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사랑하는 방법
엄마는 아빠와 싸우고 나면 항상 나에게 말했다
‘그냥 널 낳지 말았어야 했어’라고
그때 병원에 갔어야 했어
어쩔 수 없이 네가 생겨서 어쩔 수 없이…
어렸을 땐 엄마가 아빠랑 싸워서 많이 속상하구나
엄마 말대로 그때 진짜 병원에 가서 수술을 했으면 엄마가
지금처럼 힘들지 않았겠다고 생각했다
성장하며 수십 번도 더 들었던 생명을 거부했던 이야기
아마도 난 당연하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엄마의
그 이야기가
어쩌면 나도 모르게 내 심장에 파고들어 곪았던 거 같다
상처가 아물면 또 상처를 내고 아물면 또 내고
더 깊숙이 파고든 상처가 이젠 아물지 않게 되었을 때
난
엄마에게 처음으로 소리쳤다
그러게 왜 왜 나를 낳았느냐고
그냥 포기하지
그랬다면 내가 살아서 기어이 살아서
그런 소릴 듣지 않아도 됐을 텐데
상처가 결국엔 곪아터져 버렸다
내가 너무 불쌍했다
어린 시절 그 이야기가 당연한 듯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듣고만 있어야 했던
나의 가여운 시절이 너무 불쌍했다
엄마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나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났다
엄마에게 그냥 그때 병원을 가지 그랬어
병원을 가고 수술을 하고 아빠랑 헤어지지
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던
나의 심정이 타들어 가도
그땐 그게 엄마를 위한 거라고 생각했다
나에 대한 폭력인 줄 모르고 엄마니까
엄마가 힘드니까 이해하려고 했던 어린 나의 모습은
얼마나 비참했나
엄마는 아빠에게 받은 상처를 나에게 되물렸다
엄마는 그러면 마음이 좀 풀린다고 했다
어린 나는 엄마의 감정쓰레기통이 되었다
누구에게도 내 감정과 마음은 보호받지 못했다
스스로부터 지켜내야 했다
성인이 될 때까지도 엄마는 툭하면 그 소릴 했다
나는 조금씩 마음이 무뎌져 아무렇지 않은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결혼을 하고 나에게 생명이 왔을 때
그 생명을 키워내고 생명이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엄마에게 더 화가 났다
엄마를 평생 용서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사랑이라는 게 뭔지 몰랐다
사랑하는 법도 몰랐다
사랑받는 게 어떤 건지 모르고 살았다
나를 구원해 준 손길에 나에게도 새 생명이 왔을 때
알았다
‘사랑‘ 이 무엇인지를
아이를 키우며 사랑을 배웠다
남편을 만나 사랑받는 법을 알았다
내 가족을 만나 사랑을 주는 법도 알았다
내 가족에게서 치유를 받았다
그러다 보니 엄마를 미워했던 마음도 서서히 사라졌다
남편과 아이들에게서 받은 사랑으로 다른 사람을 사랑할 줄 알게 되었다
아마도 엄마는 사랑을 잘 몰랐던 게 아니었을까
사랑받지 못해서 사랑할 줄 몰랐던 게 아니었을까
그래도 나로 인해 사랑을 알게 되었을까?
상처를 상처로 되물려 준다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엄마에게서 배웠다
나의 상처가 엄마에게로 다시 상처로 남기는 건
치유가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다
나는 사랑을 배우며 엄마를 조금씩 용서하기로 했다
나는 엄마를 사랑할 수 있을까?
어쩌면 나는 엄마를 끔찍하게도 사랑했던 거 같다
언젠가 미니홈피에 엄마 사진을 올리며 ‘꽃 같은 엄마’라고
기록했던 일이 떠올랐다
나는 엄마를 꽃처럼 바라보았었다
엄마의 서툰 사랑에 목말라 매달렸던 거 같다
하지만 목마른 사랑도 진짜 사랑은 아니다
이제는 나도 엄마를 목마른 사랑이 아닌 진짜 사랑을 하기로 했다
엄마를 진짜 사랑한다는 것은 아직도 어색하지만 노력해 보기로 했다
다시 엄마를 사랑하기로 했다
늙은 엄마는 시간이 별로 없다
사랑을 잘 몰랐던 엄마에게도 사랑이 무엇인지 알려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동안 서로를 미워하며 지낸 시간이 얼마나 안타까운가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랑이라는 것을
매번 눈물로 지새웠던 어둡기만 했던 밤을 이제는
빛나는 별들이 함께 반짝이는 밤을 지새우고 싶다
엄마도 별처럼 빛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