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여행

그곳에 가면

그곳 교토

by 스즈코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과 잘 맞는 도시가 있는 거 같다

나는 결혼 전 여행을 했던 일본 교토가 그렇다

그때가 20대 중반 정도였으니까 벌써 10년도 훨씬 넘었다

그 이후로 교토는 나의 최애 여행지가 되었다

자주는 못 갔지만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아 아이들과 함께 두 번 정도 더 갔었다

첫 번째 교토는 엄마와 둘이 일본여행을 가보자 하고

간사이지방 쪽을 계획하며 오사카 교토 고베를 돌아보고 왔는데 그때 교토의 첫인상이 나에게 아주 가슴속 깊게 남아 있었다

항상 여행 가고 싶다 하면 교토가 떠올랐고 몇 년이 지나도 걷던 길 풍경 온도까지 내 몸에 아련하게 배어있었다

첫 교토는 가을이지! 라며 가을 여행을 야심 차게 준비해서 갔지만 실제로 일본은 한국보다도 여름이 더 길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젠 가을이네 라며 가을을 준비했지만

그날의 교토는 늦여름의 기운이 아직 맴돌고 있어 한낮의 거리를 걷다 보면 땀이 뻘뻘 나는 수준이었다

엄마와 나는 덥다 더워 라면서도 잘도 걸어 다녔다

돌아보면 그때의 엄마와 나는 참으로 젊었다

교토는 한마디로 어딜 가나 곳곳이 일본의 박물관 같은 곳이었다

천년고도 교토

천년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

이곳저곳을 걷고 버스를 갈아타며 부지런히 다녔다

절을 좋아하는 엄마도 참 좋아했던 교토였다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 유유자적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때 나는 교토에 사르르 스며들었다

엄마와 내가 특히 좋아해서 집으로 돌아와서도 계속 이야기했던 곳은 ‘철학의 길’이었다

산책하기에 정말 좋았던 길이였다

작은 개울가가 흐르고 그 옆으로는 작고 다양한 상점들

식당들이 있고 중간중간 아기자기하고 살고 싶게 생긴 작은 집들이 있는 길이였다

벚나무들이 쭉 심어져 있어서 봄에 오면 정말 예쁘겠다 생각하고 몇 년 후 결혼도 하고 아이들도 낳아서 정말 아이들을 데리고 봄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길의 이름이 철학의 길인 이유는 일본의 어느 철학자가

이 길을 오가며 사색을 하던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그만큼 사색하기에 참 좋은 길이다

사실 봄에 갔었던 철학의 길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사색을 할 순 없었지만.. 왜 그 철학자가 그 길을 오가며 사색을 했는지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교토는 그런 곳이다

사색을 즐기고 화려하진 않지만 고풍이 느껴지는 곳

목적 없이 걷다 보면 나오는 기찻길도 귀여운 덴샤가 들어올 때 울리는 띠링띠링 알림 소리도 백 년이 넘은 서점과 음식점 나이가 지긋하신 사장님이 직접 내려주시는 핸드드립 카페 들어갈 때마다 삐그덕 삐그덕 거리는 마룻바닥

아침을 먹으러 가던 킷사텐에서는 (킷사텐: 일본의 오래된 다방 개념의 카페) 아침부터 커피와 빵을 즐기러 오시는 어르신분들이 많이 보였는데 참 보기 좋았다

일본 드라마 속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들어 재밌는 시간도 보냈다

그땐 나도 머리가 히끗해져도 아침에 카페에서 커피와 빵을 즐기는 할머니가 되리라 마음먹기도 했다

요즘은 오버투어리즘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교토가 그중 하나의 도시라고 한다

그만큼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찾는 곳

얼마 전 아이들과 함께 다시 교토를 찾았다

나는 세 번째 교토 방문이다

오버투어리즘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되는 여행이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사람들이 많이 안 다닐 곳을 찾아가며 다시 한번 교토를 느끼고 돌아왔다

그래서인지 더 좋았던 여행이었다

교토는 유명한 관광지도 정말 많지만 관광객이 몰리지 않는 골목골목 현지인 분들만 다니는 정말 교토스러운 곳들이 더 좋기 때문이다


교토에서 철학의 길과 함께 좋아하는 또 하나의 산책길

모리미토미히코의 소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의 배경인

‘가모가와 강변’

해 질 녘 가모가와강은 우리나라의 한강 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예스러운 목조건물과 은은한 조명들이 몽롱한 분위기를 자아내어 산책을 하면 기분이 묘~ 하다

이곳에서 가까운 기온거리에서는 기모노를 입은 게이샤를

종종 볼 수도 있다

사진출처 : 트리플


여유가 된다면 살아도 보고 싶은 도시

교토가 나에게 왜 이렇게 깊게 배어 남았는지는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나와의 결이 잘 맞는달까

그때의 나를 생각해 보면 그 시절 나에게 너무나도 필요했던 여행지여서 일까..

복잡하고 어수선하고 마음이 시끄럽다면

위로와 안식이 필요하다면..

가만히 교토에 가보시기를 추천한다

교토에 가서 사뿐히 그곳을 유유자적 걷다 보면

나의 이 어리숙한 글로는 이 느낌을 전하기가 어렵지만

실제로 가보면 아.. 그렇구나 라며 공감하는 분들이

제법 많을 거라고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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