 만나
“사랑 말고는 다 필요 없쒀!” 하며
데이트하고, 상견례하고, 웨촬하고, 청첩장 돌리고…
그랬을 것 같은가?
여러분들의 바람은 어느 쪽인가.
나의 행복을 빌어줄 텐가, 아니면 배 아파할 텐가.
하지만 이 글의 제목부터가 ‘100% 그리고 책임’이다.
두어달쯤 전, 인생의 큰 이벤트가 찾아왔다.
느낌이 오는가? 프로포즈?
그렇다면 그 느낌은 개똥인 것이다.
작년 연말부터 변화의 쓰나미가 몰아쳤다.
해외출장을 가고, 크리스마스에도 일하고, 부서 이동을 하고, 이사를 하고…
나는 정말 폭싹 삭았수다. 학씨 ㅠㅠ
그러나 그 모든 중에 가장 큰 이벤트는 바로 ‘교통사고’였다.
다행히도 뒤차 100% 과실이었고, 나는 손목 인대에 무리가 간 정도의 경미한 사고였다.
하지만 사고 후유증으로
신호 대기 때마다 뒤차가 잘 멈추는지 백미러로 확인하게 되고
그럴 때마다 심장이 벌렁거리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주변에서는 합의금 잘 챙기라고 조언이 쏟아졌지만
인생은 언제나 반전이 있는 법.
뒤차는 종합보험 등록 차량이 아닌 책임보험이라고 하는
전혀 책임이라는 말과는 어울리지 않는 무책임한 책임보험 가입자였던 것이다.
아무리 사고가 경미해도 치료는 필요했다.
목은 경직되었고 특히나 손목은 움직일 때마다 아프고 소리가 났다.
그런데 병원에서는 한도가 있다고 한다.
“네? 뒤차 100% 과실인데요? 치료 이제 시작했는데요?”
그렇다. 이 무시무시한 무책임한 책임보험이라는 것이
치료와 보상에 한도가 있다는 것이 아닌가.
당시 바로 경찰을 불렀어야 했는데, 누가 그런 얄궂은 보험인 줄 알았겠는가.
1%의 확률이라던데,
나는 그 1% 똥을 밟은 사람…
하하 재미있네 참.
그래도 우리 보험이란 게 그 정도로 솜방망이는 아니지.
내 보험 약관으로 무보험차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했고, 치료는 충분히 받았다.
합의금은 구경도 못했지만, 치료받을 수 있었던 걸로 위안했다.
내가 안쓰러운가?
노노! 나는 괜찮다. (처음에는 충격이 상당했지만..)
오히려 이번 기회로 나의 자만했던 운전 습관도 돌아볼 수 있었고,
이후로 지하철로 출퇴근을 하면서 많이 걸으면서 체력이 좋아졌고,
교통비도 많이 절감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출퇴근 시간 활용이 가능해지면서 하루 24시간 중 2시간을 더 선물 받은 기분이었다.
그러면서 출퇴근템에 대한 소비가 증가한 부분도 있다.
마스크는 상시 구비해두어야 하고,
겨울에는 핫팩도 필수템이다.
아무튼, 나는 깨달았다.
세상에 100% 좋은 일도, 100% 나쁜 일도 없다는 걸.
전화위복이라는 말도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이 똥들이 다 지나가고 나면
반짝반짝 빛나는 일들도 반드시 온다.
정말이지 다음 글은 그 ‘보석 같은 일’을 담아 쓰고 싶다.
Please stay tun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