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업과정 일기
공주시 반포면 상신리, 계룡산 북쪽 계곡에 자리 잡은 마을입니다. 상신마을에는 은사님이신 J 교수님이 살고 계십니다. 정년은퇴까지 J 교수님은 학자로서의 업(業)에 진지하셨고, 은퇴 이후에도 독립출판사를 운영하며 기획자와 편집자, 번역가로서 충실하게 살고 계십니다. 교수님 댁에 방문할 때마다 직접 로스팅해서 내려주시는 커피는 고소한 풍미와 향긋한 냄새가 일품이었습니다. 한 모금의 커피를 삼킬 때마다 콧구멍으로 전해지는 온기와 향기를 잊을 수 없습니다.
몇 년 전 어느 날이었습니다. 교수님은 제자들에게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세계 곳곳에서 번역된 <어린 왕자> 도서를 보여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각국 언어로 번역된 <어린 왕자> 도서전을 열고 싶다고 말입니다. 그러시면서 제게 그리스어 역본의 일부를 보여주셨습니다.
한참이나 지난 일이지만, "가장 중요한 본질(ουσία)은 눈으로 볼 수 없다"는 그 말이 여전히 맴돕니다.
Να το μυστικό μου.
Είναι πολύ απλό: μόνο με την καρδιά βλέπεις καλά.
Την ουσία τα μάτια δεν τη βλέπουν.
내 비밀을 알려줄게.
아주 간단한 거야. 오직 마음으로 보아야 볼 수 있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반려동물 관련 창업을 준비하면서 고객에게 무얼 전달하고 싶은지 스스로 물으며 던진 질문이 있습니다. 어떻게 반려동물의 본질, 본연의 모습에 다가설 수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나, 하는 것입니다. 눈으로 볼 수 없는 무형의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제작자로서 고민은 깊어져 갑니다. 반려동물의 본성과 습성을 고려한 작품(ποίημα)을 만들고 싶은 바람 때문입니다. 쉬이 소모되고 버려지는 상품이 아니라, 반려동물을 향한 진심과 정성이 묻어난 상품을 만들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습니다.