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들의 요셉 읽기

주체적으로 살지 못하는 이들에 대한 위로

by 후추
창세기 45장, 새번역

3 "내가 요셉입니다! 아버지께서 아직 살아 계시다고요?" 요셉이 형제들에게 이렇게 말하였으나, 놀란 형제들은 어리둥절하여, 요셉 앞에서 입이 얼어붙고 말았다.
4 "이리 가까이 오십시오" 하고 요셉이 형제들에게 말하니, 그제야 그들이 요셉 앞으로 다가왔다. "내가, 형님들이 이집트로 팔아 넘긴 그 아우입니다.
5 그러나 이제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자책하지도 마십시오. 형님들이 나를 이 곳에 팔아 넘기긴 하였습니다만, 그것은 하나님이, 형님들보다 앞서서 나를 여기에 보내셔서, 우리의 목숨을 살려 주시려고 그렇게 하신 것입니다.
6 이 땅에 흉년이 든 지 이태가 됩니다. 앞으로도 다섯 해 동안은 밭을 갈지도 못하고 거두지도 못합니다.
7 하나님이 나를 형님들보다 앞서서 보내신 것은, 하나님이 크나큰 구원을 베푸셔서 형님들의 목숨을 지켜 주시려는 것이고, 또 형님들의 자손을 이 세상에 살아 남게 하시려는 것입니다.
8 그러므로 실제로 나를 이리로 보낸 것은 형님들이 아니라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이 나를 이리로 보내셔서, 바로의 아버지가 되게 하시고, 바로의 온 집안의 최고의 어른이 되게 하시고, 이집트 온 땅의 통치자로 세우신 것입니다.
9 이제 곧 아버지께로 가셔서, 아버지의 아들 요셉이 하는 말이라고 하시고, 이렇게 말씀을 드려 주십시오. '하나님이 저를 이집트 온 나라의 주권자로 삼으셨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지체하지 마시고, 저에게로 내려오시기 바랍니다.
10 아버지께서는 고센 지역에 사시면서, 저와 가까이 계실 수 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아버지의 여러 아들과 손자를 거느리시고, 양과 소와 모든 재산을 가지고 오시기 바랍니다.
11 흉년이 아직 다섯 해나 더 계속됩니다. 제가 여기에서 아버지를 모시겠습니다. 아버지와 아버지의 집안과 아버지께 딸린 모든 식구가 아쉬운 것이 없도록 해 드리겠습니다' 하고 여쭈십시오.


요셉 이야기는 흔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자기계발서처럼 읽히기도 합니다. 어떤 시련을 겪더라도 굴하지 않고, 참고 인내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모범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입니다. 형제들의 잘못을 용서하고,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더라도 유혹을 이기고, 은혜를 잊은 관원장의 실수까지 용납했던 요셉은 분명 탁월한 인격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에 숨 막히는 느낌을 받는 사람이 저 혼자만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런 류의 위인전을 읽을수록 죄책감과 열패감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요셉과 보디발의 아내 - Guido Reni

저는 요셉의 이야기를 읽으며, 바빌로니아의 포로로 잡혀가 살았던 유대인들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멸망한 남유다의 주민들은 외국의 포로로 끌려갔습니다.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되자 유대인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유대인의 정신적 상징 역할을 하던 성전이 파괴되면서 그들의 삶은 황폐해졌습니다. 전쟁 노예가 되어 바빌로니아에 끌려가던 사람들의 희망은 사라졌습니다. 타향살이를 하는 동안 고향을 떠올리며 눈물 흘려야 했던 유대인들의 심정은 어땠을까요.


바빌로니아의 포로가 된 유대인들에게 요셉 이야기는 꿈과 희망을 주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자책하지도 마십시오. 형님들이 나를 이 곳에 팔아 넘기긴 하였습니다만, 그것은 하나님이, 형님들보다 앞서서 나를 여기에 보내셔서, 우리의 목숨을 살려 주시려고 그렇게 하신 것입니다.”라는 요셉의 말이 더 살갑게 들립니다. 하나님께서 요셉의 삶을 인도하셨던 것처럼, 요셉의 이야기는 그들 자신의 삶을 의탁할 살아있는 이야기가 되는 것입니다.


때때로 현실이 무척이나 힘겹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우리가 겪는 일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합니다. 인생사 무의미하고 우연한 일들의 연속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삶과 현실을 초월하고 있는 의미와 목적이 있다고 믿는다면, 좀더 세상을 즐겁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갖게 됩니다. 그런 게 신앙이 가진 원동력일 것입니다. 현실의 고통 속에서도 더 큰 의미와 목적이 있다는 믿음은 절망 속에서도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됩니다. 이제 곧 3월입니다. 따스한 봄날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걸어갑시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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