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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산일보 Jan 10. 2022

‘린치’는 판사님

[바른말 광] 903. ‘린치’는 판사님

‘집 안에서는 물론 가벼운 외출 시 꾸민 듯 꾸미지 않은 스타일링을 연출할 수 있는 원마일웨어의 키 아이템 가디건 스타일링에 대해 알아보자.’

인터넷에서 본 글인데, 외국어를 너무 많이 써서 어지럽다. 사실, 글을 이렇게 쓴다는 것은 어휘력 부족을 광고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고급한 우리말 사용자라면 결코 이만큼씩이나 외래어를 과다하게 쓰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패션 쪽에서 이런 말이 많이 쓰인다는 건, 업계 전체가 한번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 또, 저 문장에선 외래어 ‘가디건’도 틀렸다.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표준사전)을 보자.

*카디건(cardigan): 털로 짠 스웨터의 하나. 앞자락이 트여 단추로 채우게 되어 있으며, 소매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다. 크림 전쟁 당시 이 옷을 즐겨 입은 영국의 카디건 백작(Earl of Cardigan)의 이름에서 유래한다.

흔히 ‘가디건’으로들 잘못 쓰는 ‘카디건’은 이처럼 사람 이름에서 유래했다. 인명이라면 더더욱 부르는 대로 정확하게 써 줘야 할 터. 외래어 중에는 이렇게 사람 이름에서 유래한 게 꽤 있다. 표준사전을 보자.

*린치(lynch): 정당한 법적 수속에 의하지 아니하고 잔인한 폭력을 가하는 일. 미국 독립 혁명 때에, 반혁명 분자를 즉결 재판으로 처형한 버지니아주의 치안 판사 린치(Lynch, C. W.)의 이름에서 유래한다. ‘폭력’으로 순화.

린치가, 치안 판사 이름에서 유래했다는 게 묘한 뒷맛을 남긴다. 이 밖에, 단위를 나타내는 ‘맥스웰, 베크렐, 암페어, 옴, 와트, 테슬라, 토르, 파스칼, 페르미, 헤르츠’도 사람의 이름에서 유래한, 단위이자 인명인 말들.

‘배우 한예슬(40)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할로윈 분장 사진을 두고 누리꾼들 사이에서 해프닝이 빚어졌다.…프랑켄슈타인처럼 이마부터 눈 아래 길게 꿰맨 자국도 선보여 섬뜩함을 더했다.’

이 기사를 쓴 기자는 ‘프랑켄슈타인’을 잘못 알고 있다. 표준사전을 보자.

배우 한예슬이 SNS에 올린 사진

*프랑켄슈타인(Frankenstein): 영국의 여성 작가 셸리가 지은 괴기(怪奇) 소설. 의학도인 프랑켄슈타인이 시체를 이용하여 만든 초인적 힘을 가진 괴물이 광폭하여 나쁜 짓을 자행하다가 프랑켄슈타인마저 살해하고는 북극해로 모습을 감춘다는 내용이다. 1818년에 발표하였다.

즉, 프랑켄슈타인은 얼굴에 길게 꿰맨 자국이 있는 괴물이 아니라, 그 괴물을 만든 사람인 것. 착각도 오보를 내는 원인이라는 걸 보여 주는 사례다.


이진원 기자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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