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아 반가워
어느새 다가 온 여름
봄이라고 말하기 애매한 3월이 지나고 4월의 중순을 지나고 있다
뉴스에서는 이제 한국은 4월부터 11월까지 여름이라고 기사가 나왔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이 심해지면서 한국의 여름은 정말 상상 초월의 더위를 느끼게 해 준다
작년 여름도 온몸이 타들어가는 더위에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을 정도였는데 올해는 더 덥다니..
두 번의 임신과 출산, 노화가 겹쳐 여름의 더위를 이겨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인간이란 이렇게도 자연 앞에서 한없이 나약한 존재라는 것을 한 해 한 해 느끼는 중이다
때에 맞지 않는 눈이 내리고 두어 번의 봄비가 내렸다
찰나의 황홀한 벚꽃의 시간이 지나고 어느새 연둣빛으로 물든 거리와 진분홍색의 철쭉이 피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옷차림이 가벼워지고 차 안은 바깥 온도보다 높은 온도로 도로를 달린다
그동안 나의 더위를 느끼는 체감온도는 항상 5월 5일 어린이날을 기준으로 이젠 덥다~!라고 느꼈었는데
이제는 ‘덥다’라고 느끼는 온도가 한 달이나 빨라진 것이다
나의 몸은 체질이 변한 탓인지 어느 순간부터 더위에 취약한 몸이 되었다
조금만 더워도 땀구멍이 열려 땀일 줄줄 난다
여름엔 차가운 음료를 많이 마시다 보니 장도 안 좋다
올여름도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나약한 나는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수 없어 내가 자연에 맞춰야 한다
요 며칠 생리불순으로 3일 동안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나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야말로 소파와 한 몸이 되어 몇 시간을 누워있어야 했다
어느 정도 괜찮아진 몸을 이끌고 가방엔 책 한 권을 넣고 무작정 집 밖을 나섰다
산책하기에 딱 좋은 온도와 공기 덕분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운전을 하기에도 걷기에도 애매 한 거리에 있는 중심상가를
걸어가기로 마음먹고 귀에는 이어폰을 꽂고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걸었다
마트에서 필요한 것들을 가볍게 구입하고 스타벅스에 들어갔다
가지마다 연둣빛의 이파리로 물든 커다란 나무가 잘 보이는 창가자리에 앉아 커피를 주문하고
사색에 잠겼다가 책을 읽었다
이어폰을 꺼내 귀에 꽂을까 생각하다가 사람들의 대화 소리와 시끄럽지 않은 약간의 소음이 듣고 싶어
그대로 가방에 넣었다
어떨 땐 약간의 소음이 집중력을 높여준다
내 앞에는 홀가분해진 엄마들의 모임이 있었다 뭔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는지 즐거워 보였다
나도 다시 책 읽기에 집중했다
마음에 드는 문장에 밑줄을 그으며
백수린 소설집 / 봄밤의 모든 것 중
한 시간 정도 나만의 시간을 갖고 다시 집으로 걸어갔다
오랜만에 걸으니 어수선했던 마음과 몸이 가뿐해졌다
3일 동안 힘없는 엄마를 보며 덩달아 기운이 없어진 아이들에게 오늘은 활기찬 모습으로 맞이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성큼 다가온 여름의 문턱에서
이번 주말엔 가족과 함께 봄밤 산책을 나가야겠다
여름아 반가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