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부산일보 Jan 26. 2022

덩달아 쓰다간 낭패 본다

[바른말 광] 916. 덩달아 쓰다간 낭패 본다

①〈홈쿡족 증가에 편의점 조미료 매출 덩달아 뛰어〉

②〈친환경차 관심에 하이브리드도 덩달아 인기〉

③〈사과, 배 가격 ‘껑충’…다른 과일 가격도 덩달아 오른다〉


이처럼, 언론 기사를 보다 보면 꽤 많은 ‘덩달아’를 만난다. 한데, 이것들은 다 제대로 쓰인 것일까. 국립국어원이 펴낸 〈표준국어대사전〉(표준사전)을 보자.


*덩달다: (주로 ‘덩달아’, ‘덩달아서’ 꼴로 쓰여)실속도 모르고 남이 하는 대로 좇아서 하다.(영문도 모르고 덩달아서 웃었다./모두 나서기에 어디 가는지도 모르고 나도 덩달아 나섰다.)

그러니 인터넷에서 찾은 저 기사 제목들은, 다 틀렸다. 세 제목 모두 인과관계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조미료 매출이 늘거나, 하이브리드차가 인기를 끌거나, 다른 과일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 그래서, 저 제목들은 이렇게 바꿔도 뜻이 통한다.

①〈홈쿡족 증가에 편의점 조미료 매출도 뛰어〉

②〈친환경차 관심에 하이브리드도 인기〉

③〈사과, 배 가격 ‘껑충’…다른 과일 가격도 오른다〉


이러면 오히려 인과관계가 더 또렷해진다. 결국, 이 제목들은 ‘덩달다’가 어울리지 않는 환경이었던 것.

한 가지 더 챙겨야 할 것은, 뜻풀이에 나온 ‘(누군가가) (무엇을)좇아서 하다’라는 표현이다. 즉, ‘덩달다’는 실속도 모르고, 남이 하는 대로, 좇는 ‘주체’가 분명한 것. 그러나 ‘조미료 매출, 하이브리드 판매, 과일 가격’은 스스로 뭔가를 할 수 없어서, 어차피 ‘덩달다’와 어울릴 수 없었다. 생각 없이 말을 덩달아 쓰면 이렇게 잘못을 범하기 쉽다.

‘허영만은 경상도식 홍합 고구마 줄기 볶음을 맛보고는 “정말 맛있다”고 연신 감탄했다.’

이 기사에 나온 ‘고구마 줄기’는, 사실은 고구마 줄기가 아니다. 표준사전을 보자.



*고구마: 메꽃과의 여러해살이풀. 줄기는 덩굴이 되어 땅 위로 뻗으며 꽃은 보통 피지 않으나 때로 연한 붉은빛의 꽃이 나팔 모양으로 피기도 한다. 땅속뿌리는 식용하거나 공업용으로 쓰고 잎과 줄기도 나물로 식용한다….

그러니까 고구마 줄기는, 땅 위로 뻗는 억센 덩굴인 것. 당연히, 식용할 수 있을 정도로 부드럽지 않다. 그러면, 볶아 먹고 김치도 담가 먹는 그 ‘고구마 줄기’는 뭐냐고? 그건 ‘고구마 잎줄기’ 혹은 ‘고구마 잎자루’라고 해야 정확하다. 줄기와 잎 사이에 있어서 잎자루, 혹은 잎줄기로 부른다. 그러니, 표준사전 뜻풀이 ‘잎과 줄기도 나물로 식용한다’도 알고 보면 정확한 설명이 아닌 것.


이진원 기자 jinwoni@busan.com

작가의 이전글 “모여서 함께 살자” 비틂이 가져다준 기발한 상상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